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부장 K는 “직원들에게 이제 무관심해졌다”고 한다. “왜?" 라고 물었더니, ”바뀐 세상에서 직원들을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 모르겠어. 고민해도 답이 안 나와서 처음에는 갑갑했어. 하지만 마땅한 답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직원들에게 점점 무관심해지더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바뀐 세상이 뭘까? 상사에게 요구되는 역할과 권한이 크게 변했다. 그는 지금껏 ‘상사는 칭찬보다 질책하는 사람’이라고 여겨왔다. 젊은 시절, 그는 직원이 잘못한 게 있으면 상사는 당연히 지적해야 하고, 필요하면 꾸중도 해야 한다고 믿었다. 직원의 잘못을 고치고 수정해 성과를 높이는 것이야말로, 상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젊은 시절 그는 상사와 의견이 다를 때도 많았지만, 상사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직위가 높은 사람의 의견이 채택되는 게 조직의 상식이라고 생각했다. 직위의 높고 낮음을 정한 게 바로 그 때문이라고 믿었다. 때때로 상사로부터 인격모독도 겪었지만, ‘이런 게 직장생활이려니’라고 생각했다. 억울함과 분노를 속으로 삼켰다. 그러나 이제 세상이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 자신이 예전에 상사의 권리라고 여겼던 걸, 지금 직원들은 인정하지 않는다. 그가 직원에게 지적을 하면, 꼬박꼬박 말대꾸가 따라온다. 부장과는 다른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밝히고 이를 관철하려는 직원들이 늘어났다. 어떤 직원은 밀린 업무가 있어도 휴가를 쓴다. 듣기 싫은 소리라도 하면, 법으로 보장된 휴가도 못쓰게 하느냐는 반박한다. 어이가 없어 버럭 화를 냈더니, 사내 인트라넷에 ‘K 부장은 분노 조절을 못한다’라는 익명 글이 올라왔다. 직원의 업무가 성에 차지 않아도, 지적과 질책을 하는 게 부담스럽다. 상대방이 괴롭힘으로 받아들일까 걱정도 된다. 그러다 보니, 직원의 업무가 기대에 못 미쳐도 지적을 않게 됐다. “이렇게 고쳐 보는 게 어떻겠느냐”라고 말했을 때, 직원의 눈에서 ‘하기 싫음’의 신호가 보이면, 자기도 모르게 입을 닫는다고 한다. 때로는 그 업무를 직접 처리하기도 한다. 지적해서 직원의 업무를 고치느니, 직접 하는 게 시간도 절약되고 마음도 편하다고 한다. 그에게 “그렇다면 직원에게 업무에 대한 피드백을 주는 게 거의 없느냐”라고 물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적과 질책을 하지 않으니, 피드백을 줄 일이 뭐가 있겠느냐”라고 했다. 회식도 거의 하지 않으니 소통의 기회도 거의 없다고 했다. 당연히 그와 직원들의 관계는 데면데면해졌다. 그렇게 그는 직원들에게 점점 무관심해져갔다. 한숨이 나왔다. 직원에 무관심한 보스보다는 잘못을 지적하는 보스가 40배나 더 효과적인 리더라는 갤럽의 연구 결과가 기억나서였다. 그렇다면 K 부장이 ‘지적하는 상사’에서 ‘무관심한 상사’로 변화하면서, 그의 리더십 성과가 40분의 1로 줄어들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되었다. 갤럽은 무작위로 고른 미국 근로자 1003명에게 2가지 명제에 어느 정도로 동의하는지를 물었다. (1)첫 번째 명제는 “내 상사는 내 강점이나 긍정적인 특징에 초점을 맞춘다”였고, (2)두 번째 명제는 “내 상사는 내 약점이나 부정적인 특징에 초점을 맞춘다”였다. 첫 번째 명제에 동의한 직원은 상사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는 직원이며, 두 번째 명제에 동의한 직원은 상사로부터 부정적 피드백을 받는 직원인 셈이다. 그런데 2가지 명제 어느 쪽에도 동의하지 않은 직원들도 있었다. 상사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도, 부정적인 피드백도 못 받는 직원들이었다. 상사로부터 무관심 또는 무시의 대상이 되는 직원들이었다. 조사 결과, 상사로부터 무관심을 받는 직원들 중에는 업무 몰입도가 높은 직원이 전체의 2%에 불과했다. 반면 적극적으로 업무를 회피하는 직원의 비중은 무려 40%에 이르렀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 어떻게든 일을 피하려는 직원의 20분의 1에 불과한 셈이었다. 반면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는 직원 중 업무 몰입도가 높은 직원은 전체의 45%, 업무를 적극적으로 회피하는 직원은 22%였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 수가 업무를 하지 않고 동료에게 악영향만 주는 직원 수의 2배를 약간 넘었다. 결론적으로 무관심한 상사보다는, 약점을 지적하고 때론 질책도 하는 상사가 직원의 업무 성과 측면에서는 40배 나은 셈이다. 다만 가장 좋은 상사는 직원의 강점과 장점에 초점을 맞추는 상사였다. 업무 몰입도가 높은 직원 비중이 무려 61%에 이르렀고, 적극적으로 업무를 회피하는 직원은 전체의 1%에 불과했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 놀고먹는 직원보다 무려 61배 많은 셈이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직원의 강점에 초점을 맞춘 상사가 약점에 초점을 맞춘 상사보다 30.5배(61을 2로 나눈 값)나 리더십이 뛰어난 셈이다. 당연히 직원에 무관심한 상사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갤럽의 연구결과가 생각나서 K 부장에게 “우리도 직원의 잘못보다는 잘한 점을 찾아보고, 지적이나 질책보다는 칭찬을 하는 게 어떨까? 그게 업무 성과를 올리는데 수십 배나 더 좋다고 하는데”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그 순간 K 부장은 웃었고, 나도 그를 따라 웃었다. K 부장의 웃음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았다. 그래서 따라 웃은 거였다. 수십 년간 우리는 칭찬이 인색한 시대를 살아왔다. 학교에서부터 그랬다. 잘못하고 틀린 걸 고치는 게 학습이었다. 잘하는 걸 찾아서 강화하는 게 학습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조직에 들어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학교보다 더 심했다. 그런 세월을 거쳐 상사가 됐기 때문일까? K 부장의 눈에는 직원이 잘못하는 것부터 먼저 눈에 띈다. 잘하는 게 있어도 잘 보이지 않는다. 설사 보인다고 해도 성에 차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칭찬할 게 있어도 여간해서는 칭찬하지 않게 된다. 잘못부터 보는 식으로 수십 년을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장점부터 보고 지적보다 칭찬을 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어쩌랴. 리더의 존재 이유는 팀의 성과 향상에 있다. 성과를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면, 스스로를 바꿔야 한다. 바꾸지 않고, 승리하길 원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K도 조금은 변했으면 하는 마음을 안고 그와 헤어졌다. 변하지 않으면 죽는 세상이다.

[김인수 기자의 사람이니까 경영이다]무관심한 보스보다 지적질 상사가 40배 낫다지만:꼰대 부장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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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 기자의 사람이니까 경영이다]무관심한 보스보다 지적질 상사가 40배 낫다지만:꼰대 부장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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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19일 오후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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