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주제에 감히 ‘시장이 충분히 크지 않아서 실패했다’고 주장하는

1. 규모가 크고 확실하게 자리 잡은 기업들은, 으레 거대한 시장에서 승리하기를 바란다. 이들에게 소규모의 원자 네트워크에서 출발해 네트워크의 힘으로 대규모 성장을 이뤄내는 모델은 비직관적으로 들린다.

2. 하지만 대부분의 빅테크 기업들은 눈길을 끌 자격조차 없을 정도의 작은 시장에서부터 출발했다. (페이스북을 보라. 대기업은 쳐다도 보지 않을 하버드라는 작은 네트워크에서부터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았나?)

3. 페이스북뿐 아니라, 이베이, 우버, 에어비앤비, 틱톡 등 업계에서 가장 큰 네트워크를 만든 회사들은 작은 원자 네트워크에서부터 출발했다.

4. 이들의 초기 네트워크는, 수집품, 부자들을 위한 리무진 서비스, 숙박 공유, 립싱크 뮤직 비디오 제작 등이었다. 이들은 모두 규모가 작은 틈새 시장에서 출발했다. 따라서 전통적인 시장 분석을 적용하면, 절대 규모가 커질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5. 하지만 여기에는 역설이 있다. 거대한 규모의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하는 데 성공하려면, 일단은 작은 규모의 원자 네트워크부터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첫 번째 네트워크에서의 성공을 이용해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6. 이베이는 수집품 분야에 뛰어들어, 다른 분야로 확장했다. 물론 이베이가 창업했을 때 벤처캐피털 기업인 베서머 벤처스는 이렇게 평가했다. “우표? 동전? 만화책? 이딴 걸 수집하는 서비스라고? 뇌가 없나?”

7. 역사상 가장 위대한 벤처캐피털리스트인 프레드 윌슨 역시 초창기에는 에어비앤비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초기 우리는 거실 바닥에 에어 매트리스를 놓은 방이 평범한 호텔방과 무엇이 다른지 이해하지 못했다”

8. 이는 누구나 저지르기 쉬운 실수다. 하지만 어떤 제품의 첫 네트워크가 잘 구축되었다면, 그게 마지막 네트워크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초기 네트워크를 잘 구축한 팀이라면) 인접한 시장과 다른 네트워크를 정복할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9. 그렇게 에어 베드 회사처럼 보였던 에어비앤비는, 호텔 산업 전체를 뒤흔드는 플레이어로 성장했다.

10. (따라서 어떤 스타트업이 실패하면, 흔히 시장이 작아서 실패했다고 분석하는 데 이는 대부분 완전히 틀린 말이다. 스타트업일수록 오히려 더 작은 시장에서부터 시작해 단단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내 더 큰 시장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펼쳐야 한다)

11. (아니, 스타트업 주제에 시작부터 큰 시장을 노리겠다는 것 자체가 웃긴 일 아닌가? 그래서 시장이 작아서 실패했다는 말은, 실패의 이유를 시장에서 찾는 정신 승리에 가깝다)

12. (시장이 작아서 실패한 게 아니다. 작은 분야에서조차 제대로 된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못해서 실패한 것이다)

- 앤드루 첸, <콜드 스타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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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30일 오후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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