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AI 상담서비스'가 무엇을 대체할까? Zappos를 기억하자>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다른 대체 생계 기술을 갖지 못한 피라미드의 맨 아래층에 해당하는 분들에게 닥치는 가혹한 일임에 분명하구요.


그렇다고 세상이 변하는 것이 잘못되었다 할 수도 없습니다, 이런 일들은 2024년에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고, 지금은 이런 맨 아래층이 공격대상처럼 보이나 조금 더 지나면 실제로는 의사, 변호사, 변리사와 같은 최상층의 지식 기반 전문직에서 어렵지 않게 일어날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규제와 법이 어느 기간 그 기득권을 지켜주긴 하겠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 보아야할 점은 지금껏 과연 우리가 콜센터, 사용자 지원 스탭분들에게서 "AI가 더 잘 할 수 있는 '지식 정보'만을 원했는가"입니다. 이 부분을 복기해 보면 현재 이 'AI 상담 서비스'가 어디까지 성공할 수 있을까를 대략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1. 현재의 AI 상담 서비스는 말 그대로 지식베이스 Knowledge Base를 사람의 경험과 뇌로부터 AI로 옮겨놓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 충분히 업무 효율성 생산성이 유지될 것이다라고 믿고 있습니다.


2. 이건 아주 큰 전제가 필요합니다. 상담 내용에서 다루어지는 "문제가 매우 '명확'하게 정의된" 물음으로 던져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용자 리서치를 좀 해본 분들은 알겠지만, 대부분의 사용자는 본인의 '문제 정의'를 잘 하지 못합니다. 그들이 설명하는 것은 그저 상황일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즉 "어떤 기능이 이런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동작하지 않습니다" 라고 설명을 하는 것이 아닌 "제가 언제 무엇을 하기 위해 이렇게 했더니 이게 안되요." 라고 설명을 하죠.


3. 그 '상황 situation'의 긴박성과 아드레날린(흥분, 분노게이지에서) 수치를 빠르게 내리고 원하는 답으로 안내하기 위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첫번째 행동은 대화 상대와의 '공감 Empathy'입니다. 즉 깨끗하게 정리된 건조한 지식 베이스의 '답변 Response'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4. 이런 사용자만의 '상황'이 일반적인 형태의 '문제 정의'로 이어지기 까지는 지식이외에도 여러 사회 경험적 요소가 쓰여집니다. 요즘의 날씨, 기후, 교육 환경, 정치상황 등등말이죠. 예를 들자면, 같은 가전 제품이라도 습기가 많은 환경과 아닌 환경, 그 시즌에 따라 고장원인은 매우 다르기 때문입니다.


5. AI 상담서비스를 통해 답을 얻기까지 소비자의 고통점(pain points)과 대화량이 얼마나 길런지, 그렇게 얻은 대답의 품질 만족도는 얼마나 될런지도 면밀히 챙겨야 할 지표입니다. 이 부분의 지표는 '대체됨으로 절약된 비용'의 수십배에 해당하는 '새로운 수익 기회'를 날려버릴 가능성이 꽤 높기 때문입니다. 마케팅, 영업, 프로덕트 매니지먼트를 해 본 분들이라면 우량 고객을 유지하는 것이 할인을 노리는 단기 고객을 끌어들이는 화려한 광고나 이벤트보다 훨씬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을 쉽게 알고 있습니다.


6. 국내의 쏘카나, 렌터카 기업에서 가장 가치 있는 직원은 출고되기 마지막 순간에 차에서 담배 냄새가 나지 않았는지 확인하거나 아주 간단한 미흡한 점(워셔액 부족, 와이퍼 교체필요)을 발견하고 클레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결함을 발견한 직원일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은 AI상담 서비스에서는 절대 발견할 수 없는 점입니다.


7. 미국에서 20년전 부터 신발을 파는 유통업으로 시작해 온라인으로 유명해진 Zappos라는 기업의 "극강의 사용자 상담 서비스" 사례는 꽤 유명합니다. 자포스를 유명하게 한 것은 신발의 품질, 새벽배송 이런게 아닙니다. 최고 품질의 상담 서비스였죠.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이런 옷이나 신발을 사고 싶은데 이게 어떤 것인지 모르겠어요"라는 사용자 질문이 올 때, 그 호기심에 공감하고, 화면을 공유하고 대화하면서 끝까지 함께 찾아주는 상담서비스의 품질에 소비자들이 감동하고 이 서비스를 입소문내고 다시 찾아오기 때문이었습니다. 요즘 같이 멀티모달 AI가 이런 일을 더 잘 해 줄수도 있겠지만, 감동 포인트는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제가 배운 프로덕트 매니지먼트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열 명에게 당신의 프로덕트를 말하세요. 그들이 당신 제품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는다면 더 나은 제품을 만드세요."


8. 변화는 인정하지만, 그 변화가 무엇을 얼마만큼 더 얻는 부분만 보는 것이 아닌 무엇을 잃을 것인지에 대한 것을 생각하는 심도있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것에 따른 합리적인 전환 기간을 설정하는 것도 필요하구요. 더 중요한 것은 지금껏 이 업무를 담당해주셨던 분들에게 품위 dignity를 표하는 과정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AI에 내몰린 상담원...대량해고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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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내몰린 상담원...대량해고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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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18일 오전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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