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입니다. 1849년 이스트 엔드에 카를로스 해로드가 설립한 식료품점으로 시작해 세계 최대 규모의 럭셔리 백화점이 된 영국의 헤롯(Harrods), 1852년 프랑스 파리에서 개장한 르 봉 마르셰(Le Bon Marche) 그리고 미국의 메이시스까지 산업화시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채널로서 백화점은 절대적인 공간이었습니다. 헤롯의 모토인 ‘Omnia Omnibus Ubique‘ - All things for All people, Everywhere, 모든 곳에 있는 모두를 위한 모든 것이라는 말처럼 백화점이란 백가지 상품이 한곳에 모두 모여 있다는 편집샵과 같은 의미였습니다. 모든 주요 도시의 거리에는 백화점과 아뜰리에 매장들이 가득했던 시기가 있었죠. 2010년대 이후 백화점은 위기의 시기를 겪었습니다. 위기의 백화점 시대에 수없이 많은 백화점들이 온라인 커머스의 성장과 시장환경 변화 속에서 매출감소와 폐업의 위기에 이르게 됩니다. 특히 2020년 코로나 팬데믹과 더불어 113년 역사의 미국의 대표적인 고급백화점 니먼마커스 그룹은 파산보호 신청을 했습니다. 코로나가 끝나면 나아질까요? 얼마전 일본의 시부야 도큐백화점 본점이 폐업하는 날 많은 이들이 이를 기억하고 추억하기 위해 방문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코로나의 문제라기 보다는, 유통 환경과 소비자의 욕구가 바뀌어 버린 가운데에 코로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거죠. 모든 제품이 다 있다는 백화점의 강점은 인터넷이라는 비할 수 없는 기술로 인해, 이제 백화점은 근본적으로 고객과의 관계를 재정의 해야만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생존 및 재정의를 위해 백화점들은 다양한 시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영국 헤롯 백화점의 시도가 참 재미있습니다. 지점을 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헤롯이 2019년말 첫 변화를 시작했죠. 영국 옥스퍼드셔 헨리온템스. 런던에서 서쪽으로 60여㎞ 떨어진 작은 도시인 이곳에는 ‘h카페’가 들어서며 인근 주민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h카페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백화점'이라는 별명이 붙은 런던 헤롯 백화점이 처음으로 낸 단독 카페이기 때문입니다. 2층 규모로 자리잡은 이곳에는 매일 아침 7시가 되면 헤롯 식품관에서 공수된 베이커리와 차, 초콜릿 등이 도착해 진열대를 채웁니다. 한국에서도 갤러리아 백화점이 기존의 고객서비스에서의 차별화를 위해, VIP라운지인 메종갤러리아를 주택가에 만들고 100% 예약제로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롯데백화점 동탄의 샵16에는 각 브랜드의 제품이 사이즈별로 1개씩만 있습니다. 매장을 찾은 고객들은 옷을 입어보고 모바일로 주문, 결제한 뒤 빈손으로 돌아갑니다. 제품은 온라인 쇼핑을 하듯 1~2일 내에 집으로 배송됩니다. 장바구니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온•오프라인 쇼핑의 장점을 결합시켰습니다. 소비자들의 쇼루밍(오프라인에서 물건을 확인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방식) 패턴을 위해 백화점이 물건을 파는 방식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죠. 일본에서는 오프라인 공간의 니즈가 있는 개인이나 D2C기업에게 공간을 제공하고 운영해주는 서비스 모델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RaaS(retail as a service)는 소위 리테일을 서비스로 만들고 소매 매장에 필요한 공간과 직원 인프라를 패키지화하여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미국의 네이키드 리테일, 네이버후드 굿즈 백화점 등에서도 선보이고 있지만 가장 보수적이라는 일본 백화점의 변화도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2021년 9월 소고 세이부백화점에서 등장한 ‘츄스베이스 시부야’ 역시 브랜드와 제품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설계됐습니다. 특히 재미난 점은 뉴욕의 스토리처럼 일정기간마다 테마를 정해 전시, 큐레이션을 한다는 점입니다. 다이마루 백화점의 ‘아스미세’의 경우 쇼루밍을 위한 D2C 쇼룸으로 설계된 매장입니다. 물건의 재고라는 개념이 없는 공간이죠. 백화점이라는 신뢰도와 온라인 구매라는 소비자의 행동패턴을 반영한 리테일 형태입니다. 한국 최초의 매머드급 백화점 더현대서울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지하 2층의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입니다. 이곳은 팝업이 주된 공간이죠. 2년간 170여개 이상의 팝업을 통해 끊임없이 정보를 발신하고 공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쉽게 지루해하는 MZ들을 끊임없이 공간에 재방문하도록 기획됐다는 점이 재미있는 변화입니다. 지난해 더현대 서울은 팝업을 통한 매출만 연간 150억원을 달성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더현대 서울은 팝업스토어를 ‘엔진’이라고 표현합니다. 새로운 트렌드의 발신지 역할을 하면서 고객을 끌어당기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이곳에 세개의 엔진이 있어 낙수효과가 상당합니다. 팝업스토어 주변 브랜드 중에는 매출이 두배 가까이 증가한 곳들도 꽤 됩니다. 이제 백화점이라는 채널은 기존의 모든 재화를 모아두었다는 관점에서 벗어나 큐레이션하고 정보를 발신하는 단계로 변화를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물리적인 재화의 공급과 교환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서비스업으로서의 누구를 위해 어떤 쇼핑경험을 제공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합니다.

오프라인 백화점 비지니스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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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9일 오전 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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