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건물에 불이 났어요 ㅠ

1. 어제는 출근하는데, 사무실 건물 앞에 경찰차와 소방차가 잔뜩 세워져 있었다.

2. 의아함을 가지고 건물 앞으로 가니 건물 입구에는 깨진 유리 조각들이 산적했고, 영화에서나 보던 출입 금지 테이프들이 건물 주위에 잔뜩 붙어 있었다.

3. 그래서 주변 경찰관 분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새벽에 화재 사고가 있었다"며, "건물에 못 들어간다"고 했다.

4. 그 말을 듣고는 바로 "6층은 상황이 어떻냐?"고 하니, “불은 다 꺼졌지만 아직 조사 중”이라고 하길래, “6층을 살펴보러 가도 되냐?”고 물어보니, “엘리베이터 쪽은 화재로 이용할 수 없고, 계단을 통해 잠깐 상황을 보고 오는 건 괜찮다”고 하셨다.

5. 그렇게 계단을 올라가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다행히 사무실 안에는 별 이상이 없었다. 창문과 문을 열러 들어온 소방관 분의 신발 자국이 있는 정도.

6. 그래도 불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면서 사무실 입구 유리는 박살 났더라. 불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인 상황.

7. 무튼 월요일이고, 게다가 한 달 중에서 멤버십을 모집하는 제일 중요한 주의 시작이라, 이번 주에는 해야 할 일과 이런저런 계획이 있었는데..

8. 그 순간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처맞기 전까지는"이라는 마이크 타이슨의 말이 떠올랐다. 뭔가 계획이 엄청 꼬인 느낌이랄까?

9. 그러다, ‘한 대 맞았다고 계획을 잃어버는 사람이 아니라, 한 방 맞은 상황에서도 계획을 떠올리고 이를 이행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10. 살다 보면 오늘처럼 나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이유로, 뜬금없이 뒤통수를 맞게 되는 순간들이 계속 있을 테니까. 그럴 때일수록 오히려 해야 할 일에 잘 집중하는 게 정말 중요한 것인지도 모르지. 어쩌면 그게 루틴과 습관의 힘인지 모르고.

11. 또한, 앞으로는 플랜 B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당황스러웠지만, 노트북과 책 몇 권을 챙겨서 건물을 나오면서 경찰관분께 언제쯤 전기가 들어오고 사무실을 이용할 수 있는지를 물어봤는데, 경찰분께서는 그건 잘 모르겠다고 하셨다.

12. 그렇게 집으로 와서 12월 멤버십 모집 안내 글을 올리고, 당장 이번 주와 다음 주에 모임이 있는 상황이라 혹시 어떻게 될지 몰라서, 모임을 진행할 수 있는 다른 공간도 알아보고 있는데, 경찰분께서 전화가 오셨다. 피해자 확인차 연락을 드렸다고.

13. 이후에 건물주 분께서도 전화가 오셨다. 6층은 괜찮은 상황이지만, 엘리베이터를 다시 설치하려면 2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전기 등은 최대한 빨리 쓸 수 있도록 하겠으나, 당분간 계단을 이용하셔야 할 것 같다고.

14. 무튼 갑작스러운 변수로 인해 못 처리한 일들도 있고 일정도 꼬여버렸지만, 최대한 해야 할 일들을 처리했다. 또한, 이럴수록 더 루틴을 잘 지켜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부러 걸으러도 나왔다. 그렇게 늘 하던 대로, 2만 보를 걸었다.

15. TMI지만, 사실 어제는 새벽 4시쯤에 깨어서 바로 출근하려다 게으름을 피우고, 책을 읽다가 7시쯤에 출근했는데, 불이 새벽 4시쯤 났다고 하니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다면 큰 일 날 뻔 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모든 상황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때로는 삶에서 게으름을 피우는 순간도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지.

16. 무튼 멤버십 모집 때문에 월말 월초에는 원래 정신이 없는데, 이번에는 더 정신이 없어지게 생겼다. 그럼에도 해야 할 일은 하고, 해내야 할 일들은 해내야겠지. 나 리얼루 화이팅! 🙏🏼

#오늘의아무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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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29일 오전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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