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적은 혁신이다. 과거의 것을 모두 바꾸고 새로 세워야 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바빠진다. 조급하게 성과를 빨리 내려고 하면 여기저기 손을 안 대는 것도 없지만, 되는 것도 없다.


속도에 대한 리더들의 조바심은 예전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공자의 제자 자하가 ‘신임 관리자가 명심해야 할 한 말씀’을 청했을 때, 공자가 망설이지 않고 해준 첫마디가 ‘욕속부달(欲速不達)’이었다는 것은 그 방증이다.


“속히 하려 서두르면 달성하지 못하고, 작은 이익을 따지다 보면 큰일을 이루지 못한다(子曰 無欲速 無見小利 欲速則不達 見小利則大事不成).” 당장 눈앞의 성과에 마음이 급해 일을 서두르는 과속증후군을 경계하라는 뜻이다.


공자의 제자 민자건에게 노나라 관리가 장부를 고치려 한다며 의견을 물었다(장부는 노나라의 벼슬명, 귀족의 관저, 재물 창고 등 여러 해석이 있다. 기존 체제, 옛 제도를 뜻함에선 통한다). 민자건은 “옛것을 둔들 어떠하겠소? 왜 꼭 고치려고만 하시오?”라고 했다.


공자는 그 말을 듣고 “그 사람은 쉽사리 말하지 않으나, 말을 하면 반드시 맞구나”라고 평했다고 한다. 옛것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꾸지 말 것을 분별해내는 것도 중요하다.


성경 잠언에서는 “부지런한 자의 경영은 풍부함에 이를 것이나, 조급한 자는 궁핍함에 이를 따름이니라”고 하며 부지런함과 조급함을 구분한다.


존 달리 프린스턴신학대 교수 연구진의 ‘선한 사마리아인 실험’은 시사적이다. 신학생들에게 선한 사마리아인을 주제로 설교하는 일정을 주며, 첫 번째 그룹에는 시간이 촉박하다고 채근했고, 두 번째 그룹에는 중간 정도의 시간, 셋째 그룹에는 시간이 넉넉하다는 언질을 줬다.


이들이 설교를 하러 이동하는 복도에 배우를 배치해서 도움을 요청하는 환자 연기를 하게 했다. 설교까지 하러 가는 ‘고결한 목적’을 가졌기에 이들은 선행을 베풀었을까? 결과는 아니었다. 선행 실천의 주요 변수로 작용한 것은 '시간의 여유'였다.


시간이 촉박하다는 채근을 들은 첫 번째 그룹은 10%만이, 시간이 넉넉했던 그룹은 63%가 환자를 도왔다. 연구진은 “촉박한 시간에 목적에만 쫓기면 중요한 것을 놓치고, 인간의 품격을 액세서리로 취급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욕속부달, 조급함과 부지런함의 결정적 차이는 무엇일까? 부지런함은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이 창대한’ 반면 조급함은 ‘시작은 창대하지만 끝은 미약’하다.


부지런함은 타이밍(시간)에 맞추지만 조급함은 타임(시점)에 맞춘다. 부지런함은 과정이 중요하지만 조급함은 결정만 중요하다. 매일 ‘바꿔, 바꿔, 다 바꿔’를 말하고 있는가? 당신은 지금 부지런함과 조급함을 헷갈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고사성어 리더십] 조급함과 부지런함의 차이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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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 리더십] 조급함과 부지런함의 차이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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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3일 오전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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