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메일을 작성할 때 마음과 메일을 읽을 때 마음이 다릅니다. 메일을 작성할 때는 사람들이 나의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나아가 동의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작성한 메일을 읽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내용이 복잡하여 메일 내용에 집중하기 힘들고, 집중하여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파악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첨부를 보면 ‘이 많은 파일을 모두 읽으라는 건지?’라는 생각도 듭니다. 

내가 보낸 메일을 사람들이 이해할 것이라고 믿고 말하면 실수하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회의석상에서 프로젝트 관리자가 “지금 물어보시는 내용은 제가 보낸 메일에 다 있는 내용입니다.”라고 말하면 회의에 참석한 이해관계자들은 프로젝트 관리자를 ‘이기적이고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람’으로 평가할 것입니다. 혹시 “메일도 읽지 않고 회의에 참석하셨습니까?”라고 핀잔을 주면 그야말로 최악입니다. 

프로젝트 관리자는 90% 이상의 시간을 의사소통에 사용하기 때문에 소통역량이 중요합니다. 소통의 수단은 메일, 메신저, 전화, 화상회의, 대면 등 다양하지만 소통의 기본은 같습니다. 상대방의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먼저 헤아린 뒤 소통할 메시지와 소통방법을 정하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성공적으로 전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메일을 활용하는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에 유의해야 합니다. 

1.  내가 보낸 메일을 상대방이 잘 읽어보고 이해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습니다.  

테스트 일정, 회의록과 같이 간단한 내용은 메일로 정확한 내용 전달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얼굴을 보고 설명해도 소통이 어려운 상품 요구사항, 복잡한 엑셀 템플릿을  메일로 전달하고 상대방이 정확하게 이해하길 바라는 것은 이기적인 욕심입니다. 메일을 통해 업무 협업을 할 때는 다음과 같이 나쁜 상황을 가정하는 것이 속  편합니다.

• 상대방이 메일을 개봉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일 많은 메일을 수신하고 그 메일을 다 개봉하지 않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깜빡하고 메일을 읽지 않을 수 있지만,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메일은 의도적으로 개봉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메일을 꼭 읽어봐야 하는 사람이 메일을 개봉하지 않았다면 메신저로 메일 개봉을 부탁해야 합니다. 

• 메일의 내용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내용이 단순한 메일은 예외이겠지만 많은 메일이 집중해서 읽기 힘듭니다. 메일을 보낸 사람의 의도와 상관없이 메일을 읽는 사람이 관심 있는 내용을 스캔하듯이 읽고 내용을 이해합니다. 저의 경험으로는 업무 설명 또는 협업을 요청하는 메일은 메일만으로 내용을 어느 정도 정확하게 이해하는 사람이 30%를 넘지 않았습니다. 어느 정도 복잡한 업무내용을 메일로 소통할 때는 업무협의 후 회의록을 공유하거나 회의 전에 내용을 미리 보내는 경우에만 효과가 있습니다.   

• 상대방은 메일의 내용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메일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과 동의하는 것은 다릅니다. 팩트 공유만이 목적이라면 동의까지 필요하지 않지만 업무협조나 협업을 위한 메일은 동의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자기 업무에 몰입하고 경황이 없을 때는 메일 내용의 이해와 동의를 같은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습니다. 동의가 필요한 업무를 추진할 때는 메일을 보조수단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회의 결과를 요약하거나, 회의 전에 내용을 공유하는 용도로만 메일을 사용해야 합니다.   

2.  메일로 소통할 때에는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나의 의도를 잘 이해하고 공감하기를 바란다면 상대방을 고려하여 메일을 작성해야 한다. 메일과 일반 보고서의 공통점은 제외하고 메일만이 가지는 특수성을 고려한 유의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 핵심 내용을 간결하게 작성합니다. 

특수한 경우 메일을 보는 사람이 을의 입장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메일은 보내는 사람이 을의 입장입니다. 따라서 메일을 읽는 사람의 시간을 절약해 주기 위해 간결하고 읽기 쉽게 작성해야 합니다. 간결한 메일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노트북 기준으로 메일 본문에 스크롤을 만들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모바일로도 메일을 많이 보는 추세이기 때문에 메일 내용의 간결함은 정확한 내용 전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메일을 간결하게 작성하기 위해서는 두괄식으로 작성해야 합니다. 협조를 요청하는 메일은 요청 내용을 구체적으로, 현황 분석 결과를 공유하는 메일은 분석 결과를 요약해야 합니다. 요약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간결한 메일을 작성하기 위해 여러 번 검토하고 수정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특히 여러 사람에게 보내는 중요한 메일은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핵심 내용을 다시 요약한 것이 메일의 제목입니다. 가장 좋은 제목은 구두로 보고할 때 첫마디와 같습니다. 예를 들어 ’ 00 프로젝트 일정 지연 만회대책을 보고 드립니다.’와 같은 문장입니다. 물론 제목이 길어 잘린다면 ‘00 프로젝트 일정 지연 대책 보고’와 같이 줄일 수도 있습니다. 

• 어제, 내일, 금주와 같은 단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날짜는 숫자로 적는 것이 명확합니다. 상대방이 메일을 언제 개봉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메일을 작성하는 사람은 메일 발송일을 기준으로 내일이라고 했지만 메일을 개봉하는 사람에게 내일은 혼란스럽습니다. 

• 읽기 쉽게 작성합니다. 

메일을 읽을 때 주로 사용하는 디바이스(모바일, 노트북, 태블릿)와 메일 수신자들의 연령대를 고려하여 한 줄의 길이와 글자크기를 결정해야 합니다. 메일의 주요 수신자가 모바일을 자주 사용하는 50대의 경영층이라면 메일 발송 전에 본인의 휴대폰으로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읽기 쉬운 문장은 구두로 읽었을 때 호흡이 자연스럽습니다. 메일을 보내기 전에 메일 내용을 소리 내어 읽어보고 호흡이 부자연스러운 문장은 수정합니다.  

• 메일로 논쟁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보낸 메일에 논쟁하는 내용을 답장으로 보내는 것은 금기사항입니다. 논쟁할 일이 있다면 전화나 대면이 좋습니다. 말과 달리 글은 근거가 남기 때문에 나의 의도와 다르게 내가 작성한 내용이 편집되어 유통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이 수신하는 메일에서 본인의 의견을 비난하는 내용이 있더라도 바로 답장을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들은 의외로 그러한 논쟁에 관심이 없습니다. Re:re:re로 시작되는 핑퐁식의 논쟁은 사람들을 피곤하게 할 뿐 아니라 두 사람의 인격이나 리더십을 훼손시킬 뿐입니다. 

답장을 하지 않으면 견딜수 없다면 작성한 내용을 임시저장하고 하루정도 뒤에 보내시기 바랍니다. 특히 오후 또는 밤에 작성한 내용은 감성적이 되기 쉽기 때문에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보면 순화해서 표현할 내용이 많습니다.

• 중요한 이해관계자는 메일 내용에 대한 의견을 청취합니다.

메일을 발송한 후 중요한 이해관계자는 전화나 메신저로 메일 내용에 대한 상대방의 의견을 청취해야 합니다. 메일로는 받지 못한 피드백을 개별적으로 문의하면 받을 수 있습니다.  

=======================================================
제가 삼성 SDS에서 30년동안 경험하고 체득한 교훈을 정리한 <슬기로운 PM 생활>을 25년 1월 출간한 소식을 공유합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5148133