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에 맞아 죽을 뻔한 다음, 커뮤니티를 만들자고 결심했다

1. 2009년 당시 군인이었던 나는 소말리아 해적과 싸우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훈련이 아니다. 수십 명이 서로 검지 손가락만 한 총알을 주고 받는 실전 전투다. 2. 이 아수라장에서 내 임무는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을 함교에서 보고하는 것이다. 조금 전까지 같이 대화를 나눈 동료, 장교들이 총을 맞고 고통에 신음하는 모습을 두 눈 뜨고 지켜보는 것이 내 임무였다. 팔, 옆구리, 허벅지까지 방탄조끼가 보호하지 못한 부위에 손가락만 한 총알이 박히고 터지는 장면을. 마음대로 고개를 떨굴 수도 없이. 3. 함교는 내부가 철제로 이루어져 있어, 총알이 이리저리 튕기다가 사람에게 맞을 확률이 높다. 병사라고 해서 총알이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겨우 스무 살에, 죽음을 너무 가까이 했다. 정신이 아득해지며 머릿속에 수많은 의문이 떠올랐다. ‘이게 뭐지? 이대로 죽는 건가? 왜? 저 해적들은 왜 나를 죽이려는 거지? 쟤들도 내 또래인데. 뭐가 문제인 걸까. 나는 뭐 하러 여기에 왔지?’ 5. 심장 떨리는 순간이 지나가고 다행히 큰 부상 없이 임무를 마쳤다. 하지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죽음이 턱밑까지 닥쳐온 뒤부터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때마침, 친하게 지내던 후임이 내 고민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이 책 한 권을 추천해줬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였다. 6. 이 친구가 아니었다면 아예 몰랐을 책이었다. 처음으로 철학책을 진지하게 읽기 시작했다. 철학책에는 내가 이제 막 고민하기 시작한 주제를 먼저 고민한 사람들이 있었다. 7. 그때부터 병영도서관을 들락거리며 동양철학, 서양철학 관련 책을 가리지 않고 독파해갔다. 거의 전투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많이 읽었다. 주역을 한자 원문으로 읽으려고 한자 자격증까지 취득해가면서. 여러 철학자의 말 중에서 가장 강하게 마음을 울린 메시지는 아주 단순한 것이었다. 8. 고귀한 삶이란 사람들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하는 삶이다. 내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한 삶이 아니라 타인을 돕고 타인에게 베푸는 삶이다. 9.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나오는 글귀다. 이 문장을 읽기 전까지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전력을 쏟아부었다. 소말리아 파병 임무에 지원한 것도 3,000만 원에 달하는 수당을 벌어 집안의 빚을 갚고 싶어서였으니까. 그런데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돈을 벌기 위해서 했던 일들이 다 허무하게 느껴졌다. 죽을 때 후회하지 않으려면 의미를 찾아야 한다. 죽고 죽이는 전쟁은 답이 될 수 없고, 내가 잘 먹고 잘살기 위한 사업도 허무하다. 10. 타인을 돕다가 죽으면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 누구를 도울지 고민하다가 불확실한 일에 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 창업가,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들을 돕기로 했다. 11.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친구에게 노트북을 사 주기도 하고, 이미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는 친구에게는 투자자를 소개해주기도 했다. 오가며 마주친 멤버들에게 밥을 사주며, 그들이 하고 싶은 일에 관해 듣는 것 정도는 일상다반사였다. 그렇게 시시각각 멤버들이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게 되었다. 어쩌면 이 순간이 그토록 바랐던 고귀한 삶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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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16일 오전 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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