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특정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아 ‘어, 그거’또는 ‘거시기’라는 표현이 많아진다.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도전도 해보지만, 젊었을 때처럼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리고 외워도 쉽게 잊어버린다. 누구나 40•50대 이후가 되면 뇌 기능 저하를 실감하게 된다. 종종 친구 이름이 생각나지 않고,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갑자기 잊어버리곤 한다. 간단한 한자를 쓰는 법도 까먹게 된다. 정년 이후를 대비해 새로운 분야를 배우고 외국어 단어를 달달 외우려고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좌절한 경험이 적지 않다. 뇌가 노화돼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면서 치매가 오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불안감이 들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일본의 뇌 명의인 가토 도시노리 박사는 ”중장년 세대의 건망증이나 기억력 저하는 대부분 노화에 따른 퇴행이라기 보다는, 뇌의 편협한 사용, 즉 뇌의 매너리즘이 원인이 돼 일어난 것“이라고 했다. 가토 박사는 “뇌의 노화 여부는 사용하기 나름이며 몇 살이 되더라도 뇌의 세포들을 잇는 네트워크는 나뭇가지처럼 성장해간다"고 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저하된 기억력과 인지기능은 어른이 된 후 수십 년간 반복한 직업에 따른 편향된 뇌 사용 때문이라는 것이 가토 박사 분석이다. 가토 박사는 일본 최고 뇌 전문가라는 점에서 그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볼 만하다. 뇌세포는 어른이 되면 하루 2만~10만개가 줄어든다고 알려져 있지만, 뇌를 계속 쓰면 뇌기능이 활성화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뇌세포 감소 자체가 뇌의 성장을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기억력과 인지기능 저하는 뇌세포끼리 연결돼 있는 네트워크를 발달시키면 상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뇌세포는 20세 전후부터 감소한다. 그러나 뇌세포들이 서로 연결돼 기능하는 네트워크 완성은 30세 전후다. 가토 박사는 “뇌세포 네트워크가 완성되는 ‘뇌 성인식 나이’는 30세로 파악하고 있으며, 그 이후에도 뇌를 사용할수록 뇌 네트워크는 성장한다“고 밝혔다. 뇌의 네트워크를 활발하게 작동시키지 않는 것이 뇌 기능 저하를 부르는 주범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30세 전후를 기점으로 암기를 잘하는 ‘학생 뇌’에서 다양한 자극 및 경험을 축적해 고도의 기능을 갖춘 ‘어른 뇌’로 전환된다고 설명한다. 학생 뇌는 새로운 정보를 머리에 통째로 넣고 싶을 때, 자료를 첫 페이지부터 읽고 통째로 암기하는 것이 가능하다. 어른 뇌는 학생 뇌와 달리 사고, 기억, 감정, 운동, 시각, 청각을 관장하는 뇌의 다양한 영역을 골고루 자극하면서 활성화되고 변화•성장해 간다. 때문에 40•50대 이후에는, 통째로 암기하는 10대의 접근 방식으로 포스트잇을 붙이고 줄을 긋고 외워도 잘 까먹는다며 기억력과 인지능력이 떨어졌다고 한탄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뇌세포 네트워크는 뇌 속으로 유입되는 경험과 자극, 정보에 의해 형성된다. 많은 사람들이 학생 때처럼 기억을 못하게 된 것을 뇌 노화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오해이다. 나이가 들면서 다양한 경험과 함께 뇌의 구조가 학창 시절과 다르게 변화했기 때문에 기억의 방식도 바뀐 것이다. 학생 뇌는 청각을 담당하는 영역과 기억을 담당하는 영역의 연결이 강해 전혀 모르는 말(단어)이라도 그대로 기억하고, 나중에 그 의미를 알고 이해하는 순서로 뇌를 작동시킨다. 그러나 어른 뇌는 ‘청각-기억’뿐 아니라 ‘이해-기억’을 중심으로 뇌의 여러 영역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기억하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다양한 경험, 정보, 자극을 받아 이해나 사고를 담당하는 뇌 영역이 발달하면,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뇌의 경로(루트)가 차례차례 개통되어간다. 따라서 중장년층은 의미 없는 기억을 통째로 암기하는 것보다 의미를 이해한 후에 기억해야 뇌가 더 쉽게 받아들인다. 그렇다면 어른 뇌를 효율적으로 성장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먼저 뇌 영역을 넓고 균형 있게 사용해야 한다. 뇌는 사람마다 자주 쓰는 영역과 잘 쓰지 않는 영역이 다르며, 그중에서 많은 부분이 직업과 연동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영업직은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전달계’, 연구직은 정보를 이해하는 ‘이해계’, 교사나 간호사는 학생이나 환자를 관찰할 필요가 있으므로 눈으로 본 정보를 뇌에 집적시키는 ‘시각계’를 작동시키는 경우가 많아진다. 일에 열심인 나머지 다른 분야에 흥미가 없어서 공휴일에 멍하니 있는 사람은 편향된 뇌 영역만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2️⃣업무에서 벗어나면 뇌의 다른 영역을 자극해줘야 한다. 뇌에도 ‘고속도로’와 ‘일반도로’가 있는데, 한쪽에 치우쳐 사용하면 뇌 기능이 녹슬게 된다. 일반적으로 업무 직종이나 생활 스타일에 따라 자주 쓰는 뇌 영역과 잘 사용하지 않는 뇌 영역은 개인차가 크다. 직장에서 자주 사용하는 뇌 영역 신경세포 간 네트워크는 ‘고속도로‘ 운전과 같이 처리 속도가 빠르고 익숙하다. 그러나 ‘일반도로’에 해당하는 뇌 영역은 점점 황폐해지고 덜컹거리는 길이 된다. 뇌가 고속도로에 적응하면, 매일 고속도로화된 뇌 영역만 사용하려고 하고 걸쭉하게 달리는 일반도로는 기피하게 된다. 게다가 고속도로도 과도하게 사용하면 매너리즘에 빠져 무기력하게 되고 업무 이외의 새로운 것(일반도로에 해당하는 뇌 네트워크)이 머리에 들어오기 어렵다. 3️⃣마지막으로 뇌가 좋아할만한 환경을 조성하거나 보상을 준비한다. 뇌는 매일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그래서 가급적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중요하지 않은 것에 뇌를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보상이 준비돼 있으면 금세 동기부여가 돼 일을 잘하게 된다. 항상 같은 산책로를 다니거나 같은 일을 반복하면 안심은 되지만, 뇌는 금방 질리고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뇌가 싫어하는 일을 마치면 이것을 먹겠다며 좋아하는 디저트를 냉장고에 넣어 둔다면 평소 이상의 퍼포먼스를 발휘하기도 한다. 가토 박사는 “어른 뇌는 우거진 가지와 같은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더 넓혀가기 위해 많은 영양을 필요로 한다. 뇌를 역동적으로 사용해야 노화와 함께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치매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거, 그거"만 반복한다면 ... 뇌 노화 아닌 편협한 사용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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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그거"만 반복한다면 ... 뇌 노화 아닌 편협한 사용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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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29일 오전 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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