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뼈 아픈 피드백 앞에서도 태연한 사람이 되려면? 퍼블리는 온보딩 과정 중 얼라인먼트를 위해 필독서 2권을 읽는다. <규칙없음>과 <자기경영노트>인데. 이 두 권을 모두 읽으며, 회사와 생각의 싱크를 맞추고 내 관점을 정리하고 이를 매니저와 동료들에게 공유하며 대화하는 과정을 겪으며 '좋은 온보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니저인 소리에게 내가 퍼블리를 오롯이 수용하려면 또 어떤 책을 읽는 것이 좋을지 추천을 부탁했고, 가장 처음 추천 받은 책이 <크래프톤 웨이>다. 이 책은 거의 삼국지에 가깝다. 배경만 현대고, 게임산업이지, 그대로 도원으로 옮겨 등장인물들이 도원결의를 맺는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만 같다. 그만큼 각각의 캐릭터들이 무엇을 바라보고, 어떤 갈등을 겪고, 무슨 선택을 하는가, 그 선택에 따라 어떤 결과가 펼쳐지는가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다. 읽으면서 여러 부분 밑줄을 치고 생각을 정리하는 짤막한 메모도 적었지만, 막바지에 와서 가장 정독한 부분은 배틀 그라운드의 아버지(?) 김창한 대표가 브랜든 그린을 위해 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자격' 파트였다. 브랜든 그린은 배틀로얄 게임의 창시자로서 BRO 프로젝트에 꼭 필요한 인물이었지만 CD 직함에 맞는 태도와 리더십은 부족한 사람으로 표현되는데, 이 부분에 대해 김창한이 피드백을 하고, 이후 브랜든 그린이 자신을 위해 조언을 정리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작성한 내용이다. 여러 항목이 있다. 'CD는 비전을 만드는 사람이다', '비전은 모호하지 않아야 한다' 등등. 하지만 그중 가장 공감하며 읽은 부분은 바로 아래 대목이다. - 나와 제품의 분리가 필요하다(동일시의 위험성) CD나 PD가 잘 빠지기 쉬운 함정은 제품과 자신을 같은 것이라 믿는 것이다. 동일시의 함정을 경계해야 한다. 제품에 대한 자기 투영은 때로는 매우 높은 열정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대체로 종국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제품에 대한 자기 동일시의 부정적인 점을 얘기해보자면, 제품에 대한 비난을 자기 비난으로 받아들이는 것, 제품을 개인 소유물로 간주하는 것, 결국 제품이 생명력을 가지고 스스로 나아갈 때 큰 상실감에 빠지는 것이 있다. CD는 자기 자신과 자기가 하는 일 그리고 제품, 이 세 가지를 구분해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3가지를 분리해 대할 수 있어야 모두가 함께 즐겁게 일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제품이 온전히 고객 것이 되면서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 - 이것은 제품을 만드는 CD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하는 사람이라면 대체로 겪는 증상이다. 업무 결과에 대한 피드백이 나를 향한 공격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태스크의 실패가 곧 내 인생의 실패처럼 느껴지기도, 이것조차 해내지 못한 스스로가 쓸모 없다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이게 다 우리가 일을 사랑해서 그런다. 사랑하면 원래 동일시하고 싶은 것이 인간이다. 하지만, 그 어떤 사랑에서도 깨달아야 하는 것은 '사랑하는 대상과 나는 남이라는 것'이다. 동일시는 영영 불가능한 일이고, 영영 불가능한 일을 바라면 사람이 불행해진다.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녀와 스스로를 동일시하려는 부모도 마찬가지고, 그 대상이 애인일 때도 마찬가지고, 일일 때도 마찬가지다. 뼈 아픈 피드백 앞에서도 태연한 사람이 되려면, 일을 너무 사랑하더라도 나와 분리하여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일을 사랑하는 것과 일과 나를 동일시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사랑한다면, 일도 애인도 가족도 나에게 종속된 것이 아니라 언제나 나와 마주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내 눈 앞에 상대방은 누구인지, 상대방을 대하는 내 마음은 무엇인지, 이 관계를 계속 지키고 싶은지, 지키고 싶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할 수 있는 것을 하기 위해 내가 쏟을 수 있는 건 무엇인지를 계속 생각하고 행하는 부단함만이 정말로 사랑을 지키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