난리법석 이후: SM, 하이브, 카카오 엔터에 대한 메모

SM을 두고 카아오 엔터와 하이브가 벌인 난리법석의 결과는 뭘까. 그냥 떠오르는 대로(=리서치 없는) 메모. 나중에 별도의 아티클로 정리할 수 있는데, 조사한 내용을 정리한 결과에 따라 의견이 달라질 수 있음. 1. 극적 타결. 누가 이겨도 명분없이 불명예만 얻을 뻔한 싸움이 마무리. 하이브는 단기간에 큰 돈을 벌었고, 카카오는 경영권을 확보했으며, SM은 명분을 지켰다. 이수만에 대한 논의가 사라진 것도 어쩌면 장점. 그러니까 모두가 이긴 게임이 되었다. 2. 케이팝 비즈니스의 중요도, 우선 순위를 확인할 수 있었다. 2-1. SM 3.0의 핵심은 생산 시스템 정비에 있다. 다시 말해 퀄리티를 보장하면서 연간 출시하는 아티스트/앨범의 양을 늘리는 거였다. 왜? 음악 사업의 핵심은 카탈로그이기 때문이다. SM은 레이블 사업자라는 걸 확실히 보여줬다. 그걸 기반으로 커머스와 플랫폼: IP 비즈니스 구조를 정립하겠다는 비전을 보였다. 그런데 이건 결국 SM이 레이블이 아니라 그룹이 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이브는 레이블이 아니라 그룹이다. 하이브의 비전은 SM이 레이블로 종속되는 그림이었는데, 다시 말해 SM 입장에선 결코 하이브와 함께 갈 수 없는 비전. 결사 반대할 수밖에 없었을 거다. 2-2. 하이브의 사업 구조는 IP의 확장에 있다. 음악이 모든 비즈니스 구조의 핵심이 되고, 미디어 믹스를 통해 IP의 배리에이션을 넓히면서 콘텐츠 비즈니스 구조를 짜는 것. 그 종착지에 커머스가 있다. 그래서 플랫폼이 중요한데, 위버스는 의외로 잘 작동하지 않는다. 여기엔 시간이 필요할지 자본이 필요할지 고민 중일 것 같다는 짐작. 하지만 방향은 맞으니까 어쨌든 밀어붙일 거라고 본다. 다만 경쟁자를 최소화하는 게 필요했는데, 아마 카카오와 그런 딜을 하지 않았을까 짐작해 봄. 2-3. 카카오 엔터테인먼트. 중동에서 투자를 받았다. 그러고보면 작년에 SM은 이수만을 통해 중동 자본 투자를 약속받기도 했다. 결국 중동의 오일 머니가 케이팝 비즈니스에 유입되는 중. 그런데 이후에도 이런 딜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왜? 지금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은 '석유 이후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60년대에 미국과 중동이 결합한 달러-오일 동기화가 20세기의 세계 경제를 지배했다면, 21세기는 내내 그런 구조가 흔들릴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래서 21세기에 중동이 가장 집중하고 있는 영역은 얼터너티브: 그러니까 대체 에너지와 뉴 미디어 분야에 대한 투자다. 두바이 등을 대규모 친환경 도시로 개발하겠다는 것도 '대안'이라는 맥락에서 봐야할 듯. 아무튼, 이런 맥락에서 카카오 엔터가 중동 머니를 받았을 때 케이팝/콘텐츠의 밸류체인을 확보하는 게 필수 조건이었으리라고 본다. 지난 과정을 보면서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라는 궁금증에 대한 나름의 가설. 3. 그래서 어떻게 될까? 일단 SM-카카오 엔터의 연결 구조는 IP 확보를 통한 미디어 믹스를 지향할 수 있다. SM의 아티스트/음악 IP와 카카오 엔터의 콘텐츠 IP가 믹스되는 구조가 1년 이내에 드러날 수 있을 듯. 그리고 SM은 멀티 레이블 체제를 구축하면서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준비를 하게 될 것 같다. 그 과정에서 하이브처럼 미국 내 레이블을 인수하거나 디즈니 같은 콘텐츠 사업자들과 협업하는 과정을 거칠 듯. 이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하이브와 미국 시장에서 경쟁할 수밖에 없을 거다. 4. 케이팝의 비전은 음악 IP와 콘텐츠를 기반으로 커머스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면 아마도 이들이 치열하게 경쟁할 영역은 음악과 콘텐츠가 아니라 커머스 영역일 수 있다. 전자상거래 영역을 기준으로 본다면 몇 년 뒤에는 또 완전히 다른 구도가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5. 그리고 이렇게 된다면, SM이든 하이브든 (혹은 카카오 엔터든) 사실상 지난 세기에 디즈니를 제외하곤 누구도 만들어내지 못한 인터내셔널 콘텐츠 사업 구조를 만들게 될 수도 있다. 바로 이 점이 현재 케이팝 회사들에 글로벌 자본의 관심이 몰리는 이유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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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14일 오전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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