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다움을 찾는 법 💪💪 최근에 부쩍 <자기다움, 나다움, 나>와 같은 말을 많이 듣는다. 내 관념의 중심에는 늘 '나'가 있고, 나를 알고자 하는 마음과 나를 지키고자 하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오다보니, 나의 메세지는 종종 '끝까지 나답게 살자'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보니 ‘나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본인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뭘 하고 싶은지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당신이 누구인지 대신 답을 해 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어떻게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한 힌트는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첫째, 질문하기 질문 없이 받아들이는 건 정보이지 내 생각이 아니다. 정보는 집단의 공유물이지 나의 사유물이 아니다. 나에게 들어오는 모든 지식과 정보에 질문(혹은 반문) 할 수 있어야 한다. 왜? 정말? 설마? 아닐걸?이라는 질문을 기본으로 깔고, 더 나아가 질문을 구체적이고 날카롭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 부모에게 질문했을 때 귀찮다는 답변을 받다 보면 질문에 대한 호기심을 잃게 된다. 부모가 질문을 차단하고 “넌 몰라도 돼”, “나중에 크면 알게 돼", 혹은 “엄마 말 들어" 와 같은 대화를 나눈다면 아이를 바보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물론 바보 어른의 모든 원인이 부모에게 있는 건 아니다) 수업 시간에 질문하면 선생님 권위에 반항을 한다고 여겨지거나 진도를 방해하는 것으로 취급되는 속에서 자라면 질문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된다. 질문이 “그럼 자네가 해보지"라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질문을 꺼리고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이 된다. 질문할 줄 모르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런 환경에 노출되어 있던 시간이 길어서 일 텐데 그래서 일부러 억지로 질문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나에게 들어오는 모든 외부 입력, 그것이 책이던 타인과의 대화이던 자연현상이던,에 대해 나의 지각 사고가 즉각적으로 왜? 정말? 설마? 아닐걸?이라는 필터를 작동시켜야 한다. 그리고 반문해야 한다. 그것이 정보의 홍수 속에 내 생각을 만들어내는 시작이다. ​ 둘째, 답하기 질문을 할 줄 알게 되었다면 이젠 자기만의 답을 찾고 구체화하는 게 필요하다. 나에게 질문을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나는 종종 반문을 던지는데 그럼 답을 잘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질문도 막연하고 답도 막연한 경우들인데, 그래서 계속 집요하게 파고들어 자신의 생각의 끝을 만나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다운 게 뭔지 모르겠다는 건 나다운 게 뭔지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어서 그에 대해 답을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 “인간은 말을 떠나서 존재할 수가 없어요. 북극의 에스키모에게 낙타라는 말이 있겠어요? 없지. 말이 없으면 사물도 없어요. 거꾸로 낙타가 있는 더운 지방에 눈이 있겠어요? 없지. 눈이라는 말도 없어요. 그러니까 생각이 없는 게 아니라, 말이 없는 거예요. 우리가 언어의 세상에서 산다는 건 중요한 거예요.” - 이어령 인터뷰 중 ​ 나는 이 말에 반은 동의하고 반은 동의하지 않는데, 우주에 내가 모르는 사물은 존재하겠지만 내가 내 언어로 말할 수 없는 내 생각이라는 게 과연 존재를 할까? 언어로 사유되지 않는 생각의 존재에 대해 떠올려 보려고 해도 그것은 타인의 생각이지 내 생각이라는 생각이 도무지 들지 않는다. 물론 누군가의 생각 표현(말이든 글이든)을 보고 ‘그래 내 말이!’라고 탐복하며 어떻게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는지 혹은 내 생각을 그리도 찰떡같이 표현해 놓았는지 싶어 인용을 하기도 하고 필사를 해두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타인의 생각 표현을 감상하고 인용하는 것에 너무 빠지다 보면 그것이 마치 나의 생각인 양 착각을 하게 되는 오류가 생기기 쉽다. 그래서 투박할 지언정 나의 언어로 내 생각을 표현해해는 연습이 쌓여야한다. 책을 읽고 밑줄을 치거나 감상문에 인용글귀들을 골라놓거나 하는 행위로는 내 생각이 정립되지 않는다. 그러니 읽고 보고 듣는 시간을 줄이고, 쓰고 말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 셋째, 집단에 숨지 않기 “인간이 집단이 되면 추상이 된다" - 이어령 ​ 인간은 태어나면서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수많은 집단의 일원으로 규정된 삶을 살게 된다. 국적, 성별, 세대, 인종이 그렇고, 이후 스스로 택한 직업, 취향, 취미 집단들도 그렇다. 그런데 문제는 그 안의 나를 찾아내는 일을 하지 않으면 나는 없고 <구성원1>만 남는다는 것이다. ​ 인간은 두려움이 클수록 집단 속에 숨게 된다. 튀지 않고 중간만 잘 맞춰 살아가면 잡혀먹히지 않는 초식동물처럼. 그리고 취향이 없으면 유행을 따르게 된다. 뒤처질까 봐 불안해서이다. 그렇게 해서 평생 두렵지 않고 불안하지 않은 상태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그 또한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도 있다. (평생을 노력하지 않아도 유복하게 살 수 있다면 행복한가는 잘 모르겠지만…) 하지만 두려움과 불안의 근본은 어디인지도 모르고 따라가는 사람에게는 피할 수 없는 상태이다. ​ 요즘 쏟아지는 용어 중 MZ 세대(M 세대와 Z세대를 묶어서 말하는 건 한국의 특이한 현상이다)의 정의나 대퇴사(Great Resignation)와 같은 흐름이 공감이 되거나 쿨해 보인다면 잠깐 멈춰서 생각해 본다. 나는 Z세대야, 나도 퇴사할 거야.. 가 아닌, 그게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나의 입장을 정립해야 무명의 일인이 아닌 내가 남는다. ​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 <질문하기, 답하기, 집단에 숨지 않기>은 혼자서는 나다움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나라는 존재를 우주의 절대적 선으로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의 존재는 시간 속에서, 사회 속에서, 너와 나의 관계 속에서 규정되는 것이고, 그 관계 속에서 나는 왜 다른지, 나는 어떻게 다른지, 나는 누구인지가 찾아지는 것이다. 끊임없이 말을 하고 글을 쓰고 다른 사람과 생각을 바운싱 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나의 자리가 생기고 내가 찾아진다. 깨짐 없이 껍질을 벗을 수 없다. 모든 일의 시작은 나를 찾는 일에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