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책이 늘 내게 스스로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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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많이 사는 편이다. 적어도 한 달에 10권 정도는 꾸준히 산다. 열심히 읽지만, 당연히 전부 읽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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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읽지 못한 책들이 쌓여간다. 이런 책들에도 몇 가지 유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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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벽돌책. 유명하지만 어마어마한 두께의 책들이다. 욕심이 나서 우선 산다. 하지만 손이 잘 안 가게 된다. 이런 벽돌책들은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한다. 근데 사놓고 다 읽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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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인문이나 역사 쪽 책들이다. 책을 살펴볼 때는 너무 흥미롭고 재밌다. 꼭 읽어봐야지 다짐하며 산다. 하지만 현실은 늘 시간이 부족하다. 지금 읽고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자기 계발, 경제경영서에 늘 먼저 손이 간다. 우선순위에서 늘 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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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너무 뻔하거나, 뒤로 가면서 힘이 빠지는 책들이다. 서점에서 책을 훑어보고 사더라도 읽다 보면 아차 싶은 책들이 있다. 경험 없는 주장만 하거나, 주장에 사례들만 채워 넣는 책들은 굳이 읽을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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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쌓아둔 책들을 종종 다시 꺼내본다. 딱히 생각 없이 손이 닿는 책을 짚는다. 정말 직감으로 골라본다. 놀랍게도 지금 내게 필요한 책들을 읽게 될 때가 많다. 내가 골랐지만, 책이 내게 찾아온 것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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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로버트 그린의 인간 본성의 법칙을 다시 읽는다. 유명한 벽돌책이다. 오래전에 샀지만 그때는 읽히지가 않았다. 두께도 두께인데 이해가 힘들었다. 사람의 본성을 역사와 이론으로 설명하는 게 잘 와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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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다르다. 이렇게 술술 읽히다니. 놀랍다. 이 책이 내게 오는 타이밍은 그때는 틀렸고, 지금이 맞았다. 그 사이에 읽었던 다른 책들, 경험과 생각으로 내가 변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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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사둔 책이 이제야 읽힌다. 과거의 내가 잘 골라둔 덕분이다. 그때는 미처 읽을 준비는 안되었더라도. 책을 샀던 것도, 지금 읽는 것도 모두 다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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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나 관계처럼 책도 내게 맞는 때 찾아온다고 믿는다. 책은 사람과 다름없으니까. 꾸준히 새로운 책을 사는 이유다. 새로운 관계와 사람에게 늘 열려있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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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9일 오후 1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