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과 답] 영국의 ‘관계맺기’ 교육
한겨레21
<⛔️직장에서의 '관계맺기', 그리고 '경계'> "자신의 지적 경계를 소중히 여겨 남의 의견을 따라가지 않고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의견을 말할 수 있을까. 타인의 기대나 요구와 독립적으로 자신의 욕구와 필요를 아는 정서적 경계를 만들어나가고 있을까." 많은 직장인들이 하루 꼬박 여덟 시간, 주 40시간을 일터에서 보냅니다. 독립적으로 일하는 경우도 없진 않지만, 대부분 타인과의 크고 작은 협업을 통해 결과물을 만들어 갑니다. 동료들과의 팀워크 쌓기부터 협력사/고객사와의 커뮤니케이션까지, 모두 끊임없는 '관계맺기'의 일환입니다. 그런데 우린 살면서 '관계맺기'를 정식으로 배워 본 적이 없습니다. 직장생활의 고단함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영국에서는 오는 9월부터 '관계맺기(Relationships)'를 필수교과로 지정한다고 합니다. 교육학자이자 이주민 문제에 천착해 온 이향규 님의 칼럼을 통해 그 내용을 살짝 엿봤습니다. 그는 '가르친다고 모두가 충분히 다 배우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몰라서" 생기는 피해와 가해는 줄일 수 있겠다.'며 영국의 이 새로운 시도에 대해 긍정적인 눈치입니다.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교육과정에서 배운다는 '경계(Boundary)'입니다. 일차적으로는 해당 내용을 배우는 자녀에 대한 관심이지만, 경계에 대한 질문은 자체로 삶에 대한 근본적 질문과 맞닿아 있습니다. "질문했다. 나는 나의 경계(들)를 아는지, 그 경계는 (너무) 단단한지, (너무) 무른지, 유연한지, 그건 본래 내가 만든 것인지 남이 만들어준 것인지, 나는 그 안에서 안전한지, 외로운지, 고단한지, 편안한지. 다른 이가 경계 안으로 들어올 때 나는 어떻게 대처하는지, 빗장을 거는지, 참고 견디는지, 괜찮다고 해놓고 후회하는지, 화내거나 미안해하지 않으며 ‘노’라고 말하는지, 나는 다른 이의 경계를 잘 인식하고 존중하는지…." 우문현답이라고, 저자는 자녀인 애린의 답에서 실마리를 찾습니다. 경계는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그 경계를 잘 확인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상대를 어떻게 존중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부터 자문해보는 것이 시작입니다. 저자의 말처럼, 그것이 결국엔 자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방법으로 되돌아오기도 하니 말이지요.
2020년 8월 4일 오후 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