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기획 하지 마라. 장님 코끼리 만지기로는 역량을 키울 수 없다.>

1 아이폰이 새로 나오면 분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보통 초도 물량 구하기는 어렵다. 어렵게 구해서 다 분해하다니 아깝다. 또 덕분에 재밌다. 아이폰의 속은 어떻게 생겼는지, 어느 회사의 어떤 부품을 썼는지도 알게 된다. 그래서 아이폰 원가는 얼만지도. ​ ​ 2 리버스 엔지니어링이란 방법론이 있다. 외부의 기능을 베껴 만들려고 내부를 뜯어보는 일이다. 완성품을 분해해서 어떻게 만든 건지 살펴본다. 기술이 부족한 후발주자가 경쟁사 제품을 뜯어서 살펴보는 거다. 예전 삼성도 소니 제품을 모두 사서 뜯었단다. 분해를 거꾸로 하면 논리적으로는 조립도 되니까. ​ ​ 3 눈에 보이는 건 분해해도 눈에 보인다. 다시 조립하면 동작하지 않을 수 있지만, 전체를 부분으로 쪼개서 보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눈에 안 보이는 소프트웨어도 가능하다. 무형이라서 더 어렵지만, 기술이 있기에 시도하고 결과를 볼 수 있다. 불가능하지는 않다. ​ ​ 4 역기획이란 말이 있다. 리버스 엔지니어링과 같은 맥락이다. 이미 만들어진 서비스/제품을 거꾸로 뒤집어서 설계를 해본다. 잘 만들어진 아웃풋을 통해 과정을 추측한다. 그 과정에서 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배우기 위해서다. ​ ​ 5 이런 역기획은 PM을 위한 공부 방법으로 주로 강의에서 사용된다. 그런데, 이런 방법이 도움이 될까? 의미가 있을까? 글쎄, 부정적이다. 두 가지 이유다. ​ ​ 6 첫 번째, 사용자는 why를 모른다. 우리는 절대 볼 수 없다, 그 제품의 why를. 우리가 쓰는 제품과 서비스에서는 목적이 안 보인다. 대부분 이걸 왜 이렇게 만든 건지, 제공하는 자들의 목표가 뭔지 우리는 모른다. 물론 맥락이 없어도 자유롭게 상상을 해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배움에 큰 도움이 안 된다. ​ ​ 7 두 번째, 그 제품과 서비스가 목표를 달성했는지 모른다. 사용자로써 제품의 편리함이나 유용함,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 느낌과 만든 사람이 목표를 달성하는 건 별개다. 우리는 목표도 모르고 그걸 달성했는지도 알 수 없다. 역시나 상상은 할 수 있다. 무의미하다. ​ ​ 8 역기획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다. 거꾸로 찾아가도 어차피 답은 없다. 왜냐하면, 만든 사람조차 의도대로 모든 걸 만들 순 없기 때문이다. 보이는 결과물은 무수한 사람들의 시행착오와 타협이다. 보이는 결과물에 모두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만들어보면 그제야 알게 된다. ​ ​ 9 어차피 답이 없다면 생각을 자유롭게 펼치는 연습이 훨씬 좋다. 더 재밌다. 그래야 계속할 수 있다. 반복할 수 있다. 생각하는 역량을 키우려면 반복해야 한다. 역기획보다 차라리 좋아하는 서비스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디테일하게 생각해 보는 것이 낫다. 답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과정의 연습이 중요하다. ​ ​ 10 생각하는 역량을 가르칠 수 있을까. 강의로 전달할 수 있을까. 없다. 불가능하다. 그럼 가르치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나. 뭔가 도구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역기획'은 강의나 가르치는 사람에게는 손쉬운 도구다. 하지만 대부분의 배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못된다. 차라리 좋아하는 제품의 미래, 세상에 없던 새로운 걸 생각해 보자. 그게 훨씬 도움이 된다. 꾸준히 생각하는 연습이 가장 중요하다.

[ 프로덕트매니저 101 (4) ] 역기획 하지 마라. 장님 코끼리 만지기로는 역량을 키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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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13일 오후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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