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다목적 강당을 지을 때도 벽에 부딪혔다. 건축의 기본이랄 수 있는 재료를 건축가가 지정할 수 없었다. 그 권한은 교육청 시설 주무관에게 있었다. 주무관을 설득해 어렵사리 재료를 정해도 시공 과정에서 다른 회사 제품으로 바뀌거나, 교직원과 학부모의 항의로 색깔 등이 바뀌기 일쑤다. 부부 건축가는 “그간 '교도소보다 학교 건물이 더 후진적인 건 시공비가 적어서'라고들 했는데 직접 해보니 그보다는 설계와 시공과정에서 전문가를 배제하는 폐쇄적인 시스템 때문"이라 입을 모았다."
"건축공모전 자체의 문제도 있다. 이 건축가는 “건축 공모 심사에 인테리어 전문가, 건축 설계를 해본 적 없는 교수, 공무원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며 "공정성을 위해 다양한 이들을 참여시키는 것이지만, 설계를 잘 모르는 이들이 제대로 평가를 할 수 있을 지는 다시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부부는 공정에 대한 지나친 강박에서 벗어나보자고 제안했다. 이 건축가는 “기획 공모 설계 시공 등 모든 과정이 '목적 없는 공정'에 짓눌려 있다”고 말했다. 교육시설을 잘 아는 건축가에게 자문을 받으면, 이 사람은 설계에 참여할 수 없다. 시공사를 선정할 때도 설계를 가장 잘 이해한 회사보다 가장 낮은 입찰가를 써낸 회사가 뽑힌다. 전 건축가는 “한국전쟁 이후 공공건축은 그저 싸게, 빨리 짓는데 초점을 맞춰왔다"며 "그때 만든 제도를 지금까지 유지하니 공공건축의 '질'에 대한 얘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물론 쉽지는 않다. 부정부패 우려, 공정성 시비 등도 걱정된다. 사적으론 소신 발언을 일삼다보니 발주처인 공공기관으로부터 항의도 받고 급기야 계약을 거절당한 적도 있다. 그럼에도 목소리를 낮추지 않는 건 한국 공공건축을 통해 설계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어서다. “공공건축이니까요. 학교, 도서관, 복지관, 동사무소처럼 다양한 사람들 누구나 이용하는 공공건축을 제대로 지어야 사람들이 '좋은 설계'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 테니까요.""
대한민국 내 공공건축물이 대부분 흉측한 이유가 이 인터뷰에 담겨있다. 국내 건축계에서 '투사'를 자처한 전보림ㆍ이승환 부부 건축가(아이디알건축사사무소)를 응원한다. 이들의 말처럼 제대로 지어진 공공건축물을 보면서 '좋은 설계'에 감탄하고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