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규의 소통 리더십] 리더 혼자서만 품은 비전은 꿈이 아니라 욕심
조선비즈
경영학은 처절하게 결과론적이기 때문에 잔인한 학문이다. 경영 성과가 좋을 때 세상은 ‘리더가 원대한 꿈을 가졌기에 회사를 키웠다’고 칭송한다. 반대로 성과가 나쁘면? ‘리더가 과도한 욕심을 부려 회사를 망쳤다’고 혹평한다.
꿈과 욕심은 그만큼 일란성 쌍둥이처럼 구분하기 어렵다. 하지만 둘 중 무엇을 좇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지차이다. 어떻게 해야 욕심과 꿈을 구분해 성공할 수 있을까? 다음 3가지 질문이 핵심이다.
1️⃣혼자냐? 함께냐?
많은 리더가 ‘혼자서만’ 바쁘다. 그리곤 불평한다. ‘부하들은 왜 나 같지 않을까?’ 하지만 혼자서만 바쁜 사람은 리더가 아니다. 그냥 열심히 일하는 ‘일꾼’인 것이다.
결국 리더라는 자리는 남(부하)을 통해 성과를 내는 자리다. 회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리더만 바쁘게 뛰고 있다면 그는 지금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부하들과 ’함께‘ 뛸 수 있을까?
핵심은 소통이다. “기업의 비전은 700번 이상 반복해서 직원들에게 말해야 한다”는 잭 웰치 전 GE 회장의 주장도 결국, 소통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오해하지는 말자. 말이 전부라는 얘기는 아니다.
직원들이 함께 꿈꿀 수 있도록 경영학에서 말하는 ‘3I’ 즉, 인포메이션(Information•정보), 인플루언스(Influence•영향력), 인터레스트(Interest•이익)를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리더 혼자 갖는 비전은 욕심이다. 하지만 구성원들이 함께 공유하는 비전은 꿈이다.
2️⃣가치와 매출, 뭘 중시하느냐?
등산의 목적은 무엇인가? 전문 산악인을 빼곤 대부분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라고 답할 것이다. 등산의 목표는? ‘○○봉’으로 불리는 꼭대기에 올라가는 것이다.
둘 중 뭐가 더 중요할까? 설악산 대청봉(목표)에 올라가기 위해 오른쪽 무릎 연골을 희생하는 바보는 없다. 일반인들이 건강이란 주요 목적을 버리면서 등산할 리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더라는 자리는 묘한 힘이 있어 때로는 목표가 목적을 압도하게 만든다. 리더십에서 자주 드는 예시가 영국인 탐험가인 스콧과 섀클턴의 일화다. 두 명은 두 가지 공통점과 한 가지 차이점을 갖고 있다.
(1)공통점은 두 명 모두 비슷한 시기에 남극에 도전했으며, 또한 남극 탐험에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2)차이점은 스콧은 비운의 실패자로, 섀클턴은 위대한 실패자로 평가된다는 점이다. 이유가 뭘까?
영국 장교로서 자존심이 강했던 스콧은 ‘남극점 최초 정복’이라는 목표에 집착했다. 결국 그의 탐험대 모두는 죽음을 맞게 된다. 반면 섀클턴은 ‘남극 대륙 최초 횡단’이라는 목표를 세운 후 천신만고 끝에 남극 대륙으로 가게 된다. 하지만 남극 도착 후 상황이 악화되자 과감히 목표를 수정한다.
‘남극대륙 횡단’에서 ‘전 대원 무사 귀환’으로 말이다. 썰매 개와 펭귄으로 배를 채우며 634일을 버텨, 탐험대원 28명 전원은 무사 귀환하게 된다. 섀클턴이 위대한 이유는 탐험의 목적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탐험의 핵심은 인간한계에 대한 도전과 인내다.
영하 60도가 넘는 극한의 환경에서 2년을 버텨 낙오자 한 명도 없이 귀환한 그의 인내와 도전에 영국인들은 존경을 표했다. 만약 섀클턴이 목표의 노예가 되어 무리하게 남극 횡단에 집착했다면? 욕심은 비극을 낳고, 결국 스콧에 이어 비운의 실패자로 평가받았을 것이다.
기업이 매출이라는 목표에 집착하는 것은 욕심일 뿐이다. 반면 회사가 제공할 가치라는 목적에 집착하는 것이 바로 꿈이다. 리더의 꿈은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리더의 욕심은 많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3️⃣하고 싶은 것이냐? 할 수 있는 것이냐?
숫자만 봐도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기분이 급격히 우울해지는 학생이 있다. 당연히 수학성적은 바닥권. 이런 학생에게 선생님이 ‘내년 수학경시대회 입상’을 꿈꾸자고 말한다. 이건 누가 봐도 욕심이다. 꿈이라는 것은 내 능력에 맞게 설계되어야 한다.
이런 ‘내 능력’을 경영학에선 기업의 ‘핵심역량(core competency)’이라고 바꿔 부른다. 전략 분야 구루인 게리 해멀 교수가 말했듯이 핵심 역량이란 ‘우리 회사가 잘하는 일’이다. 그러면서도 남들이 모방하기 어려워야 한다. 여기서 그치면 안 된다. 이를 통해 비즈니스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 혼다는 자동차 외에도 오토바이, 소형 비행기, 심지어 잔디 깎는 기계도 만든다. 문어발이라고 비판 말자. 이 제품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작고 강력한 엔진’이 필요하다는 사실. 혼다의 핵심 역량은 결국 소형 엔진을 만드는 기술이다.
‘위대할 뻔’했던 많은 기업이 무너지는 이유가 이것이다. 자신의 핵심 역량과 상관없는 사업에 욕심을 부리기 때문이다. ‘사업 다각화’라는 미명 아래 핵심 역량과 관련없는 일을 벌이는 것은 ‘사업 다각화가 아닌 문어발’이다. 이 경우엔 ‘내가 하면 뭐든 된다’는 리더의 오만과 욕심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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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9일 오전 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