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과 ‘내 뜻을 상대방에게 전하는 것’은 같은 뜻의 동어반복 같기도 하지만 차이가 있다. 의사소통은 쌍방향이어서 말하자면 호혜적인데 반하여, 내 뜻을 전한다는 것은 일방적이고 왠지 한 쪽이 다른 한 쪽에 강요하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실제로 대화를 하면서 내 뜻을 상대방에게 전하기만 하려고 하고, 심지어 상대방이 내 뜻을 받아들일 때까지 공격적으로 말을 퍼붓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것은 대화가 아니다. “대화에서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내가 이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내가 얻고 싶은 것을 얻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조윤제의 『말공부』라는 책에 나오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내가 이기려고만 해서는 얻고 싶은 것을 얻지 못한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삶은 내가 얻고 싶은 것을 얻으려고 애쓰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수단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말이다.


“비즈니스를 행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를 납득시키는 힘을 갖는 것이고,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말이며, 그것을 잘 사용하는 것이다.” 소니의 공동 창업주인 모리타 아키오(盛田昭夫)가 한 말이라고 한다.


그렇다. 남을 설득시키는 힘을 가진 말이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을 얻어내는 가장 훌륭한 수단인 것이다. 내가 바르고 옳은 것도 중요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내 말이 설득력이 있는지 여부이다.


설득력은 상대방을 깨우쳐 내 뜻을 따르도록 만드는 힘이다. 설득력이 있어야만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그러면 나의 말이 그런 힘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른 여러 가지도 필요하겠지만 결국 신뢰의 문제라고 본다.


믿음이 없으면 어떤 말을 해도 설득이 될 수 없다. 그 믿음을 얻기 위해서는 다른 여러 가지도 필요하겠지만 정확한 지식, 진정성, 그리고 인품을 기본적으로 갖춰야 한다고 본다.


1️⃣화자(話者)는 말하는 주제에 대하여 누구보다도 잘 알아야만 한다.

설득력을 갖추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하여 정확하고 풍부한 지식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법원에 준비서면을 제출하면서 지난달에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판례가 변경된 것도 모른 채 과거의 판례를 인용했다면 판사는 그 변호사의 나머지 설명이나 주장을 더 이상 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21세기 최고의 로맨틱 뮤지컬 영화라고 <라라랜드>를 예찬하면서 주연 여배우 엠마 스톤을 엠마 왓슨으로 잘못 알고 <해리 포터>에 나왔던 헤리미온느 운운하면 설득력은 커녕 웃음거리가 되고 말 것이다.


평소에 말하고자 하는 주제에 대하여는 철저히 연구하여 완전히 이해한 다음 말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고, 조금이라도 자신이 없는 사항에 대하여는 침묵을 지키거나 언급을 피하는 것이 오히려 믿음직스러울 수 있다.


2️⃣말에 진정성이 담겨 있어야 한다.

모든 일이 다 그렇듯이 말도 진정성이 없으면 그것이 어떤 의도에서 한 것이든 곧 무너지고 만다. “이 세상에서 당신처럼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여자는 처음 보았습니다.”라고 최상급의 표현을 동원하여 칭찬해 본들 그것은 진정성이 없기에 다른 의도가 있는 가짜임이 드러나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위폐나 모작(模作) 그림처럼 가짜는 필요 이상으로 화려하다고 한다. 말 역시 너무 화려할 필요가 없고 그저 자연스러운 것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말만 앞세우는 건 진정성이 없는 것이다.


공자(孔子)가 번드르르한 말로 자신의 능력을 뽐내는 제자 자공(子貢)을 꾸짖으며 “먼저 실천하고 그 다음에 말하라[先行後言].”고 한 것은 바로 진정성을 갖추기 위한 필요조건을 제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3️⃣말에는 인품이 담겨 있어야 설득력이 있다.

‘말은 곧 그 사람 자신이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그 사람이 못 미더우면 설득력이 있을 수 없다. 미국의 유명한 메시지 컨설턴트인 크리스 세인트 힐레어는 『백만 불짜리 설득』이라는 책에서 “설득을 하려면 상대방이 당신의 메시지뿐만 아니라 당신을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면 화자에게 믿음이 가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한마디로 좋은 인품을 갖춰야 한다고 본다. 말은 단순히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성품과 가치관 등 내면의 모든 것이 집약되어 나오는 것인데, 고매한 경지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인간미가 풍기는 그런 사람의 말은 왠지 믿음이 간다.


그럼 인품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어렵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것은 자신을 낮추며 남의 입장을 생각하고 배려해주는 마음씨, 나 혼자 다 가지려고 하지 않고 함께 나눠 가지려고 하는 마음씨가 바로 훌륭한 인품이라고 본다.


그러니까 말을 하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도 찾아서 하는 것이 바로 인품이 아닌가 싶다. 데일 카네기도 말했듯이 당신이 치즈를 좋아한다고 해서 낚시 바늘에 치즈를 꽂아서는 안 되고 물고기가 좋아하는 지렁이를 꽂아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말을 하기 전에 대화의 상대방을 파악하여 상대가 좋아하는 것으로 말하고, 상대의 눈높이와 마음을 헤아려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 진정한 소통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가짐을 바탕으로 하는 말은 반드시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기술적인 면에서도 설득력에 도움을 주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예컨대 말은 자신 있게 간결하게 해야 하고,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적절히 유머와 기지를 활용하면 그 말에 양념을 친 것처럼 더욱 설득력이 배가되리라고 본다.

 

결론적으로 말이란 건 자기만족을 넘어 소통을 목표로 하는 이상 전인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말은 단순히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향, 가치관과 인격 등 모든 것이 집약되어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나의 내면에 인품과 지혜의 깊이를 더할 수 있도록 충실하게 가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부디 이 글을 읽은 여러분이 그러한 내공을 잘 쌓아 여러분의 말에 정확한 지식, 진정성, 그리고 인품이 잘 담겨져 설득력이 갖춰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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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23일 오후 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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