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찰리 멍거와 빈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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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빈대가 출몰했다. 여기저기 난리가 났다는 뉴스가 많다. 화성에 사람을 보내려는 시대에 빈대라니.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태운다'처럼 빈대는 속담에서만 존재하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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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도 끝난 2023년에 갑자기 왜 빈대가 늘어났을까? 하필 왜 지금일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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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알고 보니 '지금'이 아니었다. 지금 갑자기 증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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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에서 빈대 이슈를 다뤘다. 해충 전문가 교수가 말한다. 빈대가 늘어나기 시작한 건 10년 전이다. 2010년부터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빈대가 꾸준히 늘고 있었다. 즉, 갑자기 발생한 이벤트가 아니다. 다만 언론에서 지금의 아젠다로 다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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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빈대보다 더 무서운 건 '아젠다 세팅'이다. 지금 빈대 이슈가 중요하다고 정의하는 일이다. 미디어가 말한다. 바로 지금 여기, 당신은 이 사실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모르면 큰일 난다. 어서 관심을 기울이라 한다. 불확실성과 공포 앞에서 초연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모든 뉴스에 즐거운 소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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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미디어의 영향력은 예전 같지 않다. SNS와 미디어에 수많은 채널들이 생겼다.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고 전할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내 시간과 관심의 총량은 여전히 같다. 탐내는 사람들은 훨씬 많아지니 내 관심을 지키는 일은 점점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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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관심을 가져가는 다른 이벤트도 있다. 사람이 부러 의도하지 않는 사건이나 사고다. 유명인의 죽음도 포함된다. 얼마 전 찰리 멍거 할아버지가 99세로 돌아가셨다. 긴 생애 동안 많은 이들에게 많은 깨달음과 영향력을 주셨다. 평화와 안식을 빈다. '가난한 찰리의 연감'의 번역을 허락해 주셨다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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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는 찰리 멍거를 추모하고 애도하는 글이 많다. 더 이상 오하마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음을 아쉬워한다. 더 늦기 전에 내년에 워런 버핏을 보러 가겠다는 글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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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멍거의 죽음은 그의 영향력을 쫓던 사람들의 관심을 붙잡았다. 찰리 멍거가 살아있던 얼마 전과 별세한 지금, 그들에게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무얼 깨달았을까. 또 그 변화는 얼마나 갈 수 있을까. 관심은 쉽게 빼앗기지만, 그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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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의 출현과 찰리멍거의 죽음 모두 우리의 관심을 붙잡았다. 하나는 관심을 끌기 위한 '의도'에서 시작했다. 다른 하나는 목적 없이 '자연히 발생한' 사건으로 우리의 관심을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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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는 그들에게 중요한 것을 우리에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정작 우리는 반대의 삶을 산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들을 평소에는 중요하다 여기지 못한다. 그리고 어떤 트리거로 인해 깨닫는다. 하지만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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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이 소중한 시대다. 눈뜨고 코 베여도 모른다. 쓸데없는 일에 관심을 빼앗기기는 쉽다. 그래서 중요한 걸 알아채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원하는 곳에 관심을 두고 아젠다를 스스로 세울 수 있는 삶이 행복이다. 스스로 육하원칙을 정하는 삶을 살고 싶다.


찰리 멍거와 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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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30일 오후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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