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본다는 얘기는 오래 전부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회자되어 왔다. 큰 것에는 신경쓰지 않으면서 사소한 것에 집착하고 논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본말이 전도되는 모든 현상을 통칭한다. 조직의 리더라면 당연히 조심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런 현상들이 도처에서 눈에 띄는 이유는 무엇일까? 리더의 방향과 구성원들이 원하는 방향이 일치하지 않을 때, 상식적으로 대화와 타협을 찾는다. 그때 최종 결론에 어느 한쪽의 주장이 더 많이 반영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리더가 추구하는 방향이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분명한데, 조직의 구성원들이 원치 않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시건대학의 심리학자 샬린 케이스(Charleen R. Case) 교수가 이에 대한 흥미로운 실마리가 되는 연구 한 편을 2018년 발표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한 명씩 빈 방에 들여보냈다. 그리고 같은 팀으로 활동해야 하는 3명의 다른 참가자들 역시 각각 다른 방 3개에 한 명씩 들어가 있다고 알려준다. 그리고 복잡한 퍼즐 문제를 푸는데 있어서 참가자들 중 누가 리더를 해야 하는가를 물어본다. 리더의 역할은 그 문제를 푸는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다. 오직 리더만이 어떤 전략이 가장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는지와 다른 멤버들은 어떤 전략을 원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받는다. 물론 일종의 몰래카메라였다. 사실 모든 참가자들이 리더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구진은 여기서 두 개의 상황을 나눈다. 바로 공개 조건(Public Condition)과 비공개 조건(Private Condition)을 두는 것이다. 공개 조건(Public Condition)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자신, 즉 리더가 결정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다른 모든 멤버들이 알게 된다고 명시한다. 반면 비공개 조건(Private Condition)에서는 최종 결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다른 멤버들이 알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준다. 연구진은 리더가 전략을 선택하기 전에, 다른 멤버들이 원하는 전략은 최선의 전략이 아니라고 알려준다. 그리고 참가자인 리더들은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을 묻는 질문지를 받는데, 이 질문지를 통해 본인이 존경과 신망 혹은 권위와 파워 중 어디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그 결과, 공개 조건과 비공개 조건에서의 실험 결과가 확연하게 차이나는 걸 알 수 있었다. 비공개 조건(Private Condition)에서는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이 무엇이든 참가자들이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는 전략을 주저 없이 선택했다. 하지만 공개 조건(Public Condition)에서는 존경과 신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최선의 전략보다는, 다른 멤버들이 원하는 전략을 선택하는 경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존경과 신망을 중시하는 리더나 그런 요인들이 중요시되는 상황에서, 리더는 최선의 결과를 이끄는 행동을 취하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우리가 주위에서 실제로도 많이 보는 현상이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는 것은 단 한번의 실험에서는 이런 결과가 일어나지만, 연속되는 실험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즉 이미 몇 차례 다른 멤버가 원하는 선택을 한 경우에는, 신망과 존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리더라고 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 타인들의 뜻을 거스르고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는 전략을 선택하는 경향이 점점 증가했다. 이러한 결과가 리더십에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별로 중요하지 않거나 조직의 명운을 가르는 결정적인 사안이 아니라면, 평소에는 조직 구성원들의 뜻을 따라주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조직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차대한 순간에는 리더가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경향성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수많은 리더들이 마땅히 해야 할 것과 구성원들이 원하는 것이 일치하지 않을 때 갈등과 고민을 하게 된다. 권위와 힘만 추구하는 리더는 이제 전근대적인 인물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존경과 신망을 원하는 리더라면 다수의 사소한 사안들에 너그럽게 져주고, 가장 중요한 몇 가지에서 반드시 자기 뜻을 관철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그 반대로 행동해서 자신과 조직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리더들을 너무나도 많이 봐 왔다. 사소한 여러 가지에서는 끝내 이기려 하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직원들의 뜻을 따른다며 책임을 떠넘기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Leadership] 왜 사소한 것에 져줘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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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23일 오전 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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