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리더, 아니 좋은 커뮤니케이터 역할을 하고 계신가요?

01. 리더의 역할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리더십을 강조하는 책이나 콘텐츠를 봐도 가끔은 개인에게 요구되는 역량의 한계치를 한참은 넘어선 느낌이 들곤 하죠. 좋은 리더의 조건을 모두 모아 놓으면 우주 대통령이라도 가능할 것처럼 보이니까요. 02. 하지만 개인적으로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저는 '커뮤니케이터(communicator)'로서의 역할을 들 것 같습니다. 리더는 자신의 차상위 리더나 각종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유입된 요구사항을 명확히 잘 전달해야 함은 물론이고, 이를 재해석해 본인의 디렉션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죠. 03. 그래서 저는 단순히 내부 소통을 강조하거나 조직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것에 앞서서 타인이 오해하지 않을 명확한 워딩과 표현을 쓰는 리더가 커뮤니케이터로서 좋은 자질을 갖춘 리더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리더들이 이 역할을 잘 못한다는 게 문제지만요...) 04. 그중 가장 위험한 커뮤니케이션은 전달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각자의 해석을 하게 만들도록 하는 소통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이런 리더 아래에 있으면 늘 조직 구성원들과 리더의 말을 재해석하는 회의가 따로 생기곤 했습니다. '내가 이해하기론 이런 뉘앙스로 말한 것 같다', '아니다. 그것보단 우리에게 저런 걸 기대해서 내린 디렉션인 것 같다'는 식으로 각자가 리더의 말을 추리하고 번역하는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죠. 05. 정식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 (그러니 아주 옛날이죠...) 1년여간 광고회사에서 인턴 생활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AE로 계셨던 차장님과 지금도 가깝게 지내는데 그분께서 지나가듯 했던 말이 아직도 제게 큰 임팩트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모든 회의가 브레인스토밍은 아니란 걸 알아야 해. 정확한 의견을 전달해야 할 때는 내가 뻗어나가고 싶은 대로 계속 가지치기를 해서도 안되고, 내 머릿속에서만 그려지는 느낌적인 느낌을 떠들어서도 안되거든. 특히 디렉션을 줘야 하는 사람이라면 자기가 하는 말이 빠르고 정확하게 가닿도록 하는 게 기본이야. 그렇지 않으면 말 한마디로도 사람들을 대혼란에 빠뜨릴 수 있으니까." 06. 그래서인지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리더들을 만날 때면 그분의 말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정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라서 고민에 빠지는 게 아니라 우선 가장 가까운 동료이자 디렉션을 내리는 사람의 말을 해석해야 한다는 게 정말 정말 힘들고 슬픈 일이었거든요. 07. 물론 저 역시도 누군가에게 그런 감정이 들게끔 하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늘 자기 체크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래도 제법 연차가 쌓이면서 하나 터득한 방법은 혹시라도 상대방이 애매모호하게 받아들여질만한 부분을 다시 제게 질문할 수 있도록 대화를 자연스레 유도하는 것이었습니다. 08. 그중 효과적이었던 것은 부족함의 방향을 나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제가 말씀드린 것 중 이해가 안 되는 부분 있나요?'라는 말 대신 '지금까지 내용 중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요?' 혹은 '제가 놓치고 있거나 애매하게 설명한 부분이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지는 거죠. 이건 '내가 하는 말 다 이해했습니까?'라고 상대방에게 그 책임을 던지는 것이 아닌 '제가 충분히 잘 설명했나요?'라고 나 스스로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라고 보거든요. 제겐 이런 대화를 유도하는 게 서로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손쉬운 실천 방법 중 하나였습니다. 09. 리더들 바쁜 것은 세상이 다 압니다. '척하면 척이지, 내가 그런 거까지 설명해 주고 있어야 하냐'라는 그 조급한 마음도 아주 이해를 못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어떤 문제에 대해 중요성을 간과하기 시작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지고 관계는 더욱 곪아들어갑니다. 특히 커뮤니케이션 문화는 나중에 바로잡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처음부터 잘 세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10. 그러니 당장 내일부터라도 작은 커뮤니케이션 하나하나에 조금 더 정성을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요? 리더라면 비용을 세이브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일 텐데 조직의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줄이는 것만큼 효과적이고 빠른 처방이 또 있을까 싶네요. 우리가 일하는 환경 중 절반 이상이 커뮤니케이션에 관여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이는 더더욱 체감되는 포인트일 테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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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12일 오전 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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