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인터뷰] "OTT에 휘둘리는 K-콘텐츠, '다양성 파괴' 위기 봉착

Q. 콘텐츠 제작자로서 체감하는 현재 업계의 상황은?

A. 방송·영화·드라마 등 콘텐츠의 종류를 막론하고, 아마도 제작 파트에 몸을 담고 계신 분들은 대부분 공감하실 겁니다. K-콘텐츠의 위상은 과거에 비해 확실하게 높아졌지만, 제작 업계의 상황은 점점 안 좋아 지고 있어요. 현실적으로는 물가 상승에 따른 인건비 증가, 글로벌OTT의 등장으로 제작비용이 올랐는데, 문제는 우리 입장에서 상품(콘텐츠)의 1차 수요자인 방송사나 주요 미디어 채널들의 곳간 사정이 좋지 못하다는 거에요. 그래서 제 값을 받지 못하는 공급 계약의 사례도 늘어나고, 제작업체들의 수익성은 점점 악화되면서 많은 플레이어들이 업계를 떠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작자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어떻게든 ‘먹고 살겠다고’ 열심히 찍고, 만드는 분들이 겨우 버티고 계시는 상황입니다.

Q. K-콘텐츠의 ‘다양성 위기’ 문제를 지적하고 계시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문제인지?

A. 우선 이 문제를 이야기하려면, 시간을 과거로 조금 돌려서 배경부터 이야기를 합니다.

1990년대 외주제작 방송프로그램 편성 정책이 도입되면서 본격적으로 독립제작사에 의해 다양한 방송프로그램이 제작돼왔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방송국 소속의 피디들이 독립하여 제작사를 차리기도 했죠. 하지만 경쟁력 있는 독립제작사를 육성해 다양한 방송프로그램 제작과 방송산업의 육성이 목적이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죠.

주요 방송사와 채널들이 소위 말하는 ‘갑’이 돼서 제작사들을 철저하게 하청이나 용역 업체로만 보는 겁니다. 주요 방송사들은 콘텐츠 공급 거래를 할 때 일명 ‘매절계약’을 통해 콘텐츠와 함께 IP 소유권과 향후의 모든 활용 권한까지 한꺼번에 넘기는 거래를 업계의 관행으로 만들었습니다. 제작사들이 히트 작품을 만들어도 손에 남는 수익은 딱 공급거래 계약액과 약간의 인센티브였어요. 그로 인한 부가수익은 주요 채널들이 독차지했고요.

시간이 많이 지나서 업계의 부정적 관행도 일부 없어지고 제작 현장 종사자들의 권익은 나아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요, 콘텐츠+IP소유권을 한꺼번에 거래하는 관행은 여전히, 그대로 남았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제 새로운 갑이 등장했다는 건데요. 넷플릭스·디즈니+ 등 대자본을 보유한 글로벌 OTT들이 이제는 예전 방송사들이 점유하던 ‘갑’이 됐어요. 주요 방송사들도 이제는 글로벌 OTT에 제작해서 납품하는 ‘을’의 입장이 돼버린 거에요. 그런 상황이라면, 제작사 입장에서 글로벌OTT가 이제 ‘갑 오브 갑 오브 갑’이 된 거겠죠?

이러한 구조는 장기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합니다.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문제가 콘텐츠 획일화에요. 즉 돈을 가진 주체들의 입맛에 맞거나 그들의 기준으로 ‘기대수익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장르의 콘텐츠들만이 살아남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거에요.

OTT를 통해서 반향을 일으킨 국내 히트 작품들의 면면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어요, 총 쏘고, 칼로 찌르고, 피가 튀기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거기에 거의 빠지지 않는 수위 높은 성적(性的) 묘사까지, 하나같이 자극적인 콘텐츠들이죠. 여기에, 아까 OTT들도 콘텐츠+IP소유권을 한꺼번에 사서 플랫폼에 영구 종속시킨다고 했죠? 제작자들의 수익성은 크게 달라진 게 없고요.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지금.

Q.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한다면?

A. 현재 EU에서 채택한 ‘시청각미디어서비스 지침’을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여기에는 공정거래 환경조성이라는 기본원칙을 지키면서 시장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진입장벽을 낮추는 경제적 목적이 있습니다. 또한 공익 목적으로 콘텐츠의 다양성, 미디어 다원주의 보장, 콘텐츠의 제작 유통 발전 고무, 중소 독립제작사 보호, 시청자보호(특히 미성년자와 장애인)와 미디어교육 증진 등이 지침에 명시되어 있죠. 물론 각 나라별로 구체적 적용사례는 다르죠.

저작권법 또한 콘텐츠 제작 생태계를 보전한다는 관점에서 들여다보며 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매절계약’으로 특정 콘텐츠의 공급 계약이 어떤 주체에 영구 종속되는 것이 아닌, 독일 영국 프랑스처럼 일정 기간 단위로 제한한다는 규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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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인터뷰] "OTT에 휘둘리는 K-콘텐츠, '다양성 파괴' 위기 봉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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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3일 오전 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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