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더 글로리>에 대한 또다른 시선

✍🏻내용 발췌 “권력형 폭력은 추상적이어서 잘 포착이 안된다”는 김갑수 평론가의 발언이 또 다른 공분을 사고 있는 것처럼 현재 우리 사회는 분명 노출이 많은 연예인들이 저지른 직접적 폭력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중이다. <더 글로리>가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해소하는 지점도 바로 여기다. 직접적인 가해와 폭력에 비해 잘 보이지 않는 구조적 불평등과 부조리에 상대적으로 관대한 건 어쩌면 당연하다. 직관적인 폭력은 훨씬 자극적이고, 다른 곳에 분노를 나눠주기엔 이를 통렬하게 징벌하는 복수극이 너무 통쾌하고 재미있다. 또 하나 시야를 교란하는 요소는 <더 글로리>의 매력적인 가해자들이다. 혜정의 몸, 사라의 패션, 재준의 유머, 연진의 뻔뻔함 등 끔찍한 사건의 가해자들의 태도가 불편하기는커녕 일종의 ‘밈’화 되어 거꾸로 재미있게 소비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더 글로리>는 자본의 힘과 사회적 신분의 격차를 매력적으로 포장한다. 가해자들의 연대가 붕괴하는 것도 그들 사이에 경제적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개새끼라는 본질보다 ‘나이스함’이라는 수식어에 시선을 빼앗길 때 우리 역시 길들여진다. 재준이 끔찍하게 죽는 이유는 동은을 괴롭혀서가 아니라 감히 주제도 모르고 예솔을 탐했기 때문이다. 딸 예솔을 위해(정확히는 소유하기 위해) 기꺼이 전재준을 제거하는 하도영의 죄는 <더 글로리> 속 공분의 대상이 아니다. 그게 무섭다. 직원들을 머슴이라 칭하며 노조를 불신하는 <재벌집 막내아들>의 진양철 회장의 위험한 가치관이 쉽게 용인되고 손주를 사랑하는 뚝심 있고 매력적인 경영자로 소비되는 건 우연이 아니다. 편중된 부에 대한 원망과 부자들에 대한 선망이 뒤엉킨 사회에서 미디어는 ‘나이스한 개새끼’들에 중독되어가는 중이다.

[비평] '더 글로리', 그 복수는 진짜 통쾌한가

씨네21

[비평] '더 글로리', 그 복수는 진짜 통쾌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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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28일 오전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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