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공공기관에서 글로벌 팀장을 맡았을 때 해외 진출이 가능할 만한 팀을 찾아다녔다. 좋은 기업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직원의 잠재력을 키워주고 활용하기보다는 수족처럼 부리는 데 급급한 잘못된 리더십을 갖고 있는 무능한 대표가 많아서였다. ‘잘되면 내 덕분이고 안 되면 너희들 때문이야’라는 마인드를 가진 대표가 이끄는 기업이 과연 지속가능성이 있을지 의문이었다.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는 한 스타트업 대표가 있다. 회사도 잘나가고 경영수완도 뛰어난 듯해 큰 기대를 하고 만났는데 알아갈수록 전형적인 ’회사가 잘 되는 것은 다 내 덕분이다‘ 마인드였다. 정말로 혼자 다 했다고 믿는지 아니면 공을 세운 이들이 더 많은 보수를 요구할까봐 걱정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참 못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대표가 잘 리드한 것이 사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로 혼자 다 했다고 믿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몇 개월을 함께 보내면서 그의 진심을 들을 수 있었다. 그에게 다른 직원들은 그저 소모품에 불과했다. 자신의 리더십에 대한 자성은 없고 오로지 다 직원들이 못나서라고 비난한다.


오랫동안 같이 일한 초기 멤버들에게 감사해 할 줄 알았는데 온통 불평불만 일색이다. 이 차장은 일을 할 줄 모르고 박 대리는 내가 데려다 키운 직원인데 내가 안 거뒀다면 지금 길에서 굶주리며 거리를 서성일 사람이라고 한다. 홍 이사는 능력도 안되지만 인생이 불쌍해서 봐주고 있는데 회사가 좀 더 성장하면 정리해야 할 사람이라고 성토했다.


결국 현재까지 일궈온 사업이 모두 다 본인 덕분이라는 게 요점이다. 영업 팀장이 있어도 사실 다 대표 본인이 영업을 한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하는가 하면, 기술개발 팀장이 있어도 사실 그는 할 줄 아는 게 한정적이라 본인이 연구개발까지 다 해낸 것이라고 했다.


물론 조직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어느 정도의 상하관계는 필요하다. 다만 명령하면 무조건 따르는 것만을 기대하거나 직원의 아이디어를 대표 본인의 공로로 가져가 버리고 직원들을 인정하지 않는 곳에서는 창의적인 인재가 일을 계속 해나가기가 어렵다.


사업을 하면서 분명 대표의 아이디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전반적인 흐름을 본인이 만들었을 수도 있다. 다만 리더로서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고 가져서는 안되는 마음가짐이 있다. 설사 자신이 8할의 역할을 했더라도 함께한 팀이 없다면 그 어떤 것도 성취 불가능하다는 걸 알아야 하는데,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런 기업에서는 10년을 일한다 한들 얼마나 성장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묻지 않아도 답이 뻔하다.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이라고 해서 직원을 기계 부품처럼 대한다면 그 기업은 지속성장하는 조직이 될 수 없다. 소모품으로 5년을 지낸 직원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아서다.


최대한 자율을 주고 팀원들을 하나하나 챙기며 이끄는 리더가 있는가 하면, 무서운 채찍질로 정신없이 몰아붙여 제정신으로는 해낼 수 없는 업적을 일구는 경우도 있다. 이는 단기간적으로는 통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통하지 않는다.


자신과 함께 일하고 있는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격려가 없다면 그 회사가 과연 얼마나 오래갈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알리바바의 마윈이 말하는 것처럼, 자신보다 더 똑똑한 이들이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회사가 되어야 하는데 잘못된 마인드의 리더를 보면 일할 맛이 안 난다.


리더는 우리가 함께 해내고 있다는 성취감을 주어야 한다. 직원들의 성장을 막아서는 안 된다. 모든 공로를 다 가로채고 혼자만 잘 했다고 원맨쇼를 해서도 안된다. 그런 사람이라면 반대로 나중에 회사에 문제가 생겼을 때 자신의 오판이었음에도 불구, 희생양을 찾아 잘못을 뒤집어씌우는 데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솔직히 인정하기보다 직원들이 잘못한 것으로 몰아가는 게 여러모로 편리하기 때문이다.


내가 혼자 다 했다는 마인드로 일하는 대표라면 시간이 흐를수록 직원들의 불만이 쌓여갈 가능성이 크다. 직원들이 월급 인상을 요구해 와도 ‘당신들이 한 게 뭐가 있나, 결국 내가 다 한 거다’라고 생각하는 대표라면 그 회사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그런 대표와 일하러 오는 직원들도 퀄리티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처음에는 피상적인 명성을 보고 들어왔다가 실망하고 탈출할 것이라서다.


실컷 이용당하다가 ‘팽’ 당한다는 생각이 드는 회사에서는 몸을 사리고 시키는 대로만 하는 문화가 형성될 수 밖에 없다. 자신의 주장을 하는 순간 찍히는 분위기라면, 당연히 아무런 주장도 안 할 것이고 자율적인 시도도 없을 것이다. 지시받은 대로 수행만 함으로써 자신의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기업문화가 정착될 것이다.


평소 대표의 명령만 따르도록 했기 때문에, 대표가 내다보지 못한 변수가 나타나도 이를 해결해나갈 인재가 조직 내에 남아있지 않게 된다. 대표는 직원들을 무능하다고 욕하겠지만 사실 자신이 리더로서 무능한 것임을 죽을 때까지 깨닫지 못할 것이다. 계속 사람을 버리고 다시 구하며 일회용 화장지처럼 사용한다. 악순환이다.


어느 정도 자율성과 기본적인 존중감, 그리고 ‘내’가 아닌 ‘우리’가 해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지속 가능한 기업문화를 일궈낼 수 있다. 아무리 뛰어난 대표라도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될 수 밖에 없다. ‘나’를 잊고 ‘우리’를 기억한다면 더 좋은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고 더 큰 발전이 가능하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경영이라는 것은 경영자의 인격을 투영할 수밖에 없다. 경영은 사람의 마음으로 쌓아올리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돈을 좀 벌면 온갖 갑질도 다 허용되는 것으로 착각하는데, 사람과 세상을 이롭게 하는 가치를 구현하고 싶다는 뚜렷한 철학이 없다면 돈 많은 양아치가 되어갈 뿐이다. 창의적인 인재들이 올 리가 만무하다.


뚜렷한 경영철학도, 구현하고 싶은 가치도 없고, 자신만이 옳다는 보스(리더가 아니다)가 이끄는 회사는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없다. <성공하는 이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 스테판 코비는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여러분의 직원이 여러분의 최고 고객을 대하기를 바라는 그 방식 그대로 항상 당신의 직원들을 대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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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20일 오후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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