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의 인터스텔라] "행복은 신기루, 작은 즐거움으로 슬픔 덮고 살아야" 85세 정신과의사 이근후
Naver
<사소한 즐거움을 잃지 않아야 인생이 무너지지 않습니다> 1. "살아보니 인생은 필연보다 우연에 좌우되었고 세상은 생각보다 불합리하고 우스꽝스러운 곳이었어요" 2. "산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사소한 즐거움을 잃지 않는 한 인생은 무너지지 않아요" 3. "행복과 불행은 사람이 만들어낸 신기루지요. 있지도 않은 걸 억지로 만들어 냈어요. 의학적으로 행복과 가장 가까운 상태는 쾌락이에요. 소망했던 걸 이뤘을 때 느끼는 만족감이죠" 4."(불행은" 행복하지 않을 때죠. (하지만) 경계는 명확하지 않아요. 간소하게 끼니만 때워도 행복한 사람이 있고, 진수성찬 차려 먹어도 불행을 느끼는 사람이 있지요. 신기루와 같으니 가타부타 따질 것이 못 됩니다. 분명한 건 자기 성질대로 잘 살다 보면 만족하고, 만족이 지속되면 행복을 느낀다는 거죠" 5. "잊으려고 애쓸수록 과거는, 미래는, 괴물처럼 커져요. 방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는 일을 찾는 거예요. 원한을, 걱정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는 즐거운 일을 찾아서 야금야금해야죠. 상한 마음이 올라올 틈이 없도록. 불안을 끊어낼 순 없지만 희석할 순 있거든요. 그렇게 작은 재미가 오래 지속하면 콘크리트 같은 재미가 돼요" 6. "(그래서 저는) 순간순간 작은 일에 기뻐합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점수를 받을 때 기쁘고, 아이들 생산해서 키워낸 것도 기쁩니다. 친구와 좋은 인연을 쌓은 것도 기쁘죠. 네팔에 의료 봉사 다니는 것도, 광명 보육원에서 아이들 돌보는 것도 즐거워요. 즐거움을 목적으로 그 일을 하진 않았지만 해서 즐거우니 자꾸 하게 되더군요" 7. "죽음은 두렵지요. 그게 정상이에요. 정신분석에서 보면 죽음을 대면하기 무서워 자살하기도 합니다. 죽을 때까지 기다리지 못해서요. 최근엔 관에 들어가는 체험도 하더군요. 눈 뜨고 관에 들었다가 나오는... 하지만 그조차 오만입니다. 헛소리죠. 아무런 준비 없이 오는 게 죽음이에요. 죽음은 올 때 경건하게 받아들이면 돼요. 연습으로는 알 수 없는 게 죽음입니다." 8.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가는 날까지 사람에게 예의를 갖추고 웃음이 나는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드는 것입니다. 추억조차 인위적으로 만드는 게 아니에요. 기분 좋게 지내는 하루하루, 생활이 추억이 되는 거죠"
2020년 8월 25일 오전 1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