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거래액이 매출액이라고 우기지?

무엇이든지 정석과 정도가 아니라 지름길을 찾아 빨리 쉽게 뭔가를 얻어내려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얇팍한 꼼수와 조바심 본성을 가장 잘 파악히고 한껏 활용하는 산업이 교육과 컨설팅 산업이다. 대표적인 게 입시시장이나 목적 지향형 스코어링 교육 시장이다. 모자란 것을 채우거나 보완하는게 아니라 명확한 목표점을 향해 얼마나 빨리 쉽게 가느냐가 중요하지 진정한 실력은 공급자나 소비자 모두 관심 밖이다. ‘쪽집게’ 교육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그렇다보니 성인 교육 시장은 자기계발이나 취업 준비 시장 아니고서는 돈이 안되는 것도 당연하고.


분위기가 이러니 스타트업 육성 분야 중 교육, 멘토링(컨설팅) 부분도 같은 길을 걸어가는게 당연하다. 창업가와 대표 대부분은 사업을 성장시키거나 성공시키기 위한 교육과 멘토링에는 별 관심 없고, 투자 유치를 위한 사업계획서 작성과 IR 준비에만 관심이 크다. 그렇다보니 이런 심리를 노리고 지난 10년 가까이 별의별 형태로 화두를 던지면서 투자를 잘 받기 위한 쪽집게 교육과 멘토링이 성행해왔다.


처음에는 스타트업의 대명사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성장 방법론을 끌고와서 정통 선진 기법이라면서 몇년 엄청 해먹었고, 그 다음에는 기존 교육업체와 컨설팅 업체들이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써먹던 직무전문성 방법론을 엄청 풀었다. 동시에 소상공인 창업씬에 있던 업자들이 들어와서 사업을 장사인양 썰 풀면서 홀렸다. 시장과 소비자는 냉정한게 이렇게해도 저렇게해도 잘 안되고 그런 것들이 말도 안된다는 것을 깨달아왔다. 문제는 다시 정석을 찾는게 아니라 다른 쪽집게 방법을 찾는다는거지... 그래서 매번 약빨이 떨어지면 새로운 화두를 풀고 거기에 맞춘 쪽집게나 나오는데, 이번도 그렇다. 코로나 시즌부터 슬슬 고개를 들기 시작했던 방식이 요즘 쪽집게 스타트업 과외 시장의 대세다.


그것은 투자 연계형 사업계획서/IR자료 제작이나 디자인, 컨설팅과 투자 받은 스타트업의 사업계획서나 IR자료를 기반으로 투자 받을 수 있었던 공통 요소를 찾아 그대로 적용해주는 것이다. 이제는 입시 교육 시장 속 제품, 서비스와 거의 똑같아졌다. 그 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고 돈 벌기 쉬운 바로 그 형태다. 물론 사업계획서 작성과 IR 준비에서 성공포인트는 분명히 있다. 해답도 아니라 정답으로 말이다. 문제는 지금 유행하고 있는 것들이 그것을 입시 교육 컨설팅처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시장 사이즈를 이야기하면, 투자자 입장 뿐 아니라 실제 사업을 함에 있어서도 시장 사이즈는 매우 중요하다. 창업가나 대표 입장에서는 시장 사이즈에 따라 내 사업의 크기와 사업화 방안을 결정할 수 있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여부와 기간 및 투자금액을 결정할 수 있다. 그래서 나 같은 경우는 어떻게 적합한 시장을 찾고 이후 스케일업 단계에서 시장을 확장하거나 유사 혹은 이종 시장을 엮을 수 있을지를 이야기해준다. 즉, 사업성장과 시장사이즈는 시간축에 따라 Product-Market-Fit에 따라 유동적으로 움직여주면서 실제 사업 역량과 환경에 맞춰 투자 유치를 사업 성장의 한가지 수단으로 연계시킨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요즘 유행하는 방식은 지금까지 투지 유치에 성공한 스타트업들의 사업계획서와 IR 자료를 분석해서 어떤 사업아이템은 시장사이즈를 얼마로 하고 예상 매출액을 얼마로 했을 때 투자를 받았는지 뽑아내서 그 숫자 기준에 맞춰서 사업계획서를 만들어주거나 컨설팅한다. 그렇다보니 진입 시장과 이후 스케일업 단계의 시장, 그 다음 단계의 시장까지 지금 사업아이템과 사업모델로 설명하기에 애매하거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해도 무조건 쓰게 만들고 유사, 인접 시장도 자기 시장이라고 우긴다. 거래액을 매출액이라 말하게 만드는 일은 너무 흔해서 입이 아플 정도고. 근육도 별로 없으면서 커보이겠다고 어깨 잔뜩 올리고 없는 광배근 억지로 꺼내는 허세 찬 남자애들이나 꼬리 펼치는 공작새, 목도리 펼치는 목도리 도마뱀처럼 말이다. 이런 개소리를 정말 하냐고? 놀랍지만 너무너무너무 흔하다.


예전에도 이런 일은 흔했지만 요즘 갑자기 심각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첫번째 이런 부분에 대해 창업가 대표가 이게 뭐가 문제냐며 오히려 당당하고 문제 인식을 못하는 경우가 슬슬 시작되었기 때문이며, 두번째는 이렇게 하라고 가르치는 곳들이 사업계획서나 IR 자료 만들어주거나 컨설팅한다고 광고 돌려서 하는 곳들을 넘어서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AC(엑셀러레이터)의 심사역들까지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라고 조언해준 곳과 사람에 심사역들이 끼어 있으니 더욱 충격적! 사업계획서와 IR자료는 공상과학소설까지는 어쩔 수가 없지만 판타지 소설까지는 되면 안된다. 아무리 진짜 사업을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투자 유치를 위해서라해도 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기 돈 써서 사업계획서나 IR 제작 의뢰나 컨설팅 받은 창업가 대표가 이 자료 지금까지 투자 잘 받은 스타트업 수십, 수백개의 노하우가 담겨있는데 뭐가 문제냐 혹은 전문 멘토가, 심사역이 그렇게 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뭐가 문제냐 당당하게 말한다.


상황 자체가 참 어이가 없지만, 항상 그랬듯이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줄거다. 8년째 이야기해오고 있듯이 비정상은 정상으로 갈 뿐 단지 시간의 문제니 말이다. 특히 스타트업 투자 방법론은 각 화두가 뜨면서 돈벌이 하던 주체를 보면 흐름이 바뀌었을 때 계속 살아남은 곳들이 없었다. 화두별로 유행별로 모두 다른 플레이어가 스타트업들을 현혹해왔고, 그 유행이 끝나면 스타트업 바닥에서 퇴출 당했다. 결국은 정석과 정도를 말하는 곳들이 계속 이 바닥에 있고, 살아남거나 성장한 스타트업들 대부분은 결국 정석과 정도를 걸었다.


※ 참, 정말 저렇게 규격화된 숫자로 사업계획서에 판타지 소설 쓰면 정말로 투자 받을 수 있을까? 대부분의 투자사 심사역과 현역 출신에 경험 풍부한 전문가 심사위원이나 멘토들이 바보인 줄 아나? 세상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그걸 가지고 투자 받거나 지원 사업되는 건 진짜 운빨이다. 당신 실력이 아니라! 당신에게 속아서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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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22일 오전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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