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가치를 검증한 뒤 개발한다.

프로젝트 실패를 예방하는 방법


1.  프로젝트 성공이란?

2.  천천히 시작한다.

3.  경영층의 정치적인 욕망을 이해하고 활용한다.

4.  고객가치를 검증한 뒤 개발한다.  

5.  합리적으로 추정한다.

6.  응집력 높은 팀을 만든다.

 

모든 프로젝트는 사용자에게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한다. 그 가치가 사용자가 원하는 것이라면 성공하고, 외면당하면 실패한다. 물론 기획을 제대로 해도 개발과정에서 실패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큰 실패는 개발보다 기획에서 발생한다.  


사용자가 원하지 않는 상품을 완벽하게 개발한 프로젝트 팀원은 억울할 수밖에 없다. 이번 회에서는 ‘사용자가 외면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이유’와 ‘고객가치를 검증하는 사례’ 두 가지를 소개한다. 

 

- 사용자가 외면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이유는?  

성공하는 상품보다 실패하는 상품이 많은 이유는 사용자가 원하는 가치를 찾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많은 프로젝트들이 솔루션 중심의 개발(solution driven development)을 하기 때문에 실패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프로젝트 기획자가 자신이 선호하는 특정 아이디어나 솔루션을 적용하고 싶은 욕망에 빠지면, 실제 사용자들이 겪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를 간과한다. 특정 기술이나 솔루션에 지나치게 몰입하면, 본질적이지 않은 가짜 문제를 진짜 문제로 착각하기 쉽다. 예를 들어, AI 기술에 몰입한 결과 회사 내 대부분의 업무를 AI로 해결할 수 있다고 과도하게 믿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둘째, 진짜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매우 어렵다. 가치 중심 개발(value driven development)을 위해서는 충분한 고민, 관찰, 그리고 여러 번의 시행착오가 필요하지만, 이 과정은 상당한 노력을 요구한다. 그 결과, 미흡하게 정의된 문제를 해결하려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쉽다. 문제와 해결책을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서는 다음 사항에 유의해야 한다.

 

•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답을 찾아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오답을 적용하기 위한 가짜문제를 정의하는 프로젝트가 많다.

• 문제는 고객에게 찾아야 하고, 답은 프로젝트팀이 정의한다. 

• 고객은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고 자기가 생각하는 답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 문제를 찾기 위해서는 인터뷰나 관찰을 해야 하고, 답을 찾는 위해서는 시제품이나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해야 한다.

•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답은 여러 가지가 있다. 

 

사용자가 환영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맞는지 검증해야 하며 이를 ‘고객가치 검증’이라고 한다. 린 스타트업 방법론은 고객가치 검증을 위해 ‘문제 타당성, 솔루션 적합성, 사업성’을 순차적으로 검증한다. 고객가치 검증을 위해 참조할 수 있는 아마존과 디즈니사의 사례를 소개한다. 

 

이하 두 사례는 ‘프로젝트 설계자’에서 간략하게 소개된 것인데 필자가 추가적인 자료조사와 의견을 보태어 정리하였다. 

 

- 아마존의 Backwards Working

아마존의 "Backwards Working" 방법론은 전통적인 기업 중심 개발 방식과 달리, 먼저 고객의 관점에서 문제와 가치를 정의한 후 이를 토대로 역순으로 제품을 개발한다. 즉, 제품을 기획할 때 기업의 내부 의견이나 기술적 욕심에 의존하기보다는, 다음과 같이 고객이 실제로 겪고 있는 문제를 우선 파악하고 그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집중한다. 

 

1) 출시 보도자료(Press Release, PR)를 상품기획 심의 자료로 활용한다.

아마존에서는 상품기획 단계에서 실제 상품이 출시된 것처럼 출시 보도자료를 작성한다. 신문에 보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지 않아야 하며 핵심가치를 요약해서 정의해야 한다. 20페이지의 내부용 상품기획서를 작성하는 것보다 1~2페이지 외부용 출시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것이 더 힘들다. 고객의 진짜 문제를 공감하지 않으면 읽기 힘들고 내용이해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아마존의 상품기획 심의에서는 PPT 자료가 아닌 보도자료를 경영층들이 읽고 토의한다.


아마존은 상품 기획 초기 단계부터 실제 출시된 상태를 가정하여, 외부에 공개할 보도자료 형식으로 기획서를 작성한다. 이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점들을 중점적으로 고려한다.    

 

• 쉬운 용어와 명확한 핵심 가치 표현
 보도자료는 신문에 게재될 정도의 공식 문서이므로, 전문 용어나 어려운 표현을 피하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핵심 가치를 간결하게 요약한다.

 

• 간결함이 주는 강제성
 20페이지 분량의 내부 기획서와 달리, 1~2페이지로 작성된 보도자료는 반드시 고객이 공감할 만한 진짜 문제와 해결책을 담아야 한다. 이 과정은 단순히 내용을 압축하는 것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며, 내용이 미흡하면 고객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공감하기 어려워진다.

 

• 경영층의 보도자료 검토
 아마존은 전통적인 PPT 자료 대신, 보도자료를 통해 경영층이 직접 상품의 핵심 가치를 읽고 토의한다. 이를 통해 내부 의견 조율과 피드백을 받아, 고객관점에서의 가치를 확인한다.

 

 

2) 고객관점 FAQ를 작성한다

아마존은 출시 보도자료와 함께, 고객이 상품 사용 중에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질문들을 예측한 FAQ를 기획 단계에서 미리 작성한다. 기획단계에서 작성할 수 있는 FAQ는 상품 기능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00 기능은 무엇인가요?”라는 식이다. 그러나 실제 상품을 출시하면 “이런 상황인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또는 “이렇게 했는데 더 이상 진행이 안돼요”라는 VoC가 대부분이다. 


기획 단계에서 이러한 VoC를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문제 발생을 방지하는 제품 설계가 가능하겠지만, 핵심은 기획자가 고객이 제품을 사용할 때 겪게 될 경험을 구체적으로 상상해 봄으로써 문제와 그에 대한 해결책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FAQ 작성이 어려울 경우, 다른 사람에게 상품의 기능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예상 질문을 수집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경영진이 참석한 자리에서 형식적인 FAQ만 제시한다면, 상품기획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 픽사의 Brain Trust

영화, 음악, 그림, 소설 등 고객에게 감동이나 재미를 전달하는 창작물의 경우, 고객의 구체적인 문제나 니즈를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다. 최종적으로 결과물이 고객의 호응과 공감을 얻는지에 따라 평가할 뿐이다. 시대별 유행을 고려해도 문제 해결 중심의 상품 기획을 적용하기에는 힘들다.

따라서 이러한 창작 분야의 상품 기획에서는, 먼저 스토리의 윤곽을 구체화한 후 고객의 시각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반복적으로 청취하고 반영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창작물에 내재한 감성적 요소와 시장의 흐름을 동시에 고려하여, 고객이 공감할 수 있는 결과물을 제작할 수 있다.

 

‘인사이드 아웃’과 같은 히트작을 제작한 픽사는 체계적이고 자유로운 스토리 검토 회의를 반복하는 프로세스를 운영한다. 다음과 같은 과정을 통해 영화 스토리가 점진적으로 구체화되고 완성도를 높인다. 

 

1) 영화 스토리 요약서 작성 단계

• 요약서 작성

감독이 약 12페이지 분량의 영화 스토리 요약서를 작성한다. 이 요약서는 영화의 기본 아이디어와 전체 흐름을 담고 있다. 

• 직원 리뷰 및 피드백:

픽사의 모든 직원이 이 요약서를 필수적으로 검토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공유한다. 이 피드백 과정은 여러 차례 반복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스토리의 기초 아이디어가 명확해지고 보완된다.

 

2) 대본 작성 및 리뷰 단계

• 대본 작성

감독과 작가들이 약 120페이지 분량의 대본을 작성한다.

• 리뷰 및 의견 공유

이 대본은 동료들의 리뷰를 통해 점검받는다. 스토리 요약서 단계와는 달리, 리뷰 참여가 필수적이지는 않지만,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의견이 반영된다.

 

3) 스토리보드와 초벌 영화 제작 단계

• 스토리보드 제작

대본을 기반으로 사진이나 그림으로 구성된 스토리보드를 제작한다.

• 초벌 영화 제작

스토리보드에 감독과 프로젝트 팀이 직접 녹음한 대사와 간단한 음향 효과를 추가하여 초벌 영상을 만든다.

• 반복적인 피드백 :

초벌 영화는 픽사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직원들에게 공개되어, 약 8회 정도의 반복적인 리뷰와 수정 과정을 거친다. 최종적으로 관객에게 선보이는 영화는 이 과정을 통해 완성된 9번째 버전이다. 이 작업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도 꽤 크지만 실제 제작비에 비하면 푼돈이다. 

 

이러한 영화초벌 작업이 픽사만의 특징이다.  아카데미상을 받은 <인사이드 아웃>의 주인공은 훨씬 더 다양한 캐릭터들이 있었지만 영화초벌 작업 리뷰과정에서 ‘기쁨, 슬픔, 화’와 같이 단순화되었다.


초벌작업과 같은 프로토타이핑을 반복하면 실제 개발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싼 비용으로 발견하는 장점이 있다. MVP에 기반한 고객가치 검증도 같은 원리이다. 프로젝트 유형은 달라도 본격적인 개발 전에 싼 비용으로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하고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하는 것은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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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삼성 SDS에서 30년동안 경험하고 체득한 교훈을 정리한 책 <슬기로운 PM 생활>을 출간한 소식을 공유합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5148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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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8일 오전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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