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접해본 주니어 분들 중에서 흥미로운 유형이 하나 있습니다. 성장 욕구도 있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에너지도 있는데 도통 길이 잘 뚫리지 않는 분들이죠. 좀 생각해보니, 욕심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공통적으로 두 가지의 ‘적’이 있다는 잠정적인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첫째는 ‘비대한 자아’이고, 둘째는 ‘산만함’입니다. 조금 더 대중적인 용어를 사용하자면 ‘중2병’과 ‘관심병’되겠습니다. 오늘은 주니어 분들을 위해 조금 쓴소리를 해볼까 합니다.
성장할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욕심이 있는지’ 판단하면 됩니다. 성장 욕구가 없는데 저절로 경쟁에서 앞서나가 더 크게 되는 사람은 없거든요. 그런데 유독 욕심도 있고 실행력도 높은데 주위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거나 자신만의 ‘성장의 길’을 찾지 못하고 뱅뱅 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비대한 자아’를 가진 경우, 아직 회사에서 핵심 경력, 핵심 역량이 아직 갖춰지지 못한 상태에서 말이나 퍼스널 브랜딩의 욕심이 앞서나갑니다. 보통 이런 분은 소셜(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을 매우 열심히 하면서 팔로워도 많은데, 포스팅을 살펴보면 자신의 활동을 지칭하는 언어가 약간 민망할 정도로 포장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친 창업가’라면 강력한 비전을 공공연하게 소셜로 이야기하는 것이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일반 직장인이며 주니어인데 포부나 비전뿐만 아니라 성과나 자신의 역량를 지칭하는 단어들이 좀 ‘쎈’ 경우에는 쉽게 알아볼 수 있죠.
‘포장’이 ‘실력’을 앞서나가는지, ‘브랜딩’이 ‘제품’을 뛰어넘은 과대포장인지를 판단하려면 직장 내의 평가를 참고하면 됩니다. 회사에서 나만 일하는 것 같고 나의 업무에 대한 동료, 특히 리더의 평가가 좋은 편이라면 성장러가 갖춰야 할 핵심 역량은 가지고 있는 것이겠죠. 그렇지 않은 상태라면 혹시나 내 언어가 내 실력을 앞서나가는 것은 아닌지 경계할 일입니다.
(이렇게 쓰고보니 제 글 중 일부가 ‘쎈’ 언어로 쓰여져서 저도 과대포장에 해당되지 않은지 의심되는군요. 한번 성찰해보겠습니다. 하하하)
둘째, ‘산만함’의 문제도 심각합니다. 욕심과 에너지가 많아서 이것 저것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습니다. 취미가 3개가 넘고 사이드 프로젝트도 2개쯤 있으며 배우는 언어도 있고 창업도 하고싶은데다가 뜨개질도 잘하고 싶어요. 클래스도 하려고 하고 커뮤니티 운영도 하고 싶은데 요가 자격증도 따고 싶고 요리 인스타 계정도 운영하고 있고요. 재능이 다양하고 취미가 많은 것이 문제라고 말씀드리는 것은 전혀 아니에요. 다만 그 재능들의 에너지가 분산될 경우, 혹시나 20대에 ‘나만의 강력한 무기’를 만들지 못할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물론 그것도 문제가 되지는 않아요. 그 와중에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런데 혹시 이 모든 취미와 재능의 발휘가 타인의 ‘관심’을 끌거나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에 바쁜 일이었어서, 나중에 내가 정말 좋아하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지 못할수도 있죠.
사람마다 원하는 삶과 경험의 ‘넓이’ 대 ‘뾰족함’의 비율은 다를 수 있습니다. 저는 비전과 미션 수준에서의 뾰족함을 좋아하고, 리딩 관심사는 좀 산만하기도 한 편이지만 최대한 ‘인간의 성장’으로 수렴될 수 있도록 모든 활동을 조절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경험의 퍼널’이 있는 것이죠. 뭘 해도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설계된 일상.
회사 일도 잘하면서 취미 몇개쯤 멋지게 키워낼 수 있는 재능과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렇지만 혹시나 ‘통합적인 삶’을 원한다면 일상과 비일상이 연결될 수 있는 고리들을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가끔씩은 쇼핑하던 취미나 사이드 프로젝트들이 무엇을 위한 일인지, ‘점을 이어보고’ 정말 내것은 무엇인지 고민해 볼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년에 한두번씩은 휴식과 회고의 시간을 가지면서, 지금까지의 내 일상과 비일상이 어떤 의미였고, 나는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될 겁니다. 이런 대화를 할 수 있는 성장 파트너가 있다면 도움이 될 겁니다. ‘커리어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자기탐색을 위한 글쓰기’를 해보는 방법도 있어요.
오늘은 조금 불편할수도 있는 얘기를 했습니다. 에너지 넘치는 주니어 분들 중에서 이런 유형을 보아왔기 때문에 써본 글인데요, 저보다 더 경험 많으신 분들의 이야기도, 주니어분들의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비대한 자아’와 ‘산만함’이 이미 욕심 많은 사람을 가로막을 수 있는 걸림돌이라는 얘기에 공감하시는지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