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잘 찍은게 아니다...반가사유상 인증샷 놀라운 비밀 [더 헤리티지]
n.news.naver.com
01 . 그동안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에 대한 기획 과정이 참 궁금했는데 중앙일보에서 [더 헤리티지] 코너를 통해 특집 기사를 다뤄주었습니다.
2021년 11월에 '사유의 방'이 오픈한 이후 지난달까지 무려 131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이 장소를 찾았다고 하죠. 저는 이 공간을 설계한 원오원아키택츠의 최욱 대표님도 대단하다고 느끼지만 클라이언트이자 국립중앙박물관을 책임지고 있는 민병찬 관장님의 주문이 새삼 놀라웠습니다.
02 . '반가사유상 두 점만 단독 공간에 전시해달라', '유리 없이 노출하되 두 불상이 우러러 보였으면 좋겠다.'
이 두 가지 주문이 반가사유상이 놓일 공간에 대한 요청이었던 거죠. 첫 번째 주문이야 그리 어렵지 않게 풀 수 있다고 하지만 두 번째 주문은 아마도 엄청난 고민을 불러일으키는 난제였을 겁니다.
03 . 최욱 대표님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어린 시절 소극장을 다니던 경험을 토대로 반가사유상을 만나는 길부터 진열 면적과 높이, 타원형 무대의 기울기, 테두리의 조명, 불상에 대한 시선 처리 등을 모두 고려해 지금의 '사유의 방'을 탄생시켰습니다. 심지어 인증샷이 중요한 요즘 사람들을 위해 불상을 담는 카메라 프레임에 다른 사람이 정면으로 잡히는 일이 거의 없도록 설계하는 디테일함까지 연출해냈죠.
04 . 저는 좋은 질문과 고민을 가진 클라이언트가 좋은 해답을 찾는 방향을 제시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에도 글로 풀어낸 적이 있지만 저 역시 프로젝트를 할 때 '아유~ 저희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전문가들이 알아서 해주셔야죠'처럼 아무런 주문을 담지 않거나, 반대로 '다른 곳은 이렇게 저렇게 하던데 우리는 또 요렇게 고렇게 해서 트렌디한 느낌이 물씬 나되 클래식한 가치가 묻어나도록 해주시면 좋겠습니다'와 같은 복잡다단한 주문을 담는 극과 극의 형태와 자주 마주칩니다. 사실 그 무엇도 문제를 푸는 사람에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한쪽은 방향이 없고, 다른 한쪽은 가보지도 않은 길을 골목 하나하나까지 미리 그려놓은 형국이니까요.
05 . 그래서 프로젝트에 대한 미션을 줄 때는 질문 자체를 기획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디까지를 방향성으로 제시할 것인지, 무엇을 그들에게 맡길 것인지, 최종 결과물을 봤을 때 느껴지는 감정이나 얻어지는 이점은 무엇인지, 그게 프로젝트 전반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한 번 고민해 보는 거죠.
06 . 저는 이 기사를 두 번 정독했습니다. 그리고 민병찬 관장님의 주문과 최욱 대표님의 설계를 찬찬히 정리해 기록해 뒀죠. 이 공간이 세상에 선보일 때부터 무척 좋아했지만 뒷이야기를 듣고 나니 더 애정하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언젠가 좋은 주문에 대한 고민이 다시금 깊어질 때면 제가 메모한 내용을 재차 펼쳐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그전에 '사유의 방'을 한 번 더 다녀와야겠군요. 기획의 의도와 설계 과정을 알았으니 이제 다시 새로운 관점으로 그곳을 즐길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이미 회원이신가요?
2023년 11월 27일 오후 3:24
1
... 더 보기‘훌륭한 데이터 분석가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