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추얼의 종말 (한병철 지음, 김영사 펴냄) - 저자는 방향 감각을 상실한 현대인들이 새로운 목적지를 찾는 데 도움이 될 키워드로 ‘리추얼(ritual)’을 꺼낸다. 리추얼은 의례, 의전, 전례, 의식, 축제, 잔치 등을 뜻하지만, 저자는 ‘삶을 더 높은 무언가에 맞추고 그럼으로써 의미와 방향을 제공하는 상징적 힘’이라고 정의한다. - 오늘날 정처 없는 삶을 단단히 고정할 수 있는 닻과 같은 구실을 하는 게 리추얼이다. 일정한 형식과 규칙에 몰두함으로써 자아를 탈내면화하고, 타자와 주변 사물, 세계와 관계 맺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게 리추얼이다. - 이런 리추얼이 오늘날 사라졌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신자유주의 세상에서는 생산과 소비가 끊임 없이 강제된다. 디지털의 발전은 소통의 끈을 약화시킨다. 공동체를 굳건하게 만들던 공동의 느낌은 점점 먼지처럼 가벼워져 부유한다. - 과거 우리를 지탱했던 리추얼의 부재를 인식하면 새로운 지향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