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의 낯선 영역이 깨어나는 순간, 소설가 정세랑의 미술 취향]
프린트베이커리에서 정세랑 작가님 인터뷰를 했는데, 내용이 좋네요. 문학이든 예술이든 매체가 다를 뿐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내놓는다는 점에서 통하는 곳이 있다고 느껴지는 인터뷰였습니다. 좋았던 문장들 몇개 갈무리했습니다.
“물음표를 힘껏 던지면 어딘가에 부딪혀 돌아오고, 그러면 그다음 작업이 더 풍성해지곤 해서 의미와 즐거움을 얻습니다. 혼자 하는 작업 같지만 사실은 속해 있는 공동체의 공기를 긴 호흡으로 들이마시고 내쉬고 있다고 요즘 들어 한층 생각해요.”
“저의 도구가 텍스트이기 때문에, 작업이 엉키면 텍스트의 영역을 벗어날 필요를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 언제든 미술관으로 갤러리로 걸어가면 머릿속의 낯선 영역들이 깨어나는 듯해요. 외부의 이미지들이 내부로 스며들어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얻는 데 촉매가 되어주더라고요. 그리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의 작품에서 까끌까끌하게 엉켜 쉽게 잊히지 않는 주제들이 읽힐 때가 많은 것 같아, 그런 경험들에 스스로를 노출하고 싶어집니다.”
“미술관과 박물관은 매달 가는 곳이라고 자연스레 여기며 자랐던 것이 지금 와 돌이켜보니 크나큰 행운인 듯해요. 다른 무엇보다 경험의 축적이 삶을 풍부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일찍 알게 되어 좋았어요.”
Q. 미술을 향유했을 때 좋은 점이나 든든한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내면의 환기가 아닐까 합니다. 창문을 열어서 신선한 공기를 들이는 것처럼요. 걸어가서 어떤 작품을 만나고 돌아오면, 안쪽의 흐름이 바뀌는 경험을 자주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