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일은 안 하고 월급은 꼬박꼬박 챙기는 사람을 일컬어 ‘월급 루팡’이라고 한다, 작정하고 월급루팡을 채용하는 회사는 없다. 직원들 역시 잘 해보자는 의지로 입사하는 것이지 처음부터 월급루팡이 되리라 마음먹지는 않았을 것이다.


전 직장에서 오랫동안 회계와 재무 업무를 담당한 A 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숫자 전문가다. 그래서인지 직원들로부터 매출과 이익 딱 2가지만 짧고 강렬하게 보고를 받는다. 수치가 목표에 못 미치는 날이면 미팅에 들어가는 직원은 샌드백이 되어야 한다.


B 팀장은 머리를 조아리며 “죄송합니다”를 연발하지만, ‘목표 부진이 내 탓이란 말인가?’ ‘왜 나한테 이러는데…’를 차마 외칠 수 없는 자신의 처지에 억울함과 분노, 그리고 서글픔이 밀려온다. 그런데 이 짧지만 강렬한 푸닥거리의 반복은 B의 맷집을 더 강하게 키워갔고, 사장의 비난에 내성이 생겼다.


사실 B 팀장이 목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노력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팀장의 업무 범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직도 고려해 봤다. 이직의 경우 새로운 회사에서 적응해야 하는 부담감과 이직으로 인한 여러 리스크를 고려해야 하니 그 역시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어쩌면 목표미달의 원인을 분석하고, 계획해 실행하며,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사장의 뜻대로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는, 실적보고 날의 짧고 임팩트있는 상황을 그때그때 면피하는 것이 더 편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도 매월 월급날이면 월급이 나오니까. B 팀장은 그렇게 월급루팡이 되어 갔다.


누가 B 팀장을 월급 루팡으로 만든 걸까. A 사장? B 팀장 자신? 둘 다 틀린 것은 아니다. 1️⃣그러나 월급루팡을 만든 가장 큰 주범은 회사 시스템의 부재다. A 사장은 매출과 이익 외에 회사의 발전과 성장을 보여주는 다른 지표 관리를 하지 않았다. 회사는 직원들이 일하는 전체 과정을 관심 있게 살피면서 결과에 영향을 주는 지표도 관리해야 한다.


결국 능력 있는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는 조직문화가 회사에 이익과 성장을 가져온다. 오직 결과만 평가하고 과정을 관리하는 지표관리 시스템이 없다면, 일도 안 하고 이직도 못 하는 직원만 남아 월급루팡이 되어간다.


2️⃣둘째로는 사장의 평가 방식이다. 부진한 결과를 직원 탓으로 돌리고, 인격적으로 비난할 때 직원은 크게 상처받고 업무 의욕을 잃어버린다. 회사의 매출이 부진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때는, 객관적인 원인 파악과 단계별로 명확한 목표를 정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B 팀장의 사례처럼 사장의 감정적인 비난이 반복되면, 회사와 업무에 애정이 있던 직원마저 ‘그냥 월급이나 받으며 다니자‘고 생각하는 월급 루팡이 된다. 월급루팡이 된 직원을 비난하기 전에 직원을 월급루팡으로 만드는 원인이 우리 회사에 있는 건 아닌지 한번 점검해보는 것은 어떨까?

회사 망치는 '월급루팡' 누가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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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18일 오전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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