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삶을 산다는 것의 진짜 의미⟫

친구와 저녁을 먹으면서 근황을 나누던 자리였습니다. 한참 이야기를 듣던 친구는 스마트폰을 집어 들더니 "책 하나 보냈는데 한번 읽어봐"라며 김혜남 님의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이라는 책을 선물로 보냈습니다. 30년 동안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하던 그녀는 43세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병마와 싸웠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죠. 자신을 너무 닦달하면서 살았구나. 책을 읽던 중에 메모해두고 싶은 부분이 있어 옮겼습니다. '통제 소재를 내 안으로 옮기는 것'. 제가 상사의 재미없는 농담에 웃어주지 못하는 사람이라 친구가 이 책을 선물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 큐레이터의 문장 🎒 ] 자신의 역사를 써 나간다는 것, 그것은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간다는 뜻이다. 누가 나를 함부로 대하고, 나를 자신의 뜻대로 좌지우지하려고 해도 그에 휘둘리지 않고 살아간다는 의미다. 친정 부모의 횡포와 시부모의 말도 안 되는 요구를 애써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대신 적당히 거절할 건 거절하고, 들어줄 건 들어주는 것이다. 그들에게 휘둘려 내 소중한 에너지를 다 써버리는 대신 그것을 카페를 운영하고 내 삶을 살아가는 데 투자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남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인생을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통제 소재를 내 안으로 가져올 것'. 저 사람들이 원하는 것에 내가 맞춰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내가 그 일을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하기 싫은 일을 할 때조차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하는 거다', '내가 빨리 해 주고 넘어가 버리는 거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즉 내가 그 일의 주체가 되고 주인이 되는 것이다. 세상에는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일이 참 많다. 회사에 갈 대 즐겁고 재미있으면 입장료를 낼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입장료를 내는 대신 월급을 받는다. 그 대가로 하기 싫은 일을 해야만 할 때도 있다. 그런데 '가족들만 아니었어도 내가 이 회사에 다니지 않을 텐데'라고 생각하면 일의 주인이 되는 게 아니라 일에 질질 끌려다니는 피해자가 되고 만다. 하지만 '내가 해 주는 거다'라고 마음먹고 하기 싫은 일을 빨리 해치우면 나머지 시간에 내가 원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원하는 여행을 갈 수 있고, 원하는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꼴도 보기 싫은 사람이 있는데 내가 그에게 맞춰 줘야 하는 상황이 되면 누구나 스스로를 비굴하고 초라하게 느낀다. 그런데 그럴 때도 '그 사람이 원해서 웃는 게 아니라 내가 이 상황을 원만하게 넘기기 위해서 웃어 주자'라고 마음먹어 보라. 어떤 상황에서든 주체를 나 자신으로 가져오라는 말이다. 그래서 회식 자리에서 말도 안 되는 상사의 농담에 죽어도 웃어 주는 짓은 못하겠다는 환자에게도 그렇게 말했다. "까짓것 웃어 주면 어때요. 중요한 건 지금 당신이 인생을 놓고 봤을 때 결코 중요하지 않은 사람에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거예요. 상사 때문에 화를 내고, 상사를 볼 때마다 불편해하고, 그에 맞춰 주는 사람들에게 분노하는 데 당신의 에너지를 다 써버리기엔 인생이 너무 아깝지 않나요? 그게 정말로 당신이 원하는 삶은 아닐 것 같은데요." 물론 말도 안 되는 상사의 농담에 웃어 주는 게 쉽지 않은 일임은 충분히 이해한다. 비굴한 느낌을 쉽게 지울 수 없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렇다고 상사를 탓하고만 있으면 문제가 더 꼬일 뿐이다. 설령 그 사람 때문일지라도 문제의 원인을 확인하는 데 치중하지 않고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생각해 보라. 그 어떤 억울한 일을 당했더라도 그것을 해결해야 할 사람은 바로 나다. 부모도 가족도 배우자도 해결해 주지 못한다. 그러므로 남 탓하기 전에 문제를 해결할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사실부터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래야 남의 역사가 아닌 내 역사를 써 나갈 수 있고 남의 인생이 아닌 내 인생을 살 수 있다. 하기 싫은 일과 하고 싶은 일, 꼴 보기 싫은 사람과 오래도록 같이 하고 싶은 사람 사이에서 생기는 수많은 일들을 주체적으로 해결하고 조율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어른의 삶이 아닐까?

원하는 삶을 산다는 것의 진짜 의미 | RBBM

REDBUSBAGMAN | 빨간색 광역버스에 백팩을 메고 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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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21일 오전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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