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은 2020년 한국신용데이터에 50억 원 지원을 시작으로 기업의 데이터를 담보로 한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관련 보도자료에 따르면 출시 후 1년 동안 쏘카, 직방 등 양질의 데이터를 가진 기업들을 대상으로 누적금액 약 1,000억 원의 대출을 실행했다고 한다. 특정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제공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일은 그 자산의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데이터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전통적으로 자산의 가치는 '수익', '시장', '원가' 세 가지 관점에서 평가할 수 있고, 데이터 또한 기업의 무형자산 중 하나로서 세 관점에서 그 가치를 평가해 볼 수 있다.
첫째로 수익 관점에서의 데이터의 가치는 데이터를 사용하여 발생하는 미래의 순수익을 현재가치로 환산하여 그 총합을 합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은행이 통신 데이터를 신용평가에 활용하여 부도나 연체로 인한 손실을 줄일 수 있다면, 그만큼의 금액에서 데이터를 사용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차감한 후 기간별 할인계수를 적용하여 그 합을 구할 수 있다.
둘째로 시장 관점에서는 평가 대상의 데이터와 유사한 데이터가 과거에 얼마에 거래되었는지 사례를 참고하여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 아직 우리나라는 데이터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적용하기 어려운 방법론이지만, 데이터 브로커 산업이 발달한 미국의 경우 개인정보의 항목별로 공개된 시세가 존재하여 가치평가에 활용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원가 관점에서는 기업이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기 위해 투입한 총비용 또는 현재 시점에서 동일한 데이터와 인프라를 구축한다고 하였을 때 필요한 총금액을 데이터 가치로 판단할 수 있다. 가령 공시자료와 뉴스기사를 가공하여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이 있다면, 그 데이터의 가치는 원천 자료를 수집, 가공, 관리하는데 드는 서버비, 인건비 등을 합하여 추정해 볼 수 있다.
어떤 방법론을 우선적으로 적용해야 하는지는 방법론별 장단점을 고려하여 평가 목적에 따라 우선순위를 달리 할 수 있다. 명확한 특정 목적으로 데이터 활용이 예상되고, M&A처럼 거래자 간 가치평가를 위해 협상이 필요한 경우에는 수익 관점이 적합해 보인다. 반대로 예상 활용 범위가 넓고, 다수의 유사 거래 사례가 존재한다면 시장 관점이 보다 적절한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활용 목적과 거래 수요가 모두 불분명하다면, 원가 관점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 생각한다. 기업가치평가나 부동산 감정평가 실무에서와 같이 하나의 방법론만을 적용하기보다는 각 방법론별 평가 결과를 토대로, 평가 목적에 따른 우선순위를 고려하여 종합적인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 전통적인 방법론 만으로는 데이터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많은 한계가 있다. 주식, 채권, 부동산과 같은 전통적인 자산과 달리 데이터는 시간과 상황에 따라 그 가치가 매우 가변적이기 때문이다. 즉, 객관적인 현금흐름을 추정하기가 쉽지 않다. 더군다나 현재 데이터 거래 방식으로는 많은 거래 사례를 확보하기도 어렵다. 산업은행에 관련 컨설팅을 제공했던 EY한영에서는 세 방법론 외에도 기술가치평가에 자주 활용되는 실물옵션 방법론도 활용을 하는 것 같았다.
데이터 가치평가는 데이터 협업과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기업과 정부에서 모두 고민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 중 하나라 생각하기에, 개인적으로 업무나 학업을 통해서 연구해보고 싶은 분야 이기도 하다. 해외에서도 아직 관련 연구가 많지는 않아 보이고, 최근 국내에서는 데이터 가치평가 전문기관까지 설립된 만큼 앞으로 학계와 산업계에서 이와 관련된 다양한 논의와 연구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