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사람들에 왜 그렇게 ‘회고’에 목을 매는지 궁금하다면

스타트업에는 특히나 ‘회고’ 문화가 두드러집니다. 회고 방법론도 다양하고, 별도의 회의 시간을 잡아 함께 생각을 나누는 등, 기존의 문화와는 좀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솔직하고 정리하고 기록에 남기는 것에 집착하죠. 왜 그럴까요? 실리콘밸리의 ‘종특’일까요? 아니면 젊은 사람들이 뭔가 이상한 걸까요? 사실 주기적인 회고 습관이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널리, 오랫동안 알려져왔던 사실입니다. 대표적 사례는 벤자민 프랭클린이 아닐까요. 프랭클린 다이어리가 상품화가 될 정도로, 그는 매주 회고 시간을 가지고 일과를 정리하고 교훈을 뽑아내고 계획을 세우는 습관으로 유명했다고 하죠. 개인이 주기적으로 회고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은 물론 좋은데, 집단 회고는 조금 다릅니다. 첨예한 이해관계, 프로젝트에서 누가 잘했고 누가 못했는지, 왜 성과 달성에 성공했거나 실패했는지를 솔직하게 소통하고 정리하고 기록하는 일은 꼭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은 리더가 관심을 가지고 리드하지 않는다면, 잘 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팀원들끼리 알아서 회고하시고 문서 전달해달라고 하면, 쌓여 있었던 (속에서 불끓는) 이야기를 꺼낼 기회도 없어지고, 문서화 되더라도 실제로 반영될 가능성이 낮아지니, 힘이 빠지게 되겠죠. 몇가지 얘기를 해볼 수 있겠습니다만, 개인 회고와 달리 집단 회고는, 카타르시스를 위한 집단극의 성격이 있는 것 같아요.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은 그걸 털어낼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해요. 팀의 방향이나 소통법, 일하는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은 사람, 즉 답답함을 마음 속에 쌓아온 사람은 그걸 쏟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성장 경험을 했다면 뭘 잘했는지 포인트를 짚어야 합니다. 실패했다면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고요. 즉, 감정의 응어리를 다 쏟아내는 동시에 미래의 행동 방향에 맞게 팀이 몰입할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재정렬하는 준비작업이 바로 회고입니다. 좋은 성과가 났는데 사실 우리가 잘한게 아니라 시장 상황이 좋았거나 얻어걸렸다면 이것도 회고하고 정리해서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하죠. 마음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싹 풀어내고 정리해 한챕터 끝내버리고 다시 달려갈 준비를 하는 일. 인간의 일상에는 리듬이 중요합니다. 인간의 뇌구조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은 시작하고, 실행하고, 마무리해서 뭔가를 성취하기 원합니다. 백날 같은 일 루틴으로 하거나 뭔가 변화하는 것 같은데 의식(ritual, recognition)없이 지나간다면, 반쯤 졸면서 타성에 젖어 일상에 임하게 될 겁니다. 이건 어쩔 수 없어요. 인간의 본성이랄까요. 탄력적인 리듬을 가진 흐름이 중요합니다. 뜨겁게 시작해서 효과적으로 실행하고 멋지게 마무리하는. 응어리 다 풀었고 도움 되는 얘기 했고 잘한 것들 칭찬하고 칭찬받으며 팀이 더 강해진다고 봐요. 인간의 삶의 많은 부분이 퍼포먼스입니다. 모든 과거를 기억할 수 없기에, 선택적 과거의 기억과 감정을 미래의 계획에 반영하죠. 감정을 외재화, 현실화, 저장하는 양식이 퍼포먼스고요. 리더는 퍼포먼스의 귀재여야 한다고 봅니다. 불을 끓게 만드는 말과 행동. 막힌 지점을 확 뚫어주는 인사이트. 이걸 팀 수준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회고죠. 인간들이 회고에 그렇게 목을 매는 이유는 이것입니다. 물론 지나치게 방법론 디테일에 집착하는 부분도 있다고 봐요. 핵심은 카타르시스 경험을 하는 것이지 실리콘밸리의 모든 멋져보이는 회고 방법론을 따라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저도 일상에 회고를 다시 도입해볼까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또는

이미 회원이신가요?

2023년 2월 26일 오전 8:42

 • 

저장 136조회 7,357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