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과 경력을 뽑는 이유

최근 외부에서 업무를 보다가 “왜 경력을 뽑으시다가 신입을 뽑게 되신 거에요?”라는 질문을 들었다. 기업의 생애 주기별로 인사정책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막연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에 대해 질문을 받으니 굉장히 어버버한 답변이...😥(분명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기왕 이렇게 된 김에 정리해보니 기업을 구성하는 인원들을 총 세 분류로 나눌 수 있었다. 첫째, 머리(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판단해주는 리더급 인원들이다. 신체 각 기관의 감각과 정보를 모아 뇌가 명령을 내리듯이, 기업의 머리에 해당하는 리더급 인원들도 각 부서의 정보와 외부의 정보를 모아 전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판단하며 행동할 수 있도록 명령을 내린다. 이런 머리(뇌)가 없거나, 혹은 병들면 어떻게 될까? 가장 처음 떠오르는 건 생존이 어려울 것이다. 뇌사상태에 빠지게 되면 판단과 명령을 내릴 수 없으니 몸은 움직이지 못한다. 생존에 필요한 음식을 먹을 수도 없고 위험으로부터 몸을 피해 달아날 수도 없다. 알츠하이머 등 뇌에 병이 온다면 뇌사상태보다는 나아도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 기업이 올바르게 갈 수 있도록 판단을 내리고 적시에 행동할 수 있게 명령을 내리는 일들, 우리 신체기관에서 머리(뇌)가 하는 일처럼 기업에서 리더급 인원들이 해야 하는 일이다. 기업의 생애 주기에서 사람에게도 뇌가 가장 먼저 생기듯이, 기업의 첫 시작도 바로 리더급 인원부터 시작한다. 기업이 한 주기를 넘어갈 때(창업기에서 성장기, 성장기에서 성숙기로) 뇌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중간에 영입하는 때도 잦다. 둘째, 허리와 몸통, 주춧대가 되어 기업이 균형 있게 유지될 수 있게 만드는 중간관리자급 인원들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뽑는 경력직은 이들이다. 머리가 무너지지 않도록 든든하게 받쳐주고 팔과 다리가 올바르게 작동될 수 있도록 한다. 중요한 코어인 심장을 보호하는 것도 이들의 역할이다. 이런 허리와 몸통이 없으면 머리와 마찬가지로 생존은 어렵다. 가장 중요한 코어인 심장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병들게 된다면 똑바로 판단할 수 있는 머리, 움직일 수 있는 팔, 다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바로 걷지 못하고 기어갈 수밖에 없다. 팔과 다리가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똑바로 서서 걷는 사람과 속도 차이가 분명히 난다. 머리도 앞을 바로 보지 못하고 바닥을 보거나 낮은 곳만 볼 수밖에 없다. 기업으로 따지면 이들이 부재했을 때, 성장이 느려진다는 것이다. 기업의 생애 주기에서 창업기인 초창기에는 이들이 팔과 다리 역할도 같이 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 더 높은 성장이 요구되는 창업기와 성장기 중간에 이들을 코어에 집중하게 하거나 추가로 채용해 보강하기도 한다. 보통 낮은 J커브를 한번 겪은 후, 또는 그 직전, 새로운 코어(사업)를 세워야 할 때에 채용이 가장 많이 이뤄진다. 셋째, 팔과 다리, 뼈와 근육으로 기업이 실제 행동할 수 있게 만드는 실무자급 인원들이다. 실제로 움직이는 역할을 한다. 뇌의 판단과 몸통의 지지력을 바탕으로 외부의 정보를 수집하고 직접 뛰는 사람들이다. 단단한 팔과 다리는 조직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실질적 힘을 보탠다. 허리를 잘 못 쓰게 되더라도 어느 정도 기업이 움직일 수 있게 한다. 이런 팔과 다리는 없어도 생존은 가능하다. 다만, 다른 사람이나 기구의 도움을 계속 받아야 제대로 삶을 살 수 있다. 팔과 다리 없이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뇌와 튼튼한 허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약간 속 빈 강정 같은 느낌으로,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사업이 있어도 실행할 사람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기업의 생애 주기에서 성장기와 성숙기 사이에 사업이 어느 정도 커져서 더 튼튼하게 보강이 필요하거나, 혹은 창업기에 허리를 키울 힘이 없어서 팔, 다리로만이라도 움직여야 할 때에 채용이 이뤄진다. 우리 회사는 현재 창업기와 성장기 사이에 있다. 그래서 이번 채용에는 팔, 다리 역할을 해왔던 인원들이 좀 더 코어에 집중해 허리로 올라가기 위해, 또 팔, 다리를 보강해 앞으로 성장의 추진력을 높이기 위해라는 두 가지 이유로 경력이 아닌 신입을 채용하게 되었다. 이렇게 한 번씩 우리 회사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파악해보고, 또 인사라는 것이 그냥 ‘일손이 없어서~’ ‘이거 해 줄 사람이 필요해서~’라고 막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기업 생애주기에 따라 적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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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1일 오후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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