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콘텐츠]제작비 1000억·출연료 10억…거품 꺼지자 투자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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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시장에 곡소리가 난다. 굵직한 상업영화를 25년 넘게 만든 중견 제작사 대표는 “투자가 막혀 제작 일이 끊긴 적은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심상치 않은 위기감이 느껴지는 말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K콘텐츠는 전성기를 맞았다. 시장이 커지면서 너도나도 제작에 뛰어들었으나, 거품이 빠지면서 제작이 급감하고 돈줄이 말랐다. 왜 그런 걸까.
투자 급감→제작 편수 3분의 1토막
영화가 완성되고도 개봉을 못 한 채 창고에 쌓여가고, 드라마는 편성을 잡지 못해 표류하고 있다. 28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자료를 보면 K콘텐츠가 대호황이던 2022년 OTT 플랫폼과 국내 방송사를 통해 공개된 한국 드라마는 역대 최다인 141편이었다. 하지만 2023년엔 123편으로 축소됐고, 올해는 100편 남짓 공개될 전망이다. 해외 OTT 작품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국내 방송사와 토종 OTT 작품 편수는 줄어드는 추세다.
드라마 평균 제작비는 500억원 정도다. 많게는 600~700억원에 이른다. 10년 전의 2~3배, 최대 4~5배나 올랐다. 영화 제작비는 더 늘어났다. 총제작비가 100억원이 들어가면 ‘대작’이라 평가받던 때는 지났다. 텐트폴 개봉작은 200억~300억원에 이를 만큼 규모가 커졌다. 해외 시장에서 K콘텐츠 위상이 상승한 영향도 있다. OTT 플랫폼 점유율이 높아지며 200억~300억원대 제작비 설정이 가능해졌다. 하반기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시즌2의 제작비는 1000억원에 육박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제작비가 상승한 가장 큰 요인으로 일명 ‘A급’ 배우들의 출연료가 꼽힌다. 촬영장 주52시간제 도입으로 인한 스태프 인건비 상승도 영향이 있겠으나 배우들의 출연료에 비하면 지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해외 OTT 플랫폼이 K콘텐츠 제작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톱배우 A에게 회당 출연료로 10억원 이상 줬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배우 B는 과거 국내 방송사 드라마에서 편당 1억원을 받았지만, OTT에서 5억원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천만영화를 만든 중견 제작사 대표는 “글로벌 OTT 플랫폼이 K콘텐츠에 거대 자본을 투입하며 제작비가 폭등했고 주연배우, 스타 작가만 크게 챙겨가는 이상한 시장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들이 글로벌 OTT 출연료를 기준으로 제시하며 여기에 맞춰달라고 한다. 작품간 제작비 차이가 크지만 맞춰주지 않을 수 없어 난감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제작사 대표는 “업계에 투자금이 순환되지 않는 답답한 상황"이라며 "한두편 흥행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기대해선 안 된다. 중장기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https://v.daum.net/v/2024092807302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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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30일 오전 1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