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수련하는 자에게 전성기라는 것은 없다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인간이 있습니다. 전성기라는 단어를 입에 담는 인간이 있고, 그렇지 않은 인간이 있죠. 전자는 매우 높은 확률로 전성기가 지난 사람, 또는 자신의 전성기가 지났다고 믿고 있는 사람일 겁니다. 후자는 전성기가 뭔지 먹는 건지 딱히 관심은 없고 성장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죠. 물론 인간에게는 제한된 수명이 있고, 신체능력을 포함한 일부 능력은 특정 나이에 고점을 찍고 후퇴하기 시작할 겁니다. 하지만 첫째로 현대과학과 산업의 힘을 빌리면 노화는 계속 미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이오해킹에서 얘기하는 것들을 다 때려박으면 되겠죠. 알콜, 카페인, 설탕, 밀가루 따위는 먹지 않고, 매일 운동하고, 사우나 자주 하고, 명상하고, 간헐적 단식하고,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무엇보다 일상에서 스트레스와의 관계를 재정립하면 될 겁니다. 둘째, 일부 능력은 고점 없이 계속 성장시켜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1만시간의 법칙을 크게 신봉하는 편은 아니지만, 오랜 수련을 통해서 다다를 수 있는 특정 과업이나 기술의 경지라는 것은 있는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은 의미가 없어요. 올림픽에는 인간 선수만 참여할수 있는 것처럼, 1만시간을 넘어 계속 수련하며 성장해 좋은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다면, 고점 찍는 시기를 최대한 늦출 수 있을 겁니다. 김대중 대통령이나 이어령 선생 같은 분들이 떠오릅니다. 나이를 먹어감에도 지혜와 통찰을 보여주었던 이들. 최근 촘스키 옹도 인공지능에 대한 칼럼을 기고했죠. 이들이 어떻게 해서 지적인 고점을 최대한 늦춰서 많은 사람의 귀감이 되었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몇가지 가설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호기심을 키워나가는 것. 억지로 일해야하는 시간들이 자나갔다면, 다시 아이처럼 살 수 있도록 유연하고 따뜻한 시각을 가져야 할 겁니다. 호기심이야말로 모든 성장의 먹이겠죠. 특히 눈에서 빛이 나는 사람들이 있고, 이들은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이 아닌가 싶어요. 사람마다 궁금한 것들의 장르가 다르겠지만, 저는 근본적인 것들에 호기심을 느끼는 편이긴 합니다. 인간들은 정말 신기한 것 같아요. 평생 탐구해볼만한 대상이죠. 둘째는 매일 훈련하는 것입니다. 글을 매일 쓴다면, 필자로서의 전성기 같은 개념을 소환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창조하는 순간 나는 살아있으며, 다음 글, 다다음 글이 더 좋은 작업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창조할 용기를 가진 인간에게 전성기는 항상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어떤 시기가 될 겁니다. 은퇴를 번복하고 계속해서 창조하는 한 거장이 떠오르는군요. 매일 수행하는 자에게 전성기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성기라는 것은 보통 과거를 회상하며 한잔 들이킬 때 사용하는 단어죠. 추억팔이가 항상 나쁜 것은 아니지만, 창조보다 더 나은 경험은 없다고 봅니다. 내 이 두 손으로 뭔가를 만들어서 누군가에게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다는 짜릿함, 다들 아시죠? 그러니 전성기라는 단어는 넣어두시면 어떨까요? 아무런 제약도 없이 마음가는대로 뭔가를 두 손으로 만들어보는 겁니다. 지금 이순간 최고로 몰입하며 살아있는 인간에게는, 전성기, 과거, 미래 따위는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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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13일 오후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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