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직장생활] 직원 성장 상관없이 실적만 쪼는 회사는 얼마나 갈까? - 모비인사이드 MOBIIN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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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문화가 좋다고 소문난 기업도 있고 대표이사 등 리더들의 리더십이 대단하다고 언급되는 기업들도 있습니다만, 우리가 다니는 회사들 대부분은 조직문화는 엉망진창이고 상사들은 빌런입니다.
“직원들 성장에는 관심 1도 없고, 성과 성과 노래만 부르면서 직원을 갈아 넣는 회사…더러워서 때려치운다!” 직원 성장은 상관없이 실적만 쪼는 회사는 얼마나 갈까요? 과연 망할까요?
결론부터 얘기하면 안타깝게도 조직문화와 회사의 외형적 성장 사이에 큰 연관성은 없어 보입니다. 우리나라 기업 대부분은 문화가 엉망이고 리더십이 나쁩니다. 만약 조직문화와 리더십이 기업의 성장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면, 이런 기업들은 진작 망하고 문화가 좋은 기업들이 주류가 되었어야 하지 않을까요?
기업문화와 리더십이 실적과는 별로 상관이 없다는 이야기는 당하는 직원 입장에서는 정말 우울한 이야기입니다. 그럼 왜 서구의 유명한 경영학자들은 기업문화와 리더십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고 있을까요?
기업은 내부의 자산으로 경쟁사와 싸웁니다. 자산은 공장이나 설비, 현금 같은 유형적 자원부터 기술, 인력, 조직문화, 리더십 같은 추상적인 것들까지 무수히 많죠. 이 중 경쟁사들도 갖고 싶어 하지만 쉽사리 복제할 수 없으며, 시장에서 고객을 끌어당길 수 있는 요소를 ‘자원(resource)’이라고 부릅니다.
애플의 자원은 지금까지 쌓아온 고객기반과 브랜드 파워, 뛰어난 제품 개발력과 디자인 능력, 글로벌 공급망 관리 능력 등입니다. 기업들은 이런 자원을 활용해 경쟁사와 싸우고, 갖고 있는 자원의 활용도를 극대화해서 매출과 수익성을 담보하려고 노력합니다.
그 중 어떤 기업들은 자기들이 보유한 자원으로 기업문화와 리더십을 꼽고, 실제로 그걸 통해 시장을 리딩합니다.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같은 회사들은 기존에 갖고 있는 자원도 엄청 많지만, 인력의 경쟁력도 중요한 자원이라고 이야기하고, 외부에서 살펴봐도 대단한 경쟁력 요소 같습니다.
하지만 기업의 ‘자원’으로 꼽히는 것들에는 아주 중요한 전제 조건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희소성, ‘흔치 않다’는 겁니다. 만약 구글이나 넷플릭스의 기업문화가 복제하기 쉽다면, 아무나 배울 수 있고 구현할 수 있다면, 그건 기업의 경쟁력 요소가 될 수 없습니다.
모든 기업의 조직문화가 똑같을 테니 그걸 통해 차별화를 할 수도 없겠죠. 좋은 기업문화나 강력하고도 유연한 리더십은 배워지는 것도 아니고, 쉽게 복사해서 구현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구글 같은 회사의 경쟁력 요소로 꼭 언급되는 것이죠.
즉, 이런 기업들은 성장 과정에서 기업문화와 리더십을 경쟁력 요소로 키워왔고, 다시 이 요소들은 기업의 경쟁력을 키워내는 선순환 구조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 중에 문화와 리더십을 자원으로 시장에서 경쟁을 해온 기업은 몇 개 없습니다.
그보다는 구성원을 닦달해서 어떻게든 실적을 찍는 능력, 대량 생산을 통해 원가를 낮추는 능력, 마케팅에 돈을 쏟아부어 유명세를 확보하는 능력으로 성장한 기업이 훨씬 많죠. 기업문화, 리더십과는 무관한 기업들이 고속성장 해온 것을 보면 이런 능력들도 틀림없이 국내 기업들의 훌륭한 자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업체들이 경쟁해서 그 중 직원들을 더 잘 쥐어짜고, 실적에 더 집요하게 매달리고, 원가 절감을 더 많이 한 회사들이 살아남았죠. 요약하자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자원’은 닦고 기름치고 조이는 농업적 근면성인 셈입니다. 기업문화가 엉망이건, 리더십이 엉망이건, 남보다 더 일찍 출근하고 남보다 더 늦게 퇴근하고 남보다 더 매달리는 능력으로 살아남은 겁니다.
즉 우리의 조직문화와 리더십은 군대식입니다. 까라면 까야되는 문화고, 역량 향상보다는 당장의 실적이 중요한 문화입니다. 이런 군대식 문화는 시간당 산출량이 중요한 제조업, 특히 인건비 비중이 커서 시간당 생산량을 따져야 하는 조립 산업에서 큰 경쟁력을 발휘합니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조선, 자동차, 핸드폰 산업이 대부분 이 카테고리에 들어가니까요. 하지만 콘텐츠, 서비스, S/W 같이 직원들의 창의성과 역량 성장을 중요한 산업에서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이런 산업에서는 기업문화와 리더십이 큰 경쟁력이 됩니다.
언뜻 생각해도 이 분야 최강자인 구글, 넷플릭스 하면 떠오르는 특징이 바로 남다른, 벤치마킹하고픈 기업문화니까요. 서양의 저명한 경영학 교수들이 조직문화와 리더십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하는 건, 결국 자국의 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경쟁력 요소가 그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기업들의 상당수는 실적만 따지는 기업문화와 리더십을 갖고 있습니다. 개인의 창의성과 자발적 참여를 중요시하는 요즘 세대에게는 거의 상극인 문화죠. 그리고 중국과 베트남 등의 제조업 성장세는 이미 우리 제조업에 큰 위협이 되고 있죠. 때문에 우리의 기업문화가 바뀌어야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경쟁력 요소는 바로 그 문제가 되는 기업문화에 기반한 겁니다. 때문에 제조업과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문화의 변화나 리더들의 반성은 어려울 것입니다. 가장 소프트한 산업이라고 하는 게임 산업조차 ‘직원을 갈아 넣는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니까요.
이 상황을 타개하려고 리더들의 반성을 촉구해봐야 어차피 안됩니다. 그들은 단기 실적의 중요성을 체감해오면서 그에 성공적으로 적응했기에 그 자리까지 간 사람들이죠. 변화를 기대하는 게 무리라는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결국 우리가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 것은 유연한 사고와 창의성의 중요성을 잘 아는 젊은 리더들이 성공한 사업의 사례를 계속 만들고, 기존 기업문화에 찌든 사업들을 부드럽게 대체하도록 하는 겁니다. 쉬운 이야기 같지만, 앞으로 몇십 년이 걸릴 수도 있는 아주 힘든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가 우리의 자발적인 문제의식과 역량에 기인하는 대신, 글로벌 기업의 침투 때문에 강제로 하게 되는 상황은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무리합니다. 유튜브나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 성장세를 보면 소프트한 산업에서 우리 기업이 살아남을지 심각하게 우려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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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15일 오후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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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보기1. 미래는 대개 과거를 되풀이하게 마련입니다. 피상적인 변화는 가능하지만, 진정한 변화는 드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