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하기 편한 사람을 목표로 삼지 말아요

“오, 너무 좋아요. 그럼 제가 00를 이렇게 해서 00까지 전달해드리면 될까요?” “저는 00를 고민해보고 00 아이데이션해서 00랑 얘기해볼게요. 00까지 드리면 될까요?” 떠오르는 사람이 있으실 거에요. 함께 일하기 편한 사람이 있죠. 그는 일의 흐름을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오늘은 함께 일하기 편한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가 되면 안된다는 주장을 해보려고 합니다. 결국 리더입니다. 다들 아시죠? 비전을 수백명이 함께 만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키메라 같은 요상한 것이 나올 거에요. 수천명이 함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수는 없어요. 결국 비전, 비즈니스 모델, 전략을 설정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리더이며, 리더가 신뢰하는 소수의 코어 팀에서 방향 설정이 되어야 하겠죠. 민주주의가 포퓰리즘으로 치닫는 것은, 모두의 의견을 받아들여 정치 공동체의 운명을 결정하자는 이상이 현실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이겠죠. 함께 일하기 편한 사람으로 팀을 채우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어차피 리더의 비전과 방향대로 일이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쓸데없는 마찰과 저항은 정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죠. 주관이 매우 강한 편이어서 전에 몸담았던 팀에서는 의견을 강하게 내보기도 하고 반대 의견이나 찬물을 끼얹는 얘기도 했습니다만, 경험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어차피 안돼요. 인간은 다른 사람의 말로 설득되지 않습니다. 보여주고 몸으로 경험하게 해도 설득될까 말까이며, 결국 리더는 자신이 창업한 이유와 자신이 가진 비전,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의사결정을 하게 될 겁니다. 모두의 의견, 모두의 저항, 모든 마찰을 다 듣고 수백명을 만족시키는 리더는 리더의 자질도 없고 실패할 거라고 봅니다. 갈수록 속도가 중요해지는데, 1년 내내 회의만 할수는 없겠죠. 특히 주니어라면, 그래서 알딱짝깔센으로 팍 알아듣고 확 실행하고 팀에 필요한 아이디어, 실행력, 그리고 에너지를 제공하는 역할이 좋다고 봅니다. ‘닥치고 실행하는’ 것이 훨씬 더 나은 위치, 역할, 시기가 있다고 봐요. 몸으로 경험하면 훨씬 빨리 배우니까요. 여기까지가 받아들이기 쉬운, 정론일 겁니다. 정론과 반대되는 이야기도 좀 해보죠. 팀의 사이즈나 업계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모두가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습니다. 다른 맥락에 있는 사람들과 얘기를 해보면 내가 얼마나 심각한 버블에 빠져서 살고 있는지를 깨닫게 되죠. 근데 여기서 버블을 벗어나야 한다는 결론이 나와선 안됩니다. 버블을 벗어날 순 없어요. 버블의 사이즈를 더 키우는 것만이 현실적인 답입니다. 인간이 가진 호기심, 관심, 주의라는 자원은 무한하지 않으며, 아무런 관심이 없는 내용을 때려박아봐야 전혀 효율도 성과도 나오지 않습니다. 호기심을 키워 버블을 더 키워나가야겠죠. 근데 이 과정은 오래걸립니다. 바로 성과를 내야 하는데 서로 다른 생활권에 살고 있으며, 상상하는 페르소나가 다르며, 따라서 상상하는 기획의 모양새도 다르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서로 버블을 섞으며 오버커뮤니케이션해야되겠죠. 이런 레퍼런스 아세요? 이 프로덕트에선 이런 기획을 했어요. 이 세대는 요즘 이런 것들을 좋아한답니다. 여기는 또 이렇게 분위기가 다르고요. 변화가 빠르며, 다수의 페르소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큰 기획을 하고자 한다면, ‘함께 일하기 편한 사람’은 오히려 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실행해서 결과를 얻어내 학습하는데는 도움이 되는데,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아이데이션과 기획 단계에서는 마찰과 저항을 일으키는 다른 아이디어를 내지는 않으니까요. 우리 팀에 도움이 되지만 약간 다른 아이디어를 어떻게 제시할 것인가? 어떻게 기획을 매력적으로 다듬기 위해서 실제로 실행 가능한 인사이트, 레퍼런스, 기획을 제안할 것인가? 너무 다르고 딴소리라서 팀의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생기지 않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주니어라면 함께 일하기 편한 사람을 목표로 잡아도 되겠죠. 하지만 자신이 잘 아는 분야가 생기고 아이디어를 내서 받아들여지는 단계가 된다면, 저항과 마찰이 없이도 조금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겁니다. 나중와서보니 그 단계에서 그 사람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면 우리 성과가 더 작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그런 아이디어. 물론 그래도 결국 흐름과 방향은 리더가 설정하는 것이며, 결국에는 리더의 기대치, 수준, 방향에 맞는 것이 나오게 되어 있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프로젝트가 잘 안되면 무조건 거의 다 리더탓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이런 이유죠. 누군가 일을 못했거나, 누군가 저항했거나, 누군가 큰 실수를 했거나, 등등 문제가 있다면, 이를 예측하지 못하고 대응하지 못하고 흐름을 만들지 못한 리더 탓으로 봐요. 왜냐하면 팀원들은 다 책임지지 않고 빠져나갈 것이거든요. 시야가 좁기 때문에. 근데 이건 어쩔 수 없어요. 팀원이라 시야가 좁고, 시야가 좁아서 팀원이잖아요? 시야가 넓고 일을 더 잘했으면 여기서 팀장을 하거나 다른데 가서 팀장했겠죠. 최근에 ‘리더를 관리하기Managing Up’라는 표현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직관적이고 의미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했어요. 팀원이라고 수동적으로 손 놓고 있지 말고, 다른 생각이 필요할 때 의견을 제시해야 성과가 날 것 같습니다. 변화가 너무 빠르고, 한 사람이 다 알기에는 너무나 큰 시장인 것 같거든요. 함께 일하기 편하면서도,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내주는 사람, 리더를 적극적으로 도와 더 강력하게 리드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 팀에는 이런 사람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들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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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11일 오전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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