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이 되고 난 후 제법 지났을 때였다. 시간이 별 탈 없이 지날 때쯤 팀원 한 명을 더 채용하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나와 나이가 엇비슷했고 경력도 적지 않았다. 아무튼 경력과 실력이 좋은 사람이라 채용하게 되었는데, 이 사람을 잘 관리하면 팀의 성과가 더 좋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언젠가 이 사람이 나를 대체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고 말이다. 사실, 팀원을 채용할 때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 특히 나와 경력과 나이가 비슷한 사람을 채용하는 경우 말이다. 이상적으로만 본다면 실력 있고 나보다 나은 사람을 채용하는 리더가 용기있는 좋은 리더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팀장들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이런 사람을 채용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어느 정도는 있을 것이다. 역시나 이 팀원은 처음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초반 러시를 해야 하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어쩌면 ‘팀장도 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팀장급’을 채용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과연 내가 이 사람을 담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 팀원은 빠르게 임원들의 인정을 받기 시작했고 이윽고 대표이사에게도 인정을 받게 되었다.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뭐랄까...능력있는 팀원의 팀장이어서 좋은 일이긴 한데, 상대적으로 내가 작아지는 느낌이라고 할까? 어떻게 해야 할까...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까? 뭘 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협력적인 관계로 발전시킬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해야 나도 다시 회사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수개월 동안 고민에 고민을 더해 결론에 다다랐다. 그리고 깨달음을 팀원들에게 즉각적인 행동으로 보여줬다. 마침내 장장 6개월 동안 절치부심했던 상황을 개선할 수 있었다. 긴 고민 끝에 내렸던 결론과 이를 적용했던 행동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1️⃣생각 정리 팀장이라고 모든 업무에 전문가가 될 수는 없다. 이를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팀 내 소통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사람들이 인식을 하는 것과 아닌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완전한 전문가 집단을 원한다면 조직에 ‘장’이 왜 필요하겠는가? 그렇다면 회사의 조직 구조와 일을 더욱 세분화해 그에 딱 맞는 전문가들로만 인력을 배치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는 없다. 어떤 조직이든 성과와 문제 해결, 불협화음, 방향 설정, 의사결정, 조직문화, 핵심가치 등 많은 이슈들을 효율적으로 엮어내어 하나의 응집된 에너지로 만들어 내야 한다. 그래야 회사가 지속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 그러려면 업무 전문가도 필요하지만 컨트롤러(controller), 왓처(whatcher), 코치(coach)의 역할도 필요한 것이다. 이 사실을 나 스스로 믿어야 한다. 스스로를 믿지 않는다면 팀원은 자신감 없는 팀장을 바로 알아채 버린다. 2️⃣리: 컨셉팅 포지셔닝이라고 해도 좋다. 팀장의 컨셉을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 쉽게 말하자면 감독과 선수의 위치, 그 어디쯤 중간에서 만나는 곳이 있을 것이다. 바로 플레잉코치인 것이다. 선수와 함께 뛰면서 그 안에서 사람들과 일을 관리하고 나 스스로도 관리하는 것이다. 물론 공력이 더 들어가겠지만 이는 나의 전문성을 다시 살리고 부각시키면서 내가 전문적이지 않은 분야는 임파워먼트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는 관리형 리더였다면 다시 내 업무, 내 프로젝트를 만들어 내고 개인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일을 개발해야 한다. 그러면 각자의 영역에서 성과가 나타날 수 있어 나도 좋고 팀원도 좋다. 하지만 나에게 좋은 것이 한 가지 더 있다. 내 개인 성과를 내면서 성과를 내는 팀원을 조직 안에서 관리해야 하는 미션이 있다는 것이다. 리더로서 가질 수 있는 무기는 실무 또는 관리 중 하나만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플레잉코치로서 조직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 집중하면 그 노력을 인정 받을 수 있다. 3️⃣체급 키우기 마지막으로 정말 중요한 팀장의 ‘찐’ 역할은 자신의 성과를 내고 조직을 관리하는 것 외에 한 가지가 더 있다. 그것은 바로 ‘피하지 않는 것’이다. 팀원들이 일을 하다 보면 성취의 경험도 맛볼 수 있지만, 반대로 실패로 인한 비난의 화살을 맞아야 할 때도 있다. 이때 팀원을 무방비 상태에 놔두지 않아야 한다. 만약 누군가 책임의 화살을 맞아야 한다면 그건 팀장(리더)의 몫이다. 나중에 별도로 팀 내부에서 질책을 하더라도 우선은 외부로부터 팀원들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조직의 리더로서 할 수 있는 책임이자 권리이다. 화살을 팀원이 맞게 하지 말자. 나는 팀원들의 일이나 타 부서와의 관계가 어려워질 때 적극적으로 나섰고 실패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두려움도 있었지만 돌이켜 보면 화살을 맞는다고 생각처럼 죽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팀원들에게 진짜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그 까칠했던 능력자 팀원에게까지도 말이다. 이를 통해 내가 배운 것은 사람들은 ‘헌신’하는 사람에게 감동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존경받을 자격이 생긴다는 것이다. 물론 헌신하면 헌신짝 된다는 말도 있지만, 무조건 생각 없이 나를 일과 조직에 갈아 넣으라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말하는 헌신의 의미는 “존경“의 영역이며 그 가능성이다. 집중해야 하는 곳을 찾아서 집중하고 아닌 것은 과감히 버리는 것이다. 어려운 일은 리더가 맡고 팀원을 보호하며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고 함께 해결하는 것이다. 팀원의 전문성을 진심으로 인정하고 그들이 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리고 함께 이기는 것이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나를 괴롭혀 왔던 그 능력자 팀원과의 관계는 리더로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는 기회가 되었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결국 더 성장할 수 있었다. 우리는 서로 편한 사이가 되었다. 나도 그를 인정하고 그도 나를 인정하게 되었다. 나보다 실력 있고 까칠한 팀원이 있다면, 그 직원과의 관계 때문에 힘들다면, 내 에너지를 그 팀원보다 나에게 집중하는 것이 좋다. 생각을 정리하고, 컨셉을 다시 잡고, 내 체급을 올리는데 집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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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1일 오후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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