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만이 하는 것, 발췌 #7> (디즈니 이사회의 CEO 채용 검증 단계를 계속 겪게 된 밥 아이거는 누적된 스트레스와 불안으로 인해서 불안발작 증세까지 겪게 되었던 상황이었음) 집으로 돌아온 나는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던 일들에 대해 한 걸음 물러서서 조용히 생각보는 시간을 가졌다. 내 이름 앞에 붙을 엄청난 직함은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자리다. 그러나 그것이 곧 내 삶은 아니었다. 아내 윌로와 어린 아들 그리고 뉴욕에 있는 두 딸, 부모님과 여동생,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내 삶이었다. 나를 짓누르는 모든 압박감은 결국 내 일에 관련된 것에 불과했다. 그렇게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생략) 그즈음 나는 이사회가 수개월 동안 끌어온 소위 검증과정이라는 것에 진절머리가 나 있었다. 그들이 아직도 모르는 뭔가가 남아 있다는 것도 믿기지 않았을 뿐더러 대답해야 하는 질문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 또한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때까지 수차례에 걸쳐 철두철미하게 질의응답을 주고받지 않았던가. 이제 그만 끝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 6개월 넘도록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었던 회사를 위해서라도 이제 그만 결단을 내려야 했다. 이사회 임원 중 일부는 그런 측면을 이해하지 못했고 나의 인내심은 한계에 도달하고 말았던 것이다. 마지막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검증과정 내내 나를 자극하며 마이클을 폄하하도록 유도했던 게리 윌슨이 한 번 더 물었다. 이전과 다르지 않은 질문이었다. "우리가 당신은 다를 것이라고 믿어야 할 이유에 대해 말해보세요. 마이클이 잘못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당신이라면 어떻게 다르게 처리했을까요?" 그 순간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나머지 임원들이 보는 앞에서 이렇게 응수했다. "이미 3번씩이나 똑같은 질문을 하신 바 있습니다." 언성을 높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써야만 했다. "매우 모욕적으로 느껴집니다. 이 자리에서 다시 같은 대답은 하지 않겠습니다." (중략)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것은 나에게 끈기과 인내심의 중요성 그리고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분노와 불안을 피해야 할 필요성을 동시에 일깨운, 실로 힘겹게 얻은 교훈이었다. 자존심을 지키되 거기에 과도하게 정신적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종종 그런 일이 벌어진다.) 이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모든 사람이 나를 훌륭하다고 평가할 때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자신의 정체성이 침범당할 때, 그것도 그렇게 공개적인 방식으로 도전을 받을 때, 긍정적인 생각을 갖기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필요한 것이디고 하다.
2021년 1월 21일 오전 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