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결심의 가치[정도언의 마음의 지도]
동아일보
매년 반복하지만 이미 알고 있습니다.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날 것임을. 한번에 너무 많은 것을 결심한다면 지키기 어려울 겁니다. 3가지 정도가 딱 좋습니다.
결심은 소소할수록 유리합니다. 구체적이고 만만하니 별다른 계획이 필요 없습니다. 소소한 목표를 달성하면 자존감과 자신감도 높아지니 한번에 두 가지 효과를 얻습니다.
거창한 결심이 쉽게 빨리 무너지는 이유는 목표가 너무 커서 실행 계획을 세세하게 세우기가 어려워서입니다. 소소한 성취는 훈련용으로 효과가 큽니다. 반면 거창한 목표는 중도에 포기해도 경험한 바가 남아서 장차 도움이 됩니다.
결심은 새해 첫 주일이 끝나기 전에 세워야 유리합니다. 그렇게 해야 온 세상이 새해를 외치는 집약된 에너지를 충분히 잘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기간을 지나쳐도 에너지를 모을 수 있다면 언제든 상관은 없습니다.
설령 작심삼일로 끝나도 에너지만 확보하면 추진력이 생기니 의지가 약하다고 자신을 책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마음이 평안해야 이룰 수 있습니다. 사흘마다 결심하기를 되풀이하면? 올해 내내 결심을 유지할 수도 있겠습니다. 진담 반 농담 반 이야기입니다.
담배 끊기, 체중 줄이기, 술 멀리하기 같은 목표만이 새해 결심할 대상은 아닙니다. 마음 챙김도 훌륭합니다. 업무에 덜 시달리고 다른 사람 이야기를 잘 듣고 내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게 된다면 대단한 일을 이룬 겁니다.
추가로 올해는 어떤 것은 하지 않겠다는 결심도 해보길 권고합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신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해야만 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고민해왔다면? 올해 그런 성향을 고친다면 삶의 수준과 행복이 확 올라갈 겁니다. 할 권리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지 않을 권리도 찾아야 합니다.
무엇을 얻겠다는 삶만을 살아왔다면 올해는 무엇을 버리겠다는 결심도 해보시길 기대합니다. 물건이든 사람과의 관계이든 간에 정리할 시점을 놓치면 삶이 팍팍해집니다.
새해 결심은 반드시 이루어야만 할까요? 그냥 편안하게 생각하십시오. 올해 연말이 되어 한 해를 되돌아볼 때 목표를 이루지는 못했으나 성찰하고 깨달음을 얻은 기회였으며 결심을 지탱하는 자세를 익혔다고 판단한다면, 한 해를 우등으로 졸업한 겁니다.
성취 확률을 높이려면 처음부터 무엇을 왜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를 곰곰 따져봐야 합니다. ‘무엇’은 목표, ‘왜’는 가치, ‘어떻게’는 방법입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봅시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인가? 아니면 남들의 기대에 따르려는 것인가? 가치에 비하면 너무 큰 희생이 따르는 것은 아닌가? 소망이 진심이 아니라면 무의식이 방해해서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결심한 바를 실행할 때 불안하거나 우울하면 방해를 받습니다. 포기한다고 해서 감정 상태가 저절로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낙담과 실의로 이어진다면 마음고생이 더 심해집니다. 힘들어도 극복하려면 믿을 만한 상대를 찾아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힘들 때 하는 의논은 누구에게도 창피가 아닙니다.
새해 결심은 미완인 상태로 마무리를 지어도 아무런 결심도 안 했던 것보다 백번 낫습니다. 겪으면서 배우고 깨닫는 것이 늘 있습니다. 새해 결심의 결과물을 단순히 성공 또는 실패로 나누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결과보다 오히려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궁극적으로 새해 결심의 가치는 ‘거짓 나’가 아닌 ‘참 나’를 찾는 주도적 삶을 살도록 하는 겁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사람을 기르는 겁니다. 올해 힘들어도 너무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새해는 앞으로도 매년 줄줄이 이어질 예정이니 힘들어도 소신껏 살아보시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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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9일 오후 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