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D 업무는 회사의 계륵 같은 존재입니다. 미래를 위해서는 직원 교육에 투자하고 그 중요성을 강조해야지만 회사가 전략과 비전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 회사의 최고 자산은 바로 직원 여러분이며, 그에 대한 투자를 아낄 생각이 없습니다!” 하지만 비용적인 압박이 생기는 순간 1순위로 예산이 줄어드는 비운의 업무이기도 하지요. 실제로 교육은 당장 없어져도 회사에 직접적인 타격이나 문제가 전혀 생기지 않습니다.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은 교육보다는 채용 쪽에 훨씬 많은 공을 들이고 있고, 실제로 좋은 사람을 뽑아놓으면 굳이 회사에서 교육을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학습하고, 교류하며, 알아서 자신을 성장시킵니다. 그러면 회사에 ‘교육담당자’ 업무는 필요가 없어지죠. 그저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고, 자발적으로 학습할 수 있게 제도를 지원하고, 다양한 시도와 의견을 내는 좋은 문화를 만들고 지켜나가는 게 더 중요해집니다. 그래서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HRD는 회사에 꼭 필요한 업무인가?”에 대한 답변은 “No”입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전통적인 관점에서의 HRD는 이제 회사에서 제대로 된 기능을 할 수 없습니다. 어느 날부터 세상은 엄청 빠르게 변화하고 다양한 솔루션들이 끊임없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최고의 전략/정답은 정해져 있지 않고, 기업들은 끊임없는 변화와 다양한 시도를 통해 계속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개척해 나갑니다. 그래서 기존 산업이 흔들리고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했죠. 사실 10년 전만 해도 이제 갓 자동차 사업을 시작하는 테슬라가 이렇게까지 성장할 거라고 상상했을까요? 예상 못 했습니다. 이러한 산업의 상황은 기업을 운영하는 패러다임을 크게 바꾸게 됩니다. 과거의 산업은 경계가 명확하고,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효율과 경쟁우위를 차지하면 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의 전략부서를 중심으로 명확한 장기 전략/방향성을 수립하고 그에 맞춰 최고의 효율과 퍼포먼스를 내야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은 장기 전략이 큰 의미가 없습니다. 언제 어디서 산업이 바뀔지 모르기에, 효율을 추구하기 보다는 가능해 보이고 유력해 보이는 다양한 것에 작게(그리고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시도해봅니다. 그리고 가능성이 보이면 역량을 총동원해서 빠르게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는 게 중요하죠. 그 과정에서 초 정밀한 시장 예측과 장기적인 전략, 명확한 수익화 모델은 제쳐두고, 일단 고객을 선점하고 임팩트를 남기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래서 많은 회사들이 Lean, Agile을 경영전략으로 내세웁니다. 이런 식으로 기업 운영 방식이 바뀌면, 당연히 HR 전략도 바뀌게 되죠. ‘Human Resource’를 직역하면 인적 자원이라는 뜻인데요, 이는 전통적인 기업 관점에서 직원을 회사의 자원 중 하나로 보는 표현입니다. 그래서 전통적인 HR에서 중요한 건, 직원을 좀 더 세밀하게 평가하고, 승진 등을 통해 그레이드를 나누고, 그러한 인원들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Management 역할이었습니다. Devleopment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회사가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요구되는 역량을 명확히 하고(직무역량 모델링), 그 역량을 기르기 위한 커리큘럼을 만들고 직원들에게 일괄로 전달합니다. 그럼 직원들은 한 장소에 모여서 같은 교육을 받고, 심하면 시험도 보고, 그 결과가 평가/승진에 반영되기도 합니다. 즉 회사의 전략에 맞게 모든 것을 명확하게 만들고, 프로세스를 만들어서, 그 안에서 직원들이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죠. 그런데 앞에서 말했듯이 경영의 패러다임이 바뀌었습니다. 제도화되고, 고정적이고, 하나의 방식만을 고집하는 건 위험합니다. 세상의 변화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조직도 좀 더 유연하고, 가벼워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기적인 전략을 하나 세우고, 거기에만 집중해서 사람을 다 맞추는 건 너무 큰 도박입니다. 그보다는 다양한 작은 시도와 가능성을 타진하고, 직원들이 좀 더 자유롭게 자신의 개성을 발휘하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요즘 회사에서는 고분고분하고 개성이 없는 직원보다는, 좀 더 자기주장이 강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인재들을 선호합니다. 세상이 빨리 변화하면, 회사가 대응하기도 전에 그들이 더 빠르게 대처해서 솔루션을 내야 하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Human Resource 보다 Employee Experience라는 말을 더 선호합니다. 직원 경험이란, 직원들이 자신의 역량을 좀 더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도록, 동료들과 좀 더 협업을 잘할 수 있도록, 회사 내에서의 경험을 설계해주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카누와 카약이 좋은 예시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HR은 목표 지점에 조금이라도 더 빨리 도착하기 위해 효율과 규칙을 중시하는 카누와 같은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계곡에서 어떤 상황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카약처럼 팀원 하나하나가 스스로 판단하고 자율적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지시를 기다리면 늦게 되죠. 이런 의문이 듭니다. 그럼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알아서 하게끔 도와주는 게 전부라면, 결국 HRD가 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죠...? 때문에 전통적인 관점에서의 HRD는 더 이상 회사에 이익을 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서두에 HRD는 더 이상 필요 없다고 했던 겁니다. 특히 •기수 직무별 합숙 교육, •직급 필수 교육, •창의 교육 등 회사가 주도적으로 커리큘럼을 만들고 직원에게 일괄로 전달하던 것들은 더 필요 없는 업무입니다. 이런 것들은 오히려 직원들이 다양한 시도를 못하게 막고, 회사만의 차별화되는 지식과 역량들을 만들어낼 수 없게 만듭니다. 위의 교육들은 알게 모르게 직원을 회사의 의도에 맞게 획일화시키려는 내용들이 담길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HRD 업무도 Employee Experience 관점에서 재정의 해야 합니다. 회사 주도로 뭔가를 전달하고 주입하는 교육이 아니라, 직원 개개인이 각자의 방식으로 회사에서 성장할 수 있고, 또 훌륭한 동료들이 단지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어줄 수 있도록 직원들의 학습 경험을 설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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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21일 오전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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