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으로 화해를 꾀하는 예술가, 코미디언 이용주⟫

다른 사람을 조롱하지 않으면서 웃음을 주는 사람. 저는 어렸을 때부터 코미디언은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가르지 않고, 갈등을 유발하지 않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지점을 찾아 미소짓게 만드는 위대한 일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피식대학의 크리에이터, 코미디언 이용주 님의 GQ 인터뷰를 보고 어렸을 때 가졌던 생각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남녀, 세대, 인종, 빈부, 지역으로 쪼개진 채 개인주의는 점점 심화되고 서로를 비난하면서 갈등은 고조되고 있잖아요. 그 수많은 대척점에 있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것이 코미디의 기능인 것 같아요. “오늘 하루 힘들었는데 웃어서 힘이 났어요”라는 피드백도 물론 좋지만, 그것만으로는 갈등을 해결할 수 없으니까요. 저희는 다양한 표현 방법으로 보는 사람들을 미러링하게 해주고, ‘타인은 이랬을 것이다’라고 잠시나마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어요" [ 큐레이터의 문장 🎒 ] GQ (피식대학) 셋 가운데 다른 멤버가 기량을 드러낼 때 시기나 질투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고, 진심으로 뿌듯해하는 마음이 얼굴에 드러나더라고요. YJ 저희에겐 신뢰가 있는 까닭도 있어요. 거기엔 인간적인 신뢰도, 금전적인 신뢰도 있죠. 살면서 보니 전자만으로는 오래 못 가더라고요. 그래서 우리가 오래가기 위한 장치를 많이 만들어놨어요. 누군가 힘써서 해줄 때 누군가는 쉬어갈 수 있도록. GQ 그 신뢰는 어떻게 쌓인 것 같아요? YJ 첫 번째는 숱한 위기를 함께 지나왔기 때문이에요. 큰 위기 속에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잖아요. 크고 작은 위기를 여러 번 겪다 보니 그로부터 오는 믿음과 신뢰가 있었어요. 두 번째는 제가 멤버들에게 짐이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한다는 거예요. 업어줄지언정 업혀가지는 말자, 쓸모 있는 존재가 되자. 관계에서 이득을 취하려다 보면 그것이 균열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셋이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그들도 저와 똑같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자신이 게을러지는가 싶으면 각자 더 열심히 뭔가를 하려고 하거든요. 그것이 멈추지 않는 동력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 GQ 평등한 관계로부터 좋은 창작물이 나온다 믿는다고 들었어요. YJ <웃찾사>가 폐지되고 엄마가 있는 파리로 한 달 동안 여행을 간 적이 있어요. 그때 저는 서른둘이었고, 코미디를 그만둬야 하나 딜레마에 빠져 있었죠. 엄마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는데, 좋아하는 화가가 누구냐고 묻더라고요. “고흐.” 그림은 잘 몰랐지만 고흐의 그림을 좋아했어요. 엄마의 안내로 고흐를 트레킹하는 여행을 시작했어요. 파리 오르세 미술관의 ‘별이 빛나는 밤’으로 시작해서 암스테르담으로 넘어가 고흐의 초창기 작품부터 그의 삶의 여정과 선택들을 찬찬히 따라갔죠. 그러면서 차차 생각이 정리되었어요. 코미디언은 보통 공개 코미디를 하다 예능으로 가서 방송인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도 물론 훌륭한 길이지만 제게는 잘 맞지 않았던 거예요. 그러다 여행 말미에 제 안에 답이 내려졌어요. 작품을 만들어야겠다. 그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어요. GQ 코미디에 예술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던데, 그 둘은 어떻게 연결지어 생각해요? YJ 첫 번째는 ‘터부’에 관한 거예요. 요단강처럼 건너가면 안 되지만, 가까이는 가야 하는 ‘선’이라는 게 있죠. 예술이라면 터부를 자꾸 건드리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터부를 건드리면서 서로 대화하고, 싸우기도 하고, 소통을 일으키면서 풀 수 있는 실마리가 되기도 하죠. 그게 예술이라서 가능한 일 같아요. 음악이든, 미술이든, 코미디든, 즐거움이나 화려함으로 진지함을 조금 희석시킬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처음 시작한 것 중 하나가 ‘한사랑 산악회’였어요. 당시만 해도 유튜브에 ‘산악회’를 검색하면 1백 퍼센트 불륜 이야기였는데, 실제로 우리 주변 삶은 그렇지 않잖아요. 터부를 건드리는 일에 겁을 내기 시작하면 칼이 무뎌지는 거고, 반대로 터부를 훌쩍 넘어 사람들의 원성을 사면 그것 역시 감이 무뎌진 거죠. 저희는 무뎌지지 않은 채로 천천히 가려고 해요. https://www.gqkorea.co.kr/2023/05/26/%ec%9d%b4%ec%9a%a9%ec%a3%bc-%ea%b8%b0%ec%a1%b4%ec%97%90-%ea%b0%96%ea%b3%a0-%ec%9e%88%ec%a7%80%eb%a7%8c-%ec%95%8c%eb%a0%a4%ec%a7%80%ec%a7%80-%ec%95%8a%ec%9d%80-%eb%a9%b4%ec%9d%84-%ec%a1%b0%eb%aa%85/

이용주 "기존에 갖고 있지만 알려지지 않은 면을 조명하려고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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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주 "기존에 갖고 있지만 알려지지 않은 면을 조명하려고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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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1일 오후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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