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한 유럽 축구리그에는 한국에서 뛰는 모든 축구 선수들의 연봉을 합한 것보다 수십 배가 넘는 돈을 버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이런 일이 왜 가능할까?


인간이 속한 집단의 범위가 엄청나게 커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아시아의 한쪽 끝에 앉아서도 프리미어리그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그들에게는 세계 최고만이 눈에 들어온다. 작은 집단의 재주꾼들은 이제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인류가 원래 그랬던 것은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인류는 자기가 속한 집단에서 다양하고 적당한 재능을 뽐내며 살았다. 어떤 사람은 동굴벽에 그림을 그렸고, 어떤 사람은 무리에서 사냥을 가장 잘하는 전사로 찬사를 받았다.


그들은 몇십 명~몇백 명으로 구성된 집단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제 동네 1등은 어디에도 설 자리가 없다. 정보통신 혁명으로 인간이 속한 집단은 전 세계로 확장됐고 그 결과 세계 최고 재주꾼 몇 명이 세계를 대표하는 시대가 됐다.


중국이든 남미든 아프리카든 전 세계 어린이들은 해리포터 하나에 열광한다. 비슷한 수준의 자국 작가들의 판타지소설은 잘 읽지 않는다. 해리포터가 몇억 부를 파는 동안 재능 있는 자국 작가들은 결국 작가의 길을 포기해야 할 상황에 빠진다.


이것이 코넬대 경제학 교수 로버트 프랭크의 <승자독식 사회이론>이다. 프랭크는 이미 세상은 ‘20:80’ 사회를 넘어 ’1:99‘의 사회로 가고 있다고 정리한다. 그러나 프랭크는 1:99 구조로 된 승자독식 사회가 ‘99’는 물론 ‘1’에게도 꼭 행복한 것만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능력 있고 노력한 사람이 그만한 대접을 받는 거야 지당한 일이지만, 1:99 사회는 결과적으로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1:99 사회는 인간의 재능이 적재적소에 배치돼 기능하는 것을 기형적으로 왜곡시킨다.


그다지 큰 재능을 타고 나지 못한 사람들마저 1%가 되려는 허황된 꿈을 좇아 너도나도 연예계에 뛰어들고, 그렇지 못한 분야는 인력난에 시달린다. 역설적이게도 더 많은 젊은이가 연예계에 뛰어들수록 스타가 될 확률은 점점 더 떨어진다. 그러면 사회는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적 비용을 과하게 지불하는 부담을 지게 된다.


또 하나의 문제는 1%를 위한 지나친 투자가 뒤따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생들은 이제 1%의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 공부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성형수술까지 해야 한다. 그들에게 일상의 행복은 포기해야 할 걸림돌에 불과하다. 지나친 승자독식의 부작용이다.


프랭크는 말한다. “20%가 승자가 되는 사회까지는 자본주의 숙명으로 볼 수 있지만, 1%가 모든 것을 다 갖는 승자독식 사회는 그 1%마저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

[허연의 책과 지성] 1:99 양극화 사회선 결국 1%도 불행해진다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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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20일 오후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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