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하며 만나는 리더는 조직 안에서 ‘어른’이다. 학교로 치면 선생님과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것처럼 보인다. 반 전체를 책임지고 통솔하며, 굵직한 지시를 내려 학생을 이끌고 관리하는 선생님이 조직 전체를 이끌고 책임지는 리더와 언뜻 닮아 보인다. 그러나 선생님과 리더의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바로 ‘가르침’이다. 선생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인데, 리더의 핵심 역할은 직원을 가르치는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직원들에게 존경받는 리더, 훌륭한 리더는 직원을 가르치지 않는다. 리더는 직원보다 조직생활 경험, 업무경력이 더 많은데 만약 본인의 경험•경력을 예로 들며 가르치려 한다면, ‘꼰대’, ‘라떼는 말이야’ 같은 말을 듣기 쉽다. 자칫 업무에 대한 부정적인 피드백, 본인의 부족함이나 실수를 지적받는 것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리더는 직원의 부족함을 발견했을 때 고쳐주고, 모르는 부분을 먼저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만약 리더의 역할이 선생님처럼 직원을 가르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리더가 있다면 회사는 어떻게 될까? T사장은 회사 설립부터 경영까지 주로 혼자 힘으로 했다. T사를 설립하고 아르바이트 1명이었던 회사를 직원 30명 규모의 기업으로 키워냈다. 업계에서 능력을 인정받던 T사장이 회사의 대표가 되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니, 초기에는 모든 직원이 그를 존경하고 따랐다. T사장 역시 본인이 업무능력, 경험, 경영 노하우까지 모든 면에서 탁월하다는 점을 잘 알았다. 게다가 스스로 일궈낸 회사라 직원 한 명 한 명이 더 소중하고 귀해 본인의 모든 기술과 노하우를 직원들에게 다 가르쳐주고 싶었다. 그래서 T사장은 스케줄을 쪼개 매주 팀별 미팅을 하며, 업무에 대한 피드백 시간을 가졌다. “배 팀장님, 그렇게 하지 말고. 이 일은 A부터 해야죠. B부터 하면 효율이 떨어진다니까요.” “소 팀장님, 처음 진행하는 일이니까 실수할 수 있어요. 그런데 시간도 비용도 아끼는 방법이 있다면 더 좋겠죠? 자, 내가 알려 줄게. 이따가 메모할 것만 간단히 들고 와요. 나한테도 이런 상사가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우 팀장님, 저번에 내가 가르쳐 준 방법대로 했어요? 그랬는데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뭔가 우 팀장이 중간에서 잘못 처리한 거 아니에요?” 처음엔 T사장의 가르침이 고마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직원들은 T사장과의 미팅을 꺼리기 시작했다. 리더로서 능력은 인정하지만 사소한 업무까지 T사장이 가르치고, 본인이 잘 아는 방식대로만 일하도록 지시했기 때문이다. T사장은 점점 업무 외적인 일에 관해서도 가르치기 시작했다. 퇴근 후에는 업무에 도움이 되는 기술 좀 배우러 다녀라, 어떤 업체에 미팅 갈 땐 어떤 스타일로 옷을 입어라, 월급 아끼고 커피 좀 그만 사 먹어라, 그리고 이사•결혼•육아 같은 직원의 사생활에 대해서도 가르치려 했다. 직원들은 선생님 같은 T사장과 마주치는 것을 불편했다. 예전처럼 업무 중 모르는 게 있거나, 어려운 게 있을 때 T사장에게 물어보는 직원도 없었다. 업무, 사생활까지 모두 가르치려는 T사장을 직원들끼리는 ‘학생주임’라고 불렀고, 사장과의 팀미팅 시간에 질문하거나 의견을 내는 직원이 없었다. 일부 직원은 T사장의 가르침에 대해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티를 냈다. 모든 사소한 일 하나하나까지 보고 받고 자신의 방식대로 가르치고 처리하다 보니, 관리자나 실무자로서 책임과 권한이 없을 뿐만 아니라 직원을 못 믿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직원들은 선생님 같은 T사장과 점점 소통하지 않게 되었다. T사장의 사례처럼, 리더의 가르침이 지나치면 때론 직원과 소통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심지어 부정적인 피드백, 지적이 아닌 본인의 기술, 노하우를 가르쳐주려는 선의였다 하더라도 리더의 가르침이 반복될 때 직원은 리더와 소통하는 것을 꺼릴 수 있다. 훌륭한 리더는 가르치지 않고, 대신 직원이 직접 보고 배울 수 있도록 모범을 보인다. 리더로서 본인의 업무와 역할에 충실하며 열심히 일하는 모습, 조직 전체에 이익이 되는 성과를 만들어내고 이를 책임지는 모습, 평소에도 보고 배울 수 있는 선행이나 존경할 만한 인품에서 직원은 진정한 리더십을 느낀다. 학교생활에 대입해보면 직원들에게 훌륭한 리더는 선생님의 역할을 하기보다 ‘모범적인 친구’의 역할에 가깝다. 성적•성격•인성 면에서 두루 완벽한 모범적인 친구 같은 리더가 직원들이 존경하고, 보고 배울 수 있는 리더다. 흔히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솔선수범’을 많이 꼽는다. 생각해보면 ‘솔선수범’처럼 갖추기 어려운 자질도 없다. 조직 전체를 위한 성과, 리더로서 다수의 직원에게 존경받을 만한 성격, 그리고 일상생활과 업무 중 틈틈이 보이는 됨됨이까지 모든 면에서 완벽해야 모범적인 리더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더의 자리는 어렵다. 직원을 가르치려는 리더는 직원들의 마음을 쉽게 잃을 수 있다. 사람인지라 모든 면에서 완벽하기 어려운 리더가 직원을 가르치려 하면, 역으로 직원들에게 리더의 성과•성격•인품을 부정적으로 평가받거나 의심받기 쉽다. 이 세상에 완전무결한 리더는 찾기 어렵고, 모든 직원을 다 만족하게 하는 완벽한 리더는 없기 때문에, 결국 가르치려는 리더는 비난받기 쉽다. 좋은 리더는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니라 직원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모범적인 친구에 더 가깝지 않을까? 리더로서 책임지고 만들어야 할 성과, 회사 전체가 팀워크를 발휘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성격, 그리고 직원들이 존경하고 인정하는 인품을 두루 갖춘 리더 곁에는 늘 훌륭한 직원이 많고 존경과 인정이 따르는 게 아닐까?

[더오래]"라떼는 말이야"...불통 부르는 선생님 같은 리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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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라떼는 말이야"...불통 부르는 선생님 같은 리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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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21일 오전 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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